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e마을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e마을’을 통해 아파트 단지별 관리비 조회, 무인택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e마을은 앱뿐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축해 놓은 상태다. 2015년 4월,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e마을은 수차례 증자를 거쳐 2017년 12월 기준 자본금은 23억 5500만 원에 육박했다.
코링크PE로부터 투자를 받기 앞선 2015년 12월, 서울시 내 10여개 자치구는 e마을을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선정했다. 2016년 5월에는 은평구가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MOU를 e마을과 체결했고, 같은해 9월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e마을 서비스 시범사업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가졌다. 이후 부천시, 고양시 등도 e마을과 각종 업무를 함께하면서 e마을의 활동 영역은 넓어졌다. 2017년 6월에는 사명도 기존 자하스마트에서 e마을로 변경했다.
e마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다. e마을 홈페이지에는 2018년 초 이후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과거 게시글을 살펴보면 각종 공연 티켓 이벤트나 e마을 관련 공지사항 등이 있었지만 최근 1년 사이에 올라온 글은 없었다.
이에 ‘일요신문’은 지난 9일 e마을 사무실을 찾았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e마을 사무실은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한 빌딩에 위치한다. 방문해보니 한 사무실 안에 방 형태로 여러 공간을 만들어 각기 다른 업체가 입주해 있는 형태였다. 해당 사무실 운영사인 A 사에 따르면 임대료는 공간당 월 10~55만 원 수준으로 1000억 원을 투자받은 e마을 사무실 치고는 작아 보인다.
실제 e마을 사무실이 이곳에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사무실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e마을에 대해 물었지만 e마을을 아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건물 안내사무소 직원은 “여기서 근무한지 1년 가량 됐는데 e마을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같은 사무실에 위치한 다른 업체 직원은 “e마을이라는 회사는 잘 모르겠다”며 “다만 업체 간 교류가 없어서 이곳에 사무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실하게 얘기하기는 어려우니 전화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e마을에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착신이 금지된 번호였다.
수상한 점은 또 있다. e마을은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유 아무개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유 씨는 2018년 1월 교육서비스 제공 업체 ‘가가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가재의 사무실 위치는 e마을 사무실 인근에 있는 빌딩으로 나온다. 기자가 가가재 사무실을 찾아가보니 e마을과 마찬가지로 한 공간에 여러 업체가 입주해 있는 형태였다. 이곳에서 가가재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건물 안내도 등에 따르면 e마을 사무실과 가가재 사무실은 A 사의 소유다. A 사는 사무실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무실 크기는 대부분 1~3인실로 소규모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A 사는 비상주사무실 서비스도 제공한다. 비상주사무실 서비스는 사무실은 필요 없지만 사업장 주소가 필요한 법인을 위한 것이다. e마을과 가가재가 어떤 형태로 A 사와 계약을 맺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비상주사무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마을은 설립 2년 만에 수도권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MOU를 맺었고 코링크PE로부터 1000억 원이라는 거금도 투자받았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현재는 서비스도 사실상 중단됐고, 회사의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코링크PE가 자본금 4억 500만 원(코링크PE가 투자할 당시 기준)의 기업에 1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지자체로부터 상당한 인정을 받았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춘 것도 일반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다.
기자가 e마을 사무실을 찾아가보니 한 사무실 안에 방 형태로 여러 공간을 만들어 각기 다른 업체가 입주해 있는 형태였다. 사진=박형민 기자
한편 지난 9일,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의 경우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면서도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의 임명과 별개로 코링크PE와 관련한 각종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9일 코링크PE 관련 핵심 인물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아무개 코링크PE 대표는 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조 장관 가족 일가로부터 74억 5500만 원 납입을 약정받았다고 금융당국에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10억 5000만 원을 출자받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코링크PE로부터 투자받은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의 대표 최 아무개 씨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씨는 웰스씨앤티의 돈 1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웰스씨앤티는 2017년 8월 코링크PE로부터 23억 8500만 원을 투자받았는데 이후 관급공사 수주물량이 급증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장관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웰스씨앤티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코링크PE가) 사모펀드라는 사실을 몰랐고, 아내가 투자한 후 (재산공개에)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최근에는 조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더블유에프엠(WFM)으로부터 고문료 명목 등으로 매달 수백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WFM은 영어교육 및 이차전지 음극재 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코링크PE가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를 통해 2017년 10월 인수했다. 정 교수는 SNS를 통해 “영문학자로서 회사로부터 어학 사업 관련 자문위원 위촉을 받아 영어교육관련 사업을 자문해 주고 자문료로 7개월 동안 월 200만 원씩 받았을 뿐”이라며 “동양대학교에 겸직허가 신고 등 관련 절차를 모두 이행했고 세금신고까지 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