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경찰서 경목실은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지원이 필요한 위기청소년 및 모범청소년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수여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은 2명.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선발해 올린 남학생들이었다. 수여식은 5월 15일 열렸다. 이재훈 강남경찰서장도 경목실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어 고맙다”며 축하 인사를 보냈다.
문제는 장학금 수여식 사진이 강남경찰서 경목실 블로그에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됐다. 두 명의 남학생 가운데 한 명이 성폭행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재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 앞서 A 군은 평소 알고 지내오던 여아를 상대로 두 차례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2014년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바 있었다.
피해자는 A 군의 부모가 운영하는 교회에서 생활하던 7세 아이였다. 주변에는 A 군의 사촌동생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가해자와 가까운 사이이기도 했다. A 군은 자고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는가 하면 피해자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기도 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3년 가까이 피해 사실을 숨겼다. 그러다 2017년 A 군이 자신의 집에서 며칠 지내다 가겠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부모에게 ‘A 오빠가 오지 않으면 안 되냐’고 피해 사실을 털어 놓으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피해자 가족은 A 군을 고소했다. 그러나 결과는 ‘죄가 안됨’이었다. 범행 당시 A 군이 13세의 촉법소년이었던 까닭이다. 소년법상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사책임이 없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끝날 것 같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재수사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A 군의 실제 나이가 주민등록상 나이보다 2살 더 많다는 항고 이유가 받아들여진 까닭이었다. A 군은 주민등록상 2001년생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1999년생이었다. 형사 미성년자 여부는 호적 나이가 아닌 실제 나이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이런 와중에 강남경찰서는 A 군을 모범 청소년으로 선발해 장학금을 수여했다. A 군이 집을 나와 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출청소년이고 쉼터에서의 생활이 모범적이라는 이유였다. 피해자 가족은 절망했다. 피해 여아의 어머니는 ‘공정한 법 집행을 해달라’며 1년째 1인 시위를 계속 해오고 있었다. A 군이 13세의 촉법소년이라 불기소 처분을 받자 시작된 피해자 어머니의 1인 시위는 검찰 항고가 받아들여지자 재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장학금 논란까지 더해진 것이다.
분노한 것은 피해자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A 군의 장학금 수여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성범죄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돈을 주다니 말도 안 된다” “강남경찰서에서 A군에 대해 알았어도 문제고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강남경찰서는 곤란한 상황이 됐다. 최근 버닝썬 유착의혹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가운데 A 군의 장학금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비난 여론이 강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SNS에는 ‘#촉법소년_교회성범죄_구속’이라는 내용의 게시물과 함께 ‘#버닝썬_강남경찰서_성범죄_옹호’라는 해시태그도 함께 퍼지는 상황이다.
장학금을 전달한 강남경찰서 경목실 김봉기 목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장학생 선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김 목사는 “청소년의 달을 맞아 관내에 있는 청소년 가운데 불우하면서도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명목으로 장학금을 수여하게 됐다. 장학생 선발은 강남서 여성청소년과에 의뢰했다. 경목실에서는 여성청소년과에서 선발한 2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목사는 여성청소년과에서 A 군의 상황을 인지했었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여성청소년과로부터 A 군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장학금 수여를 거부했을 것이다. 현재 A 군에 대한 장학금을 박탈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그런 일을 저질렀더라도 개과천선의 여지가 있다고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강남경찰서 경목실은 블로그에 올라온 장학금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강남경찰서는 ”위기 청소년 지원에 필요하다는 경목실 이야기를 듣고 장학생을 선발했다. 하지만 A 군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