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 사진=연합뉴스
한화시스템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김동관·동원·동선 삼형제가 지배하는 에이치솔루션이 투자한 기업이다. 에이치솔루션의 전신은 그룹 정보통신기술(ICT) 일감을 맡던 한화S&C. 2017년 ICT사업부문만 따로 떼어내 한화S&C라는 회사를 만들고, 투자부분은 에이치솔루션으로 남긴다.
사모펀드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 헬리오스S&C를 통해 에이치솔루션으로부터 한화S&C 지분 44.64%를 2500억 원에 매입하며 FI로 참여하게 된다. 같은 해 한화S&C는 한화시스템에 합병된다. 헬리오스는 이렇게 한화시스템 지분 26.07%를 갖게 된다. 그해 말 한화시스템은 1069억 원의 배당을 실시한다. 헬리오스는 약 280억 원의 배당수익을 챙긴다.
헬리오스는 이듬해인 2018년 에이치솔루션으로부터 주식 6.57%를 추가 매입한다. 1주당 1만 5732원씩 총 930억 원 규모다. 이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한화시스템 지분 32.61%를 확보하는데 투입한 자금은 모두 3430억 원 규모다.
한화시스템의 이번 공모가 산정은 유사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이뤄졌다. 방산부문에서는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서는 삼성SDS, 포스코ICT, 아시아나IDT다. 이들 종목은 현재 시장가치 대비 세전영업이익(EV/EBITDA) 기준 각각 12.27배, 10.06배의 값이 구해졌다. 한화시스템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에 이 배수를 곱해 구해진 값이 기업가치 2조 997억 원으로, 1주당 1만 9048원이다. 여기에 26.5%~35.69%의 할인율이 적용돼 1만 2250원~1만 4000원의 밴드가 정해졌고, 수요예측을 거쳐 밴드 상단인 1만 4000원이 공모가로 확정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화시스템이 이번 상장을 준비하면서 은밀히 액면분할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주식공모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공시하기 전까지 한화시스템의 총발행주식수는 5103만 주였다. 그런데 이번 공모과정에서 발행주식수가 1억 207만 주로 늘었다. 2분의 1 액면분할이 이뤄진 것.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헬리오스는 이번 기업공개에서 보유 중인 3328만 주 가운데 2470만 주만 매각한다. 3460억 원 규모로 이번 구주매출로만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하는 셈이다. 배당수익 280억 원을 감안하면 투자기간 동안 든 비용까지 회수되는 셈이다. 결국 상장 후 잔여지분 858만 주의 가치가 실제 투자수익이 된다. 공모가 기준 1200억 원인데, 할인율을 배제하면 1600억 원이 넘는다.
김동관·동원·동선 삼형제가 지배하는 에이치솔루션의 한화시스템 지분가치는 2816억 원(할인율 적용 전 공모가 기준)이다. 앞서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지분을 매각해 챙긴 3430억 원까지 감안하면, 한화그룹의 ICT부문 일감유동화로 챙긴 총 가치는 6246억 원이다. 물론 향후 한화시스템 주가흐름에 따라 이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보유지분은 2대 주주 수준이다. 1대 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52.91%)는 지주사인 (주)한화가 지분 33.34%를 보유해 지배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 입장에서는 한화시스템 지분을 활용해 (주)한화 지분을 늘리는 게 합리적이다. 매각 또는 주식맞교환이 예상된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 9월 (주)한화 지분 49만여 주를 122억 원에 매입했다. 지분율은 4.2%로 높아졌다. 김 회장 아들 삼형제의 기존 보유 지분 7.78%와 합하면 이들의 (주)한화에 대한 지분율은 11.98%다. 김 회장(22.65%)에 이어 2대주주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