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슬래그가 물과 만나 수산화물로 변질된 모습. 사진제공=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일요신문] A 사에서 발생한 철강슬래그를 전문적으로 재활용 제품으로 생산하는 주식회사 효석이 거제시 농지에 철강슬래그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침출수에 의한 2차 오염으로 바다가 오염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석은 거제시 둔덕면 늪지를 농지로 만드는 농지조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곳에 2018년 4월경에 철강슬래그 9만㎥을 납품했다. 효석은 농지에 철강슬래그를 납품하는 일련의 행위를 거제시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정한 법률 ‘철강슬래그 및 석탄재 배출사업자의 재활용 지침’을 살펴보면 농지에 재활용해도 된다는 문장은 찾아볼 수가 없다. 거제시는 관련 법률에 의해 재활용 제품을 허가받은 사용처에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취지의 답변만 줬을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효석은 농지에 철강슬래그를 덮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납품했다. 이를 근거로 봤을 때 납품하면 안 되는 곳에 납품했으므로,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농지법은 농지조성 개량사업에 사용되는 흙은 ‘양질의 토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흙보다 더 좋은 흙을 사용하라고 규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슬래그가 애당초 납품해서는 안 되는 재활용 제품인 것이다.
거제시 둔덕만 일대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이 대책마련을 위해 모임을 갖는 장면. 사진제공=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시공사가 철강슬래그로 농지조성을 계획한 이유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효석의 철강슬래그는 처지 곤란할 정도로 야적되어 있다. 효석은 이를 소비할 납품처를 찾기 힘들자 1㎥ 당 운송비 명목으로 1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돈을 얹어줘 가져가도록 유도한 것이다.
효석이 지원하는 1만 원은 철강슬래그를 제품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는 악덕 건설사에는 달콤한 유혹이 됐다. 향후 다가올 환경오염은 생각하지 않고 불법을 조장하도록 만드는 매개체로 작동한 셈이다.
문제는 철강슬래그가 환경오염을 유발시키고 말았다는 점이다.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수자원보호구역 둔덕만을 죽음의 바다로 만든 것이다. 물과 만난 철강슬래그 침출수는 산성염기성 농도가 ph12.7에 이르는 수산화물로 바뀌어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효석은 중금속만 검사하는 시험성적서로 철강슬래그를 정당화하고 있다.
거제시 둔덕면 어업인들은 양식 어장이 폐허가 될 정도로 피해가 극에 달하자 거제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땜질식의 조치는 지속적인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경남미래연구소 김해연 이사장은 “해결책이 있다. 철강슬래그가 원래 있던 곳으로 가면 된다. 효석은 납품하면 안 되는 농지에 납품하는 불법행위를 했기에 거제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원상복구한 후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득력 있는 대안책을 제시했다.
A 사 협력회사 효석 관계자는 “거제시에 허가받은 후 제품을 납품했다. 납품한 제품은 시험성적서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철강슬래그다”라고 밝혔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