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두 달 정도 남겨놓은 이때 또 한 명의 탈퇴 소식이 들려왔다. 올 상반기 가요계에 불어닥친 충격이 승리와 ‘버닝썬 친구들’에 기인했다면 하반기는 이 멤버의 일당백이다. 7인조 보이그룹 몬스타엑스에서 리드보컬을 맡고 있던 원호(26·본명 이호석, 개명 전 신호석)다.
과거사 논란으로 탈퇴한 몬스타엑스의 전 멤버 원호.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0월 29일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원호 관련 논란은 앞선 ‘탈퇴 선배’들의 행적을 능가한다. 현재까지 불거진 논란만 해도 대마초 구입 및 흡연, 채무불이행, 미성년 범죄 가담 등 어마어마하다. 대부분 과거에 국한돼 있기는 하지만 이 가운데 스스로 사실관계를 인정했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측에 사과를 한 사실이 없어 더 큰 질타가 이어졌다.
원호의 사건은 그 폭로자들이 이미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라는 점에서도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코미디TV의 예능 프로그램 ‘얼짱시대’에서 보이시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정다은(27)과 이른바 ‘한국판 가십걸’로 불리는 한서희(24)가 이 사건의 폭로자다. 현재 연인 사이인 이 둘이 이틀에 걸쳐 원호와 관련한 문제를 폭로하면서 결국 그의 그룹 탈퇴까지 이어졌다.
앞서 정다은은 지난 10월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원호의 방송 출연 사진을 올린 뒤 “호석아, 내 돈은 대체 언제 갚아?”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지인이 “쟤(원호) 아직도 안 갚았어? 6년은 넘은 듯”이라고 댓글을 달자 이에 “10%도 못 받음. 꼴랑 200(만 원) 갚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서희 역시 이 게시물에 원호를 저격하며 “다은이 삼천만 원 내놔”라는 댓글을 달았다.
10월 29일 정다은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원호를 저격했다. 사진=정다은 인스타그램
여기에 더해 동거 생활 동안 원호가 정다은의 물건을 훔쳐 판매하거나 한 번에 30만~50만 원씩 돈을 빌려간 뒤 갚지 않았다는 게 정다은 측 주장이다. 이후 원호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으나 2016년까지 소속사의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고도 폭로했다. 정다은의 주장에 따르면 원호가 그에게 갚은 돈은 이틀에 걸쳐 200만 원이 전부였다.
이 같은 폭로가 이어진 데는 원호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미흡한 대처도 한몫했다. 앞서 다수의 스타가 빚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것을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다은 측을 상대로 다소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스타쉽 측은 언론에는 “사실무근”으로 대응하는 한편, 변호인을 선임해 정다은에게 변호사 사무실로 직접 와서 사실관계를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정다은이 변호사와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스타쉽은 더 큰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스타쉽이 정다은과 한서희에 대한 정식 고소 의사를 밝히자 또 다른 폭로가 터져 나왔다. 원호의 미성년자 시절 범죄 가담과 ‘대마초 흡연’이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원호는 열다섯 살이던 2008년께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범죄에 연루됐다. 강도상해, 특수절도,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등 혐의에서 그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주동자가 따로 있었고, 범행 당시 망을 보는 역할에 한정되는 등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여기에 과거 대마초 흡연 폭로가 더해졌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마약 공급책으로 지목됐던 MD 조아무개 씨와 정다은이 원호의 대마초 흡연 사실을 경찰에 알린 것이다. 정다은은 온라인 연예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2013년 10월께 원호의 권유로 자신의 집에서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고 폭로했다. 이를 통해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9월 말 원호의 모발을 임의제출 받아 마약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호의 과거사를 차례로 폭로한 정다은(왼쪽)과 한서희. 사진=한서희 인스타그램
스타쉽 측이 서둘러 원호의 탈퇴를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10월 30일까지만 해도 정다은과 한서희를 향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며 엄포를 놨던 스타쉽은 이튿날인 31일 새벽 갑작스럽게 원호의 탈퇴 사실을 알렸다. 과거 논란은 배제하더라도, 현재 진행형으로 수사되고 있는 마약 문제는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스타쉽 측은 1일 오후 공식입장을 내고 “원호가 9월 독일 공연 후 귀국시 공항에서 수화물 및 몸 검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간단한 과정이었고 세관 검사의 일부로 안내받아 별도로 수사 내용에 고지받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2013년 대마초 혐의와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당사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원호와의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호와 2019년 11월 1일부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스타쉽의 갑작스러운 입장 번복을 두고 업계 내부에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원호에 대해서는 데뷔 직후부터 과거사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에 소속사가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데뷔를 시켰고, 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은 채 개인에게만 전가시켰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일반인들도 아는 아이돌 멤버의 과거사, 그것도 범법 행위를 소속사만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아마 익명의 일반인이 폭로한 건이었다면 소속사는 계속 허위사실 유포로 몰고 갔을 수도 있지만 나름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들이 실명을 걸고 폭로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몬스타엑스는 11월 1일부터 원호를 제외한 6인 체제로 활동을 지속한다. 앞서 정다은은 원호 외에 리더인 셔누에 대해서도 유부녀와 불륜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 논란은 셔누가 해당 여성의 결혼 전에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밝혀져 일단락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