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자동차 수출담당 관계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 3월 2002년 신모델로 출시한 뉴그랜저XG 때문이다. 이 모델은 국내외에서 빅히트를 친 그랜저XG 모델을 부분개조(face lift)해 출시한 새 모델.
모델이 출시된 것은 지난 3월7일. 현대차는 이 모델이 지난 2000년 9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17개월 동안 총 8백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 야심작이라고 자랑했다.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은 꽁무니. 트렁크 리드 끝쪽을 살짝 치켜 올렸고, 뒤쪽 범퍼에 부착되던 차 번호판 부착 위치를 트렁크로 올려 놓았다. 리어콤비네이션 램프도 기존 사다리꼴에서 ㄴ자형으로 변화시키면서 끝부분을 트렁크쪽으로 조금 확장했다.
문제는 바로 이 리어콤비네이션 램프였다. 국내에서도 뉴그랜저XG 시판 직후부터 ‘꽁무니 디자인이 이상해졌다’는 비판이 XG 동호회는 물론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
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현대자동차미국판매법인(HMA)이었다. HMA측은 “뉴그랜저XG의 디자인이 나쁘다”며 수입 거부의사를 표명한 것. 이 때문에 현대차는 뉴그랜저XG를 출시한 지 2개월이 넘도록 미국시장에 단 1대도 수출을 하지 못했다. 현대로선 개발비로 들어간 8백억원을 날려버린 셈이다.
결국 현대차는 당분간 기존 XG를 수출용으로 계속 생산해 미주시장에 공급하고, 1백억원을 추가로 들여 ‘수출용 뉴그랜저XG 변형모델’을 새로 개발하는 등의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게 됐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판단착오가 누구 책임이냐는 것이다. 개발 초기부터 해외 바이어들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현대차는 이 모델의 개발을 강행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뉴그랜저XG의 디자인 선택은 고위 경영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고위 경영층의 “뒤를 좀 넓혀 보지”라는 한마디에 현재와 같은 디자인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대차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뉴그랜저XG 후속 모델의 디자인으로 두 가지를 마련했으며, 고위층에 의해 두 가지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