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반응하는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개발된 스마트 블록공중합체 입자 (전자현미경 이미지)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 김범준 교수 연구팀이 빛에 의해 모양과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마이크로 입자 제작기술을 개발했다.
아주 작은 입자의 모양이나 색을 원하는 대로 가공(fabrication)할 수 있게 되면 군용장비의 위장막(artificial camouflage), 병든 세포만 표적하는 약물전달캡슐, 투명도 및 색이 변하는 스마트 윈도우나 건물외장 인테리어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외부의 환경 변화에 반응해 스스로 모양이 변하는 스마트 입자는 디스플레이용 광결정 물질이나 광화학 센서, 코팅 필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소재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기존의 스마트 입자들은 주로 생물학적 응용을 위해 pH, 온도, 생체분자와 같은 물리화학적인 자극들에 감응할 수 있도록 제작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화학적 자극들은 해상도가 낮아 국소 부위에 자극을 주기 어렵고, 자극 스위치를 선명하게 켜고 끄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빛은 선택적인 부분에 원하는 시간만큼 매우 효과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어 국소적인 부분에만 입자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빛은 파장과 세기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선택적, 순차적으로 입자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빛에 감응할 수 있는 스마트 입자의 연구는 제한적이다. 현재 기존 빛에 감응하는 스마트 입자는 제작방법이 복잡하고 편광방향으로의 길이 연장만 가능한 등 정밀한 모양변화가 어려워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빛에 의해 분자구조가 변해 친수성 정도나 광학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계면활성제를 개발하고 이들의 자가조립방식을 기반으로 빛에 반응해 모양과 색깔이 변하는 수㎛(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스마트 입자를 대량으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계면활성제는 물에 녹기 쉬운 친수성 부분과 기름에 녹기 쉬운 소수성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화합물이다.
빛을 쬐어준 시간과 파장에 따라 구형에서 타원체, 튤립, 렌즈형태 등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한편 입자의 색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100㎛ 이하의 국소 부위에만 빛을 조사함으로써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모양을 정교하게 유도할 수 있다.
특히 반응하는 빛의 파장이 서로 다른 계면활성제를 활용하면 입자 모양의 변화를 여러 단계로 조절하거나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리는 변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스마트 입자로 만들어진 박막이나 용액은 그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정보를 담거나 신호를 넣을 수 있는 스마트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김범준 교수
김범준 교수는 “이 연구에서는 빛을 통해 선택적인 부분에서만 입자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스마트 입자를 구현했다“면서 ”빛의 조사시간, 파장에 따라 마이크로 단위의 국소적인 부위에서 선택적으로 입자의 모양과 색을 조절할 수 있어 스마트 입자의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결과는 지난 4일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잭스(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논문명 ‘Light-Responsive, Shape-Switchable Block Copolymer Particles’로 게재되는 한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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