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조은D&C 상가 기공식에는 지역 언론사 대표와 오규석 기장군수, 배우 정준호 씨 등이 참석했다. 회사 홈페이지 캡처
‘상가 분양 받으면 5년간 임대료 8% 보장’을 내건 파격 조건은 부산과 경남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2013년 부산에서 부동산개발업을 시작한 조은D&C는 상가분양을 위주로 하며 승승장구했다. 조도현 조은D&C 대표는 각종 협회의 경영인 상을 휩쓸고, 기장군수가 조은D&C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정재계와도 밀접하게 지냈다. 부산 지역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행사마다 연예인 정준호 씨가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신흥 경영인으로 급부상한 조도현 대표는 기장군 경제를 이끌 역군으로 평가받았다.
1차부터 8차까지 상가 건설 계획을 세운 조은D&C는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자받으며 성장했다. 5차 상가까지 무리없이 완공됐다. 협동조합형병원, 어린이전문병원, 교회, CGV 등 굵직한 사업장을 유치하는 것도 투자 매력의 하나로 부각됐다. 문제가 터진 것은 6차부터다. 임대가 나가지 않은 공실이 수두룩한데 계약 조건에 따라 임대료를 지원해준 것만 해도 수백억 원에 달한다. 1개 상가의 1년치 임대료 지원금으로 나간 돈만 50억 원가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유형은 크게 3가지다. 분양을 해서 이미 상가를 받은 투자자, 준공전인 건물의 투자자, 순수투자자 등이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여러 유형에 두루 투자해 2중 3중의 피해를 입은 이들도 많다. 피해자들 가운데 아직 피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이 무더기로 접수되기 시작한 것은 11월 초부터다.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접수된 고소만 380건, 피해금액은 890억 원이다.
조은D&C가 기획사기를 벌였는지, 현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유사수신 형태로 돌려막기를 했는지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3년 전부터 기존의 영업방식으로 자금유치가 어려워지자 무리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인 8월 초부터는 현금 1억 원을 투자하면 3개월 만에 30% 이자를 붙여 1억 3000만 원을 돌려주겠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심지어 회사가 아닌 임직원 개인 통장으로 투자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임대료 8%를 보장해 주는 상가 분양 자체가 무리였다고 진단한다. 계속 신규 상가를 개발하며 돌려막지 않는 이상 기업의 사업전개가 쉽지 않은 수익구조다. 더군다나 인구가 많지 않은 정관지역에 대형 상가가 우후죽순 들어서, 수익성 자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완공된 상가에 공실이 늘어나자 조은D&C는 직영으로 대형문고를 여는 등의 시도를 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 월급은커녕 전기세도 내지 못해 상가의 전기가 끊길 위기까지 처했었다. 조 대표는 ‘회생 계획을 세우겠다. 믿어달라’고 안심시키며 투자자들의 여론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조은D&C 임직원들이 식사를 해결하던 식당에 밀린 밥값 300여 만 원도 내지 않자 신뢰는 점점 깨졌다.
정작 조은D&C는 6000만 원대 연봉을 제공한다며 12월까지도 신규 자본 영입을 위한 영업사원 채용을 이어왔다. 상가 관리인도 8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조은D&C 직원들은 투자자에게 약속된 이자나 임대료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영업수당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조도현 대표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비난을 사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정영태 변호사가 현재 조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다. 지역 향판에서 청와대를 거쳐 이제 막 변호사 시장에 뛰어든 정 변호사는 전관으로 몸값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한 투자 피해자는 “10억~15억 원을 주고 선임한 것으로 안다. 자기들이 먹은 식대 300만 원도 갚지 않으면서 전관 변호사를 산 것을 피해자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영태 변호사 측은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건 맞지만 수십억 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역에서는 조은D&C의 한 본부장이 부산지역 조직폭력 C 파 조직원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고위직에 조폭과 연루된 인사까지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 지역의 뭉칫돈은 은퇴나 노후자금이 대부분이고, 투자자 역시 연령대가 높아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고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하는데 투자자 사이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유형에 따라 여전히 조은D&C의 회생을 위해 믿고 기다리자고 주장하는 투자자도 있다. 유사수신이나 투자사기는 전형적으로 피해자가 많은 데다 피해자끼리 이익에 따라 분열되는 양상을 보여 피해 보상이나 수사를 더디게 한다.
경찰은 “피해자가 많아 진술을 살펴보는 데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현재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 흐름을 보고 있다”며 “혐의가 입증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