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아라뱃길과 김포터미널 전경. 연합뉴스
공정위는 지난 13일 한국수자원공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거래상 지위 남용)에 대해 지난 7월 31일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수공은 2015년 11월 김포터미널㈜와 아라뱃길 경인항 김포터미널 컨테이너 부두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김포터미널㈜에 터미널 활성화를 위해 경영목표를 달성할 것을 요구했다. 2017년까지 김포터미널㈜가 물동량 6만 2000TEU를 창출하거나 350TEU급 선박을 제조해 운행하는 등의 내용이다.
김포터미널㈜가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수공은 지난해 4월 이를 근거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김포터미널㈜는 수공이 처음부터 달성하기 어려운 과도한 목표를 제시했으나 계약을 따기 위해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에 따른 계약해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이 같은 내용으로 김포터미널㈜는 공정위에 수공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공정위는 수공이 김포터미널㈜에 경영목표를 제시하고 강요한 것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수공이 김포터미널㈜에 요구한 경영목표치는 현실에 비해 너무 높아 달성하기 어려웠지만, 김포터미널㈜가 임대계약을 하려면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수공의 행위가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번 신고 사건에 국한된 점 등을 감안해 ‘경고’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수공 관계자는 “공정위의 처분 내용을 확인하는 대로 내부적으로 신중히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라뱃길 경인항 김포터미널 컨테이너 부두를 둘러싸고도 소송이 제기됐다. 여기에는 수공과 김포터미널㈜에 SM상선까지 얽혔다. 당초 아라뱃길 경인항 인천과 김포터미널 컨테이너 부두의 최초 운영자는 한진해운이었다. 수공과 한진해운이 2011년에 임대차 계약을 했고, 이듬해 전면 개통한 것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내놓은 자구안 중 인천과 김포터미널 컨테이너 부두에 대한 조치도 포함됐다. 한진해운은 한진해운경인터미널을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로 법인 분할·신설하고, 김포터미널을 담당하는 법인에 신규 자본금을 유치, 운영권을 투자자로 이전하는 방법을 택했다. 2015년 11월 신규 투자자로 김포터미널㈜ 모회사인 경인터미널㈜가 참여한다. 수공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경인터미널㈜가 먼저 양자간 투자유치 협약을 맺고, 이를 기초로 수공이 포함된 3자간 ‘이행담보협약서’가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협약서 안에 문제가 됐던 ‘2017년까지 물동량 6만 2000TEU 창출, 350TEU급 선박 제조·운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협약서에는 새로운 운영사인 김포터미널㈜가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원 운영사인 한진해운이 재인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기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듬해 1월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으며, 한진해운은 SM상선에 인수됐다. 수공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인수한 SM상선이 이행담보협약서를 근거로 수공에 김포터미널 재인수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수공은 협약서 조건에 따라 SM상선의 운영권 인수를 위한 중재를 시도했지만, 김포터미널㈜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지난해 4월 수공이 이행담보협약서를 근거로 김포터미널㈜에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김포터미널㈜ 측에서는 ‘당초 협약서는 모회사인 경인터미널㈜가 맺은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당사자가 아니다’, ‘김포터미널㈜는 이행담보협약서를 바탕으로 따로 임대계약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협약서 조항에는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터미널㈜가 불복하자 SM상선은 지난 1월 김포터미널㈜를 상대로 원상 회복을 해달라고 반환소송을 제기한다. 그러자 김포터미널㈜는 공정위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7월 10일 수공을 상대로 계약 해지에 불복하는 임대차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냈다. 협약서를 체결한 3자간 얽히고 설킨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다. 김포터미널㈜ 관계자는 수공과 소송에 대해 “수자원공사와 협의 과정 중 생긴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공정위의 ‘경고’ 조치를 받은 수공도 억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에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다고 말한 물동량 6만 2000TEU 등 경영목표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정부기관들의 김포터미널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수치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 당시 아라뱃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타당성 검사를 부풀린 것이 이번 문제의 핵심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아라뱃길이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 운하로 물류와 여객운송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KDI 등 국가연구기관도 여러 긍정적 데이터들을 쏟아냈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그런 수치들은 모두 부풀려진 허수였음이 드러나고 있는데, 결국 그 수치를 기준으로 협약을 체결한 수공과 김포터미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경인아라뱃길은 2012년 5월 전면 개통 이후 지난해 5월까지 6년간 화물 404만t을 처리, 사업계획의 4717만t 대비 8.5% 수준에 그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