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향후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하다. 여야 간 힘겨루기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히지 않았지만, 청문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미래의 인사권자(법무부 장관) 사건을 수사하게 된 셈인데, 그러다보니 검찰 내에서는 “실제 조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선뜻 수사를 할 수 있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앞두고는 검찰에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들을 봤을 때 ‘처벌 가능성’이 농후한 몇 가지 의혹들은 조국 후보자에게도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 고소 고발 7건…고소왕 강용석도 등장
현재 조국 후보자를 겨냥해 접수된 고소·고발장은 모두 7건. 명예훼손을 비롯해 업무방해, 부동산실명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후보자 가족을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신속한 배당이었지만, 당장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언론에서 아직 의혹을 제기 중인 단계이지 않냐”며 “실제 수사까지 해보면 의혹들 중에는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어도 범죄 처벌까지 가기에는 애매한 것들이 나온다. 언론 의혹 제기가 끝나고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기수 중 에이스가 가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사건을 배당해 둔 것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일단 지켜보고 추후 다시 배당하겠다’는 메시지라는 얘기다.
실제 대검찰청은 조 후보자 배우자·자녀의 사모펀드 투자, 선친이 운영하던 사학재단 웅동학원의 52억 원 규모 채무 면탈 의혹 관련 고발건 등 그 외 사건들은 아직 배당을 하지 않았다. 향후 흐름을 보고 수사 여부와 강도를 고려해 배당을 결정하기 위함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조만간 사건을 일선 검찰청에 배당할 예정”이라며 “사건이 교육, 채권 투자, 펀드 투자, 부동산, 명예훼손 등 영역이 다르고 친인척들도 다양하게 연결돼 주소지 기준으로 다르게 배당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배당하는지에 따라 검찰의 판단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중앙지검 등 특정 형사부나 조사부에 사건 전체를 몰아서 배당한다면 수사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사건마다 쪼개서 배당할 경우 의지가 없다고 봐도 된다는 얘기다.
고성준 기자
강용석 변호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검찰에 ‘맞고발’을 하고 나섰다. 강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 관계자들은 서울중앙지검에 조 후보자 딸과, 조 후보자 딸이 한영외고 재학시절 참여한 인턴 프로그램을 마련한 단국대 의대 교수 장 아무개 씨 등을 업무상배임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다. 논문 작성 후 제1저자로 조 후보자 딸 이름을 올려 부산대 입시 과정과 관련한 업무를 방해했고, 연구비를 지원한 재단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게 강 변호사 측의 주장이다. 일단 경찰청은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건을 신고자 주소지 관할인 경남 양산경찰서에 배당했다.
# “언론 의혹 제기와 낙마 여부가 관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런 사건은 인지 사건이 아니고, 언론과 정치권에서 의혹을 제기해 수사하는 흐름이라 본격적인 고발인 조사 등은 1~2주일 뒤에나 시작할 것”이라며 “언론이 보도하는 뉴스를 찬찬히 보면서 기본적인 구조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이 더 확실한 ‘불법 정황’을 포착하면 할수록 달라질 것이라는 평이다. 법원 관계자도 “기사를 보니까 도덕적인 비난의 여지가 있는 영역과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영역이 다르더라”며 “수사를 하더라도 ‘봐줬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만큼 도덕이나 상식 영역에서의 문제가 많다”고 풀이했다.
시간을 끌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는 검찰의 본능적 태도도 다시 나올 수 있다.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청문회가 열린다면 조 후보자가 어떻게 해명하는지 지켜보고 그에 따른 여론 상황도 파악한 뒤 수사 여부와 강도를 결정하는 게 좋다”며 “청문회 뒤에도 여론이 좋지 않다면 그만큼 수사 동력이 더 강하게 붙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후 야당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라는 평이다. 청와대에서부터 ‘인사’로 검찰을 휘어잡았던 조 후보자가 정식 인사권자가 되는 것인데,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겠냐는 얘기다.
익명의 한 현직 검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이 인사로 물갈이가 다 됐고 그 배경에 조국 후보자가 있었다는 게 중론인데, 그런 조 후보자를 상대로 수사를 확실하고 강도 높게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 검사가 아니면 힘들다”며 “서울동부지검에서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했다가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이 모두 옷을 벗고 나간 지 얼마나 됐냐. 내년 자기 인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검사”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검찰 전체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합의로 패스트트랙에 올라탔는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내부적으로 내홍이 깊어지고 있어 범여권 패스트트랙 연대도 삐걱거리고 있지 않냐”며 “조국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딸 관련 사건이 검찰에 ‘인질’처럼 잡혀서 수사권 조정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검찰이 ‘패’ 하나를 더 확보했다고 봐도 된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