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공예 사태는 2018년 8월 강제 공연 동원과 공연비 착복 등으로 불만이 쌓인 학생과 학부모가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며 불씨가 싹텄다. 두 달 뒤인 2018년 10월 언론까지 가세하자 불길이 치솟았다. 언론 인터뷰에서 한 학부모는 “보험회사 술자리 공연은 2017년과 2018년 3월에 있었다”며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공연하는데 무대 앞 원형탁자에선 술판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10일부터 서울시교육청은 세 차례에 걸친 서공예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불씨는 국정감사장까지 달궜다. 2018년 10월 1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 학교가 아이들을 교장·행정실장의 사적인 동문모임이나 보험회사 만찬에 데려가면서도 공연비는 교장 개인 소득으로 가져갔다”며 기름을 부었다. 여론은 폭발했다. 청와대 청원은 2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 28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실제 교장과 교장 가족의 개인 모임 공연에 투입됐다. 2017년 3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총 10차례였다. 강제 공연만 문제된 게 아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 등이 지난 4년간 서울 구로구가 지원하는 방과 후 학교 운영 프로그램 보조금 1억 872만 원을 받고도 수업 대부분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교장이 학교 법인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며 주유비와 통행료 약 816만 원을 학교 예산으로 쓴 점도 지적됐다. 휴대전화 요금 약 273만 원 역시 공금으로 결제됐다고 봤다.
학교가 지불한 공연 관람료도 문제가 됐다. 서공예 1학년은 해마다 교장이 대표로 있는 극단 공연을 관람해 왔다. 관람료 1500만 원은 교비에서 나갔다. 2018년 채용한 교사 4명 가운데 1명은 교장의 딸이었으며 3명은 학교 관계자의 지인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청은학원에 교장 파면, 교장 부인인 행정실장 해임, 행정 담당자 정직 등을 요구했다. 채용 비리 의혹은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민원 제기, 서울시교육청 특별 감사, 언론 보도, 국회 국정 감사, 수사 의뢰까지 이어진 세련된 ‘행정 공격’은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기재부 출신 인사의 협박성 문자 때문이다. 자신을 기재부 전신 재정경제부 감사관실 출신이라고 밝힌 한 인사는 3월 8일 교장에게 긴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이 인사가 서공예 사태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상세하게 담겼다.
이 인사는 교장에게 “지금 학교 내부와 외부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서 국민청원이 진행,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진정서와 탄원서를 연명으로 작성해 언론사, 방송국, 감사원, 교육부, 신문고, 검찰,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전국교회교단, 전국교회장로회, 전국교회권사회 등에 보내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유튜브 동영상을 업로드해 전세계 알리기, 학생들 피켓 시위, 학생들 수업거부운동, 전국 고등학교에 진정서와 탄원서 보내기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문자 핵심은 한 기간제 교사의 채용이었다. 이 인사는 교장에게 인사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여러 가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서 문자 드립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공문으로 A를 기간제로 임명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네요. 저도 재정경제부 감사관실 출신이지만 서울시 감사관실 공문은 A 문제로 인한 형님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생각되네요. 그래도 계속 싸우시겠다면 저도 발 벗고 A를 도울 것입니다. 이제 일을 더 이상 확대 마시고 이 선에서 마무리하시는 것이 저나 형님, A 모두 좋을 듯하네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협박성 내용까지 나왔다. “형님이 A 문제를 결재해 주신다면 A를 달래서 위에 ‘진행되는 일들’을 중지하도록 설득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는 데도 또 다른 이유와 옛날 이야기만 하시면 아마 ‘지는 전쟁’을 하실 것입니다. 저는 학교도 정상화시키고 형님도 피해를 최소화해 드리고 A를 잘 설득해 더 이상 이런 일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문자 배경에는 A 씨 재계약 문제가 있었다. A 씨는 2011년 최초 임용된 4년제 기간제 교사였다. 2015년 한 차례 재계약한 A 씨의 계약 만료일은 올해 2월 28일이었다. 문자를 보낸 기재부 출신 인사는 바로 A 씨의 아버지였다. 이 인사는 어릴 때부터 교장의 친동생과 절친한 관계였다. 2011년 교장에게 아들 취업을 부탁했었고 교장은 청을 받아 들여 A 씨를 품었다.
하지만 재계약은 쉽게 이뤄질 모양새가 아니었다. 교장이 지난해 A 씨와 더 이상 계약을 하면 안 된다고 결심한 까닭이었다. 교장에 따르면 A 씨는 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행정 업무에 있어서 동료 교원을 자주 힘들게 했다. 한 동료 교원은 “A 씨는 학과장이었다. 과 시간 강사 강의 기록을 월말이나 월초에 줘야 급여 집행이 가능한데 자주 늦어서 시간 강사 급여가 나가지 못한 적이 많았다”며 “신청하지 않은 학생의 급식 신청서가 올라와 문제 제기를 하니 행정실 담당자가 잘못 진행한 것처럼 몰아붙이거나 A 씨 지시를 받은 교사의 업무 절차 하자를 지적하니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반응하는 등 책임 전가 행위가 매우 많았다”고 했다.
교장의 결심이 교내에서 퍼지며 A 씨와 교장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공교롭게도 교내에서 교장과 척을 진 사람은 A 씨만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또 있었다. 교감이었다. 교장 등에 따르면 교감은 근무 시간에 자주 자는 모습을 보여 동료 교원의 원성이 샀고 근무지 이탈도 꽤 있었다. 연예인 학생만 유독 편애하는 행동도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연예인이 아니면 학생은 사람으로 안 친다. 인사조차 안 받는다”는 민원도 제기됐었다. 교감의 소셜 미디어는 온통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과 사인이 담긴 앨범으로 가득했다. 휴대전화를 종일 붙들고 사는 그의 모습이 행사 사진에 담겨 졸업앨범에 실리기도 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내에서 학생 사이에 퍼지는 이런 교감의 부적절한 태도와 학부모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의 문제를 담아 2018년 3월 교장에게 품위 유지 위반 진정을 냈다. 교장은 교감에게 주의를 줬다. 교감은 이에 “어찌 나에게 이럴 수 있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학생의 청원을 이용해 A 씨 채용을 촉구하는 교감의 문자
이런 상황은 교감과 A 씨를 뭉치게 만들었다. 교감은 A 씨가 재임용되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빠졌다. A 씨는 기간제 교사 면접을 하루 앞둔 2월 27일 다음날 자신이 봐야 할 면접 질문지를 미리 볼 수 있었다. 인사위원장이었던 교감은 A 씨를 시간 강사 면접위원으로 임명한 까닭이었다. 시간 강사 면접일은 기간제 교사 면접일에 하루 앞선 2월 27일이었다. 면접 설문지는 시간 강사와 기간제 교사 모두 동일했다.
뒤늦게 채용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됐지만 교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교장이 A 씨 임용 결재를 한 차례 거부하자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원이 접수됐다는 이유로 3월 4일부터 이틀 동안 또 다시 감사를 벌였다. 교장은 A 씨 채용 과정에서 있었던 부적절한 상황을 잘 설명했지만 상황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미 여론 재판에 ‘비리 덩어리’로 낙인 찍힌 교장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1순위 합격자를 즉시 임용하지 않을 경우 관련자를 법률 위반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적혔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의 압박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감사관실 소속 김 아무개 주무관은 감사 도중인 3월 4일 학부모와의 통화에서 “내일 물론 결재는 올릴 거지만 당연히 1순위자를 채용해야죠. 안 그랬다가는 교장 구속돼요”라며 “이거 최대한 빨리 처분해서 징계 요구할 거고 당연히 교원채용권도 징계를 요구할 거예요”라고 했다. 또한 “지금 교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안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가 판단하기에 부적격자다. 자격 없다’고 표현하는데 그거는 교장 생각인 거지 심사위원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뭔 뻘 소리를 하는 거예요?”하고 웃기도 했다. 그런 뒤 말했다. “그런데 이 말씀은 대외적으로 옮기면 안 됩니다. 결재가 난 게 아니기 때문에요.” 원칙상 감사관은 감사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면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갑질 감사 외에도 일방통행식 감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빠졌다. 경비 집행 결재는 담당자가 행정실장 협조를 받은 뒤 교감을 거쳐 교장에게 이어진다. 담당자는 정직, 행정실장은 해임, 최종 결재자 교장은 파면을 요구 받았지만 중간결재자인 교감은 쏙 빠졌다.
징계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방과 후 학교 운영 프로그램 보조금 1억 872만 원 관련 지적 사항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예산은 착복된 게 아니라 방과 후 학교 운영 프로그램 대신 예술고 특성에 맞춘 학력신장 우수프로그램과 특화 프로그램으로 전환 사용된 까닭이다. 학교는 구로구청에 해마다 중간 점검과 결과 보고를 해오기까지 했다. 구로구청은 지적은커녕 추가 예산을 편성해 줬다.
서울시교육청은 “수업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근거가 없다”는 근거를 들어 부적절성을 제기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무너졌다. 박재련 교장은 “방과 후 학교 운영 프로그램은 신청 학생 명단과 출석부 등이 작성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특성상 일시적 지도 프로그램이 매우 많다. 공연 자체가 많은 까닭”이라며 “공연에 앞서 잠시 강사를 초빙해 원 포인트 레슨을 받게끔 했다. 각 과 소속 학생도 사실 여러 팀이 나뉘어 있고 공연에 따라 구성원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근거 자료를 만드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지금 수사를 받고 있다. 횡령이나 착복은 없었다. 수사 결과가 나와 내가 횡령이나 착복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처벌도 달게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교장의 학교 법인차량 사적 이용과 휴대전화 요금 문제 역시 교장을 ‘비리 덩어리’로 낙인 찍기엔 규모가 작았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장이 사적인 용도로 법인차량를 이용해 공금 약 816만 원이 사용됐다고 했고 휴대전화 요금 약 273만 원도 공금에서 집행됐다고 밝혔다. 기준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이었다. 1개월 기준으로 따져 보면 법인차량 관련 비용은 월 17만 원, 휴대전화 요금은 월 5만 6800원 수준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과 학부모의 통화 녹취록 갈무리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박재련 교장 구속 관련 월권 발언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이면 이해가 되는데 평소에 하지도 않은 생각을 내가 입으로 뱉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면접권자였던 기간제 교사가 면접 내용을 하루 앞서 일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시험의 공정성을 본질적으로 해치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그 상황이 심각한 건이라고 인지를 했다면 그 부분도 추가 조사를 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감이 징계 대상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교감이 중간 결재자긴 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집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어서 징계 대상에 넣지 않았다”고 했다.
교감과 교사 A 씨는 일련의 채용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A 씨가 면접위원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나. A 씨가 면접에 들어가지 말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교육청에서 사립학교 계약직 교원 채용 규정 책자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하는 면접지다. 답이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라 문제 없다”고 말했다. A 씨 역시 “면접 관련해선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자신의 아빠가 개입된 데에 대해서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 씨는 “내 나이가 10대가 아니더라도 아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 데 대해 아버지가 개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신을 기재부 감사 출신이라고 밝힌 A 씨의 아빠는 “당신은 알 필요 없다. 전화 하지 말라”고 했다.
한편 서공예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업무 방해 혐의로 교감과 A 씨를 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박재련 교장은 4월 29일 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