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항 재개발지역 항공 촬영 모습. 오른쪽은 일부가 ‘그린 망’으로 덮여 있지만, 왼쪽은 전혀 덮이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요신문] 대우건설이 거제시 고현항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환경영향평가 규정대로 공사를 하지 않아 환경오염을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마산해수청)은 대우건설이 규정된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는데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현항재개발사업은 고현항을 거제시의 부족한 도심기능을 보완하는 복합도심지구로 만들고, 다양한 관광자원의 거점역할 수행을 위한 목적으로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차 사업을 준공한 상태로, 2차 사업이 곧 마무리되면 3차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해수부가 민자투자방식으로 추진하면서 거제빅아일랜드가 시행을 맡았다. 시공은 대우건설이 담당한다. 거제빅아아일랜드는 거제의 새로운 도심환경을 조성하고 거제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린 도심지 개발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최근 이곳에는 대림산업에서 대단지 고층 아파트를 건립하는 등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민자투자방식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관리·감독은 해수부, 즉 마산해수청이 맡고 있다. 하지만 마산해수청은 고현항재개발사업 현장이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전혀 개입하지 않아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 중에 발생시킨 비산먼지가 고현 시내로 날아가 시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고현항 매립지에서 발생한 비산먼지(동그라니 선 안)가 시내방향으로 흩날리는 모습.
대우건설이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대목은 명료하다. 해양수산부 고시 제2015-71호 ‘고현항 항만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서’ 20쪽 환경관리 계획 대기질 부분을 살펴보면 ‘토사의 적치 시 바람에 의한 흩날림 방지를 위해 방진덮개(통풍성이 없는 비닐류) 설치’라고 명시돼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우건설 측이 부분적으로 방진덮개를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이 공사장 일부에 사용한 덮개는 일명 ‘그린 망’으로 주로 가설방음패널 상단에 설치하는 방진망이다. 이는 ‘고현항 항만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서’에 명시된 방진덮개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은 이를 방진덮개로 우기고 있다. 이마저도 일부만 설치해 놓은 상태다.
대우건설이 건설환경관리지침 표준시방서에 각각 사용처를 정해 놓았는데도 설계에 그린 망이 방진덮개로 정해져 있다는 논리를 펼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규격품인 방진덮개 사용 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건설 관련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 잦은 태풍으로 인해 비산된 먼지로 거제시민이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사답지 않게 이윤만 추구하는 대우건설의 비윤리적인 태도와 마산해수청의 감독부실에 대해 날선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현항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한 거제시민은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 당시, 입안에 모래가 씹히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물을 뿌리고 규정대로 방진덮개를 해서 먼지를 억제하면 될 것을 왜 안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 상황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마산해수청은 취재가 진행되자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마산해수청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을 파악한 뒤, 권고 및 시정조치 등을 통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