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소속사와 가수의 싸움이었으면 이정도로 관심이 집중될 일은 없다. 문제는 그 소속사의 뒤에 ‘엔터계 공룡’ CJ ENM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제의 멤버를 놓고 근거를 확신하기 어려운 뒷이야기들도 퍼져 나가고 있다. 과연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할 것인지, 보이그룹 워너원(WANNA ONE) 출신 강다니엘(23)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보이그룹 워너원의 전 멤버 강다니엘과 소속사인 LM엔터테인먼트의 계약 분쟁이 발생했다. 사진=LM엔터테인먼트 제공
LM엔터테인먼트와 강다니엘의 인연을 설명하려면 다소 복잡한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데뷔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워너원이 결성됐다.
데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는 YMC엔터테인먼트가, 2018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는 스윙엔터테인먼트가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다. 이후 그룹 매니지먼트 전속 계약이 종료되면서,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가 다음 활동을 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강다니엘과 윤지성은 원 소속사였던 MMO엔터테인먼트와도 계약이 종료되면서 LM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지난 2월 1일 LM 관계자는 “LM엔터테인먼트는 강다니엘과 윤지성을 위한 전문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회사를 소개했던 바 있다. 실제로 이 회사에는 강다니엘과 윤지성만이 소속돼 있는 상태다.
CJ엔터가 100% 지분을 보유한 MMO와 달리 LM의 경영 구조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그러나 워너원 가운데 가장 인기 있었던 멤버를 보유한 소속사인 만큼 CJ가 관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강다니엘은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1위에 선발됐으며, 이후로도 워너원의 센터로 활약하며 연예계와 광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 온 명실상부 최상위 인기 멤버다.
그렇다면 강다니엘이 소속사인 LM을 상대로 전면전을 펼치는 것은 CJ를 상대로 한 것이나 다름없는 모양새가 된다. 그런 가운데 현재까지 강다니엘이 LM에 요구하는 바는 하나다. 계약의 일부 내용을 수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 해지까지 불사하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수정을 요구하는 계약 조항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계약 기간과 정산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강다니엘은 워너원 활동 당시에도 정산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지난 2월 1일 이와 같은 내용증명을 LM측에 보낸 강다니엘은 같은 달 28일까지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분쟁 중이란 사실을 지난 3일 공식 팬카페를 통해 공개적으로 알린 것 역시 LM 측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강다니엘의 팬덤은 그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겠다는 팬덤과 더 늦기전에 소속사와 합의할 것을 요청하는 팬으로 양분됐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후 워너원 굿바이 콘서트를 전후로한 지난 1월 26일~27일 사이에 구체적인 계약 이야기가 오갔고, 31일 정식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다니엘과 LM 측은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강다니엘 역시 당시에는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공식 발표 다음날인 2월 1일이 돼서야 내용증명으로 불만을 알렸다는 것이다. LM 측에 따르면 강다니엘은 내용증명 발송 후 LM과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뒤 근황을 밝히곤 있지만 현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강다니엘 측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썬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선종문 변호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강다니엘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일부에서 지적한 계약 기간 및 정산 등 문제는 애초에 이 사건의 쟁점조차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선 변호사는 배우 겸 가수 김현중의 ‘친자 확인 논란’으로 불거진 사건에서 김현중의 전 여친 최 아무개 씨의 변호를 맡는 등 연예계의 굵직한 사건사고를 담당했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연예인이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 수정과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막강한 경력과 인기를 바탕으로 했던 연예인들도 상처만 입었던 게 소속사와의 전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팬들에겐 아쉽겠지만 우리나라 연예계가 연예인 개인에게 유리하게 판도가 돌아가지 않는다. 연예계 내 각종 협회가 한 곳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반기를 든 연예인을 내버려 두면 같은 사례가 자기들에게까지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연예계의 굵직한 단체들이 강다니엘 사태에 고개를 들이밀기도 했었다. 아직까지는 LM이나 강다니엘 양측 모두에게 직접 요청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한 발을 뺀 상태다. 그러나 단체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태가 심각한 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선 관계자는 “섣불리 다른 소속사의 계약 내용을 지적할 순 없지만 웬만하면 법정 소송으로 치닫지 않고 원만한 합의로 마무리되길 바란다”라며 “아직 어린 친구이고 충분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송전으로 시간을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