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분석한 B사의 매출 현황도.
[일요신문] 경상남도 기초지자체들이 LED 관급자재를 앞다퉈 구매해 온 배경에 대해 의혹이 일고 있다. 특정업체가 설계 당시에 규격제한 등을 통해 발주를 싹쓸이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남 지자체들은 몇 년 전부터 무작위로 LED 관급자재를 구매해오고 있다. 구매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조달청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합법을 가장한 불법행위가 만연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지자체에 LED 관련사업 로비를 하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다. 그런 가운데 실제로 업자들이 지자체 발주 공무원에게 청탁해 설계단계부터 자신들의 제품이 반영될 수 있도록 로비를 펼친다는 사실이 전직 공무원 A 씨의 제보로 드러났다.
A 씨에 따르면 LED 관련제품은 설계 단계에서 특정 회사의 제품이 반영되면 무조건 지명된 회사의 제품을 구입해야만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LED 관련제품의 특성상 통일된 규격이 없고 여러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 있기에 가능하다.
설계에 반영된 제품 외에 타제품을 구입할 경우에는 설계변경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제품의 회사는 사실상 납품이 불가능하다.
지자체는 대부분 조달청 쇼핑몰을 통해 관급자재를 구입하지만, 조달청의 쇼핑몰 제품에 대한 책임은 납품업자들에게 있다. 조달청은 규정에 맞는 제품을 팔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판로를 열어줄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납품업자들은 조달청이 원하는 규정에 맞춰 제품을 등록한다. 지자체가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면 특혜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전직 공무원 A 씨는 “오래전부터 LED업체의 로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설계에 반영되지 못하는 업체는 지자체의 선택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지자체에 로비만 잘하면 거저먹기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제보와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특정업체의 지자체 납품 내역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그 내용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B 사는 2013년 설립 이후 경남도 자자체에 LED 관급자재를 납품해왔다. 이를 분석한 결과 실로 놀라울 정도로 LED등기구에 혈세가 투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B 사는 설립 전인 2012년부터 이미 매출이 발생했다. 지자체별 납품 이력을 살펴보면 사천시청이 매입횟수 103건에 16억 3400만 원, 양산시청이 매입횟수 88건에 12억 6900만 원에 달했다.
이어 남해군청 매입횟수 66건에 5억 9000만 원, 의령군청 매입횟수 62건에 7억 1000만 원, 고성군청 매입횟수 62건에 11억 6900만 원, 통영시청 매입횟수 48건에 12억 8600만 원. 진주시청 매입횟수 42건에 9억 2800만 원 등 B 사가 설립 이후 지자체에 납품한 매출액은 모두 109억 원에 이른다.
특이한 점은 함안군은 2017년, 밀양시는 2018년 이후 B 사와 거래가 일체 없었지만, 반대로 창원시와 하동군은 2019년도부터 B 사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함안군은 특정업체와의 로비 문제로 관급자재 납품회사를 변경한 후 일체의 거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계약관계자 C 씨는 “설계에 반영된 제품을 발주부서와 의논한 후 조달청 쇼핑몰에 등재된 업체 중에 동종규격, 저가, 품질, 도내 소재한 조달등록업체 등 관련내용을 확인해 계약한다”고 밝혔다.
B 사 관계자는 “지자체에 영업활동을 하는 것은 없으며, 납품할 경우에만 대면을 하고 있다. 타사보다 월등한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수주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