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 21일 KT 차기 회장 후보군 압축을 위한 지배구조위원회가 열렸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KT 법무실은 지배구조위원회 위원들에게 법률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 KT 법무실이 국내 굴지의 대형 법무법인 세 곳에 의뢰해 받은 의견서였다. 이 법률검토의견서는 차기 회장 공모에 참여한 A 후보가 결격 사유로 회장 자격이 없다는 법률검토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제는 해당 법률검토의견서가 제출된 과정이다. 이 의견서는 지배구조위원회가 KT 법무실에 요청한 것이 아니라 법무실이 자체적으로 대형 법무법인들에게 의뢰해 받은 것이다. 또 지원한 모든 후보가 대상이 아닌 특정 후보만을 지목해 법률 검토를 받았다. 이를 두고 KT 안팎에서는 황창규 회장 및 경영진이 회장 선임 절차에 관여해 특정 후보를 배제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법무실이 회사 돈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3개 대형 법무법인에서 의견서를 받은 사실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KT 차기 회장 후보자가 개인정보를 제공한 곳은 지배구조위원회”라며 “하지만 KT 법무실에서 후보자의 개인자료를 들여다보고,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의견서 제출 과정의 문제와는 별개로 의견서 내용 적절성을 두고도 A 후보 측은 반발하고 있다. A 후보 측 관계자는 “A 후보의 후보 자격 요건은 KT 정관에 전혀 문제가 없다. 법제처의 해석 및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 또한 KT 내부에서는 이석채 전 회장의 선임과정의 선례도 있다”며 “따라서 현재 법무실이 제출한 의견서는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 사진=박은숙 기자
이 역시 불공정 시비를 낳고 있다. 일단 과거 KT 회장 선임 과정에 헤드헌팅 업체가 회장 후보자 면접을 진행한 사례가 없고 사측이 면접을 진행할 헤드헌팅 업체를 선정했다면 회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잡음이 지속되자 노동조합도 각을 세우고 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 황창규 회장의 의중을 반영하려 하는 회사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끊임없이 감지된다”면서 “황창규 회장 및 경영진이 계속해서 차기 회장 선임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강경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회사와 별개의 문제라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