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팀 킴’. 연합뉴스
휠라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컬링 대표팀의 선전에 감명 받아 기존에 계약된 메달 포상금 7000만 원 외 5000만 원을 추가로 경북컬링협회에 전달했다. 7000만 원은 3월 12일 대한컬링경기연맹으로 향했고 추가된 5000만 원은 5월 15일 경북컬링협회로 갔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휠라코리아에 3월 21일자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 허나 경북컬링협회는 기부금 영수증은 발급하지 않았다.
이번 호소문 사태를 상세히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휠라코리아에서 5000만 원 받은 건 경북컬링협회의 수입으로 잡혔다고 알고 있다. 이 돈으로 김경두 전 부회장이 백두산을 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팀 킴’ 선수는 “김 전 부회장이 지난해 백두산을 다녀온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북컬링협회로 건너간 돈으로 김경두 전 부회장이 백두산을 갈 수 있었던 건 김 전 부회장과 경북컬링협회 수장인 오세정 회장의 관계 때문이다. 둘은 고향 친구다. 김 전 부회장은 경북컬링협회 수장도 지낸 바 있었다. 둘의 아들은 나란히 남자 대표팀에 소속돼 있는 선수다. 김민찬은 김 부회장의 아들이고 오은수는 오 회장의 아들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 회장은 김 전 부회장의 행동대장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부금 영수증이 휠라코리아로 도착했다. 2018년 11월 7일이었다. 하루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컬링 여자 대표팀 ‘팀 킴’은 대한체육회와 경북도체육회, 의성군에 호소문 14쪽을 보낸 바 있었다. 이튿날인 8일 언론에 나선 ‘팀 킴’은 “김경두 전 부회장과 김민정 여자 대표팀 감독, 장반석 남자 대표팀 감독 등 관련 욕설과 폭언에 모욕감을 느껴왔고 각종 대회 포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경북컬링협회는 호소문이 감사로 이어지면 중징계나 수사기관 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까닭에 서둘러 경비 처리를 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다.
이튿날 장반석 감독은 언론에 전자우편을 보내며 팀 킴의 주장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선수들 동의로 김경두(경북체육회) 명의의 통장을 개설했다. 이 통장으로 상금과 팀 훈련, 대회 참가 비용을 관리했다. 대회 상금을 개인에게 배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로서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의 지원을 받았고 훈련을 목적으로 간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선수와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선수들에게도 공지했다. 돈과 관련된 일은 최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처리하고자 했다”며 “김경두 전 부회장의 말투가 거칠지언정 욕설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허나 ‘팀 킴’의 폭로가 추가로 이어졌다. ‘팀 킴’이 공개한 녹취에서는 김경두 전 부회장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겠다? 못하겠다? 이런 개 뭐 같은 X. 기자놈들이 사진 찍고 부르고 붕붕 띄우니까 서커스단 단원 된 것 같아? 너 그만큼 올릴 때 그딴 짓 하라고, 그거 보려고 올린 거 아니야. 태도가 도리가 그건 아니야.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아.“
컬링 대표팀에게 향해야 했던 지원금과 포상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건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인 2018년 초 의성군은 경북체육회 컬링 대표팀에 2800만 원, 여자 선수단 개인에게 나눠주라는 뜻을 담아 200만 원 등 총 3000만 원을 후원했다. 각각 장반석 감독과 김민정 감독의 개인 통장으로 지급됐고 선수단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장반석 감독은 2800만 원에 대해서 “남녀팀 선수들 모두에게 지급된 것이라 세금 문제도 있어서 지급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만 원에 대해서는 “감사에서 밝히겠다”고만 했다. 장 감독은 김 감독과 부부 사이다. 김 감독은 김경두 전 부회장의 딸이다.
감사가 끝난 뒤 김경두 전 부회장은 12월 27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당하게 챙긴 돈은 전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4대 보험, 부가세 등 세무적인 측면에서 부적절하게 처리된 부분이 있어 지적을 받았다. 행정 미숙으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바로잡기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훈련원 수익을 부당하게 챙긴 것은 전혀 없다. 운영 금액은 모두 이사회 승인을 받아 그 범위 안에서 집행·결산했다. 상금 등은 훈련비, 대회 참가금, 외국인 코치 인건비와 같은 팀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했다. 들어온 돈 처리를 똑똑하게 못한 것은 있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없다“고 했다.
체육단체 금전 문제 대부분은 정당과 부당의 문제로 결론 나지 않는다. 정당한 것처럼 보이는 집행 근거의 진위 여부가 핵심이다. 가장 간단한 건 체육단체가 낸 영수증이 실제 영수증이 맞냐는 점이다. 과거를 들여다 보면 ‘정당한 집행’을 이야기하는 김경두 전 부회장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숙박비 이중 청구 문제 등으로 내내 잡음이 일어났던 까닭이다.
2016년 7월쯤 경북컬립협회는 선수촌 밖에서 훈련을 한다고 경북 의성의 한 숙박업소에서 사용한 40박 요금을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청구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때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선수단은 2016년 7월 훈련 때 경북 의성에서 숙소 생활을 했다고 나타났다. 숙박업소에서 묵은 적이 없었다. 선수단 대부분이 의성에 살고 숙소까지 의성에 위치한 마당에 선수들이 타 지방이나 국가 원정이면 모를까 의성 소재 모텔에서 숙박할 이유가 없다. 경북컬링협회가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제출한 숙박비 영수증은 간이영수증이었다. 이 모텔 관계자도 ”지난 2년 동안 컬링 대표팀이 머문 적 없었다“고 했다.
12월 4일 김경두 전 부회장은 언론에 사과문을 보내며 가족 전체가 컬링계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허나 사표를 내고 나간 사람은 없었다.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12월 급여를 받았다. 경북체육회는 김민정 감독의 직무를 정지했다고 밝힌 바 있었지만 거짓이었다. 경북체육회에서 컬링 관련 운영을 맡은 한 인사는 이제껏 경북컬링협회의 이런 비위를 눈감아주고 두둔해 왔다는 의혹까지 받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경북컬링협회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홈페이지는 닫혔고 전화는 연결음만 이어졌다. 오세정 회장 휴대전화 역시 꺼져 있었다. 김경두 전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11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특정 감사를 진행했다. 애초 3주로 예정됐던 감사는 5주로 늘었다. 1월 안에 감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