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조 회장은 “가족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어머님이 계시는데 그냥 우리(삼남매)끼리 나눠 갖자는 말을 못 하겠더라”라고 밝혔다. 행간을 읽으면 이명희 전 이사장이 현재의 구도를 원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전 이사장의 지지 없이는 삼남매 중 누구도 경영권을 독차지하기 어렵다. 이 전 이사장은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 정석물류학술재단 등 한진칼 지분 3.38%를 가진 한진그룹 계열 재단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전 이사장이 사실상 경영권의 키를 쥔 셈이다.
또 조 회장은 “제가 어머님을 평생 모시겠지만, 형제끼리 같이 잘 지내자는 뜻”이라며 “(상속세는) 나야 소득이라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소득도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룹 주력에 대한 주도권은 여전히 조 회장에게 있고 상속세 마련 등을 위해 조현아 전 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 일가가 신고한 상속세 총액은 2700억 원이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직금(650억 원), (주)한진 지분매각(250억 원)으로도 한참 부족하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은 주요 계열사에서 모두 급여를 받았다. 조원태 회장도 이를 따른다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조현아 전 대표 역시 회사에서 일단 직을 가지면 상당한 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요주주 지분율.
현재 한진칼은 KCGI(일명 강성부펀드) 지분율이 16%에 육박한다. 잠재적 위협세력인 국민연금은 지분을 5% 미만으로 줄였지만, 반도종합건설 계열인 대호개발이 최근 5.06%의 지분을 확보했다. 강성부펀드와 합치면 21%가 넘는 지분이다. 미국 델타항공 지분 9.2%가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지만, 40%가 넘는 기타주주의 지지가 중요하다. 당장 조 회장 본인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연임 여부에 대한 주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앞서 지난 3월 주총에서 고 조양호 전 회장은 등기임원 연임에 실패한 바 있다.
한편 한진그룹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올해 3분기말 대한항공 적자는 7000억 원이 넘는다. 이익잉여금도 마이너스 4600억 원을 넘어섰다. 배당 재원이 바닥났다는 뜻이다. 한진칼도 지난해에 이어 적자 행진인 데다가 배당 재원이 바닥난 지는 이미 오래다. 자금력을 갖춘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간접적으로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