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이석채 전 KT 회장,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전무, 김기택 전 상무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당시 인사 업무를 맡았던 김기택 상무는 “김성태 의원 딸 등을 VVIP 리스트로 관리했다”고 증언했다. 김 상무는“VVIP 자제 중 하나가 이 회장에게 민원을 제기했고 이후 관련 직원의 회사 생활 어려움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리스트를 만들었다. 회사에서 잘 지내는지 파악하기 위한 명단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인사운영팀장 노트북의 VVIP 명단 엑셀 파일에는 김성태 의원 딸, 허범도 전 국회의원 딸,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전 사장,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전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사장 등의 자녀나 지인 리스트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무는 “채용 과정은 비서실에 사전 조율을 받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이석채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스트에 대해 이석채 회장 측은 “대외적 협력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근무 여부 파악을 위한 것으로, 부정채용과는 관계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KT 대외지원 담당자 이메일에 “국회 환노위에서 우려됐던 KT의 노동 관련 이슈는 김성태 의원 등의 도움으로 원만히 방어됐다”는 내용이 뇌물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과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 의원이 친기업적인 정권의 기조를 따랐을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특히 친 이명박 계로 분류되는 이석채 회장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과정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특히 검찰은 2012년 10월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본인의 딸도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김 의원의 발언을 KT에 대한 압력으로 판단했지만, 채용을 대가로 증인 채택을 거래했다면 굳이 KT를 압박할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태 의원
일요신문이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반기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당시 국회 환노위는 쌍용차, 유성기업, MBC 파업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고 이들에 비해 KT는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T 채용비리 재판의 쟁점은 이석채 회장이 이들의 채용을 지시했는지 여부다. 하지만 리스트의 존재가 부정채용을 자동 증명하지 않듯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지시를 받았다던 당사자도 이 회장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김성태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KT가 부정채용을 한 것이 밝혀지더라도 그것을 뇌물 공여로 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라면서 “10여 명의 당사자 중 김 의원에만 적용한 뇌물 혐의를 입증하려면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검찰은 해당 리스트에 있는 인사 중 유일하게 김성태 의원만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김 의원이 “정치적 기소”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