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예산 당협위원장직이 공석이 되자 다음 총선을 노리는 인사들의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배우 정준호. 연합뉴스
충남 홍성‧예산군의 현재 주인은 홍 의원이다. 그는 홍성군에서 태어나 17‧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역 지지기반을 다져 왔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관리위원장을, 김성태 원내지도부 때에는 사무총장을 지내며 당의 중요 직책을 도맡아 왔다. 또한, 3선 중진으로 나름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12월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고, 21대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서 이곳은 공석이 됐다. 당협위원장 박탈과 총선 공천은 직접적 상관관계는 없지만 향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과연 누가 홍 의원 자리를 메울지에 정치권 눈길이 쏠린다. 또한, 3선이던 홍성‧예산 지역 터줏대감이 당협위원장에서 물러난 것만으로도 지역 정가가 술렁이는 모양새다.
우선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충청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론된다. 그의 국회의원 시절 마지막 지역구는 충남 부여‧청양이었지만, 이전에는 충남 청양‧홍성에서 15‧16대를 지냈고, 이후엔 충청남도지사까지 맡았다. 그런 이 전 총리 주변에서 21대 총선 홍성‧예산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가 천안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천안갑 당협위원장을 사퇴하면서 이 전 총리가 가능성을 살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전 총리 측은 “세종시와 대전서구을, 홍성‧예산, 천안갑에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고 실제로 지지자들이 이 전 총리에게 개인적으로 전화해 출마를 종용하고 있기는 하다”라며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지 않은가. 지역 분위기를 보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산군 출신인 영화배우 정준호 씨는 선거만 다가오면 항상 출마설에 시달린다. 과거 그가 방송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이후 ‘보수정당에 입당을 타진 중이다’라는 소문이 뒤를 이었다. 그를 둘러싼 정계진출설은 천안, 아산, 홍성‧예산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언론을 통해 “(출마하기엔) 늦은 감이 있다”라며 답변을 피하거나 “(출마를 위해선) 이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또한, 정 씨는 예산 지역 행사장소에 종종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고, 예산 지역 관련 홍보대사를 오랜 기간 맡아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도 “본인은 출마를 원하는데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더라”라고 밝혔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이후 꾸준히 출마설이 제기돼 왔다. 예산 출신이자 학교법인 예덕학원(예산고등학교) 이사장으로 홍성‧예산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홍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씨와 백 대표에 대해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듣긴 했다. 백 대표 본인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주변에서 부추긴다고 했고 정 씨는 ‘홍 의원이 잘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넘겨다보느냐’라고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1심 무죄 판결 이후 홍성‧예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사법부 판결과는 별개로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정작 지역 민심은 다른 분위기다. 충남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안 전 지사에 대한 동정표라기보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더라. 여야를 막론하고 JP 이후 정치인을 키울 수 있었는데, 어떤 세력이 의도적으로 날린 거 아니냐는 음모론이 있다더라”면서 “그쪽 분위기는 그런 것 같았다. 안 전 지사에 대해 열려 있었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의 출마 여부는 2심 판결(2월 1일 예정) 이후 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러 정치신인의 출마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래도 구관이 명관 아니겠냐는 말도 나온다. 홍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신 지역구의 군수‧도의원‧군의원 선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당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홍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야 장관이나 국무총리 등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지역구에 가면 환영을 받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5년 지방자치로 지역 분위기도 달라졌다”면서 “그 지역에서 함께 호흡하고 생활도 같이 한 후보가 지역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 갑자기 낙하산처럼 내려와서 유명세를 이용해 당선되는 것은 천만에, 옛날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당협위원장 박탈은) 당의 혁신 차원에서 중량감 있는 사람을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일 뿐이다. 총선이 1년 조금 넘게 남았는데, 거기서 3선을 해온 사람과 갑자기 들어와 3~4개월 준비한 사람이 같겠느냐”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협위원장 임명과 박탈은 당무감사가 아니라도 통상 수시로 진행된다. 당 안팎에선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뒤 공석인 홍성‧예산 당협위원장직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