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11월 30일부터 이틀간 ‘쿠우쿠우가, 잘되면 점주 내쫓고 회장 딸이 매장 오픈’이라는 기사와 ‘협력사 압박해 회장가 배 불려’라는 보도를 냈다. SBS는 쿠우쿠우가 가맹점이 만든 상권을 빼앗아 회장 일가가 운영토록 했다고 전했다. 또 가맹점에 식자재나 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에게 쿠우쿠우 본사가 매출 20%에 달하는 운영지원비를 받았다고 했다.
쿠우쿠우 전직 임원 A 씨가 SBS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SBS 캡처
‘가맹점 상권 빼앗기’ 보도부터 양측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문제를 제기한 쿠우쿠우 수유점 대표 B 씨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직선거리로 150m 정도 떨어진 9층에 300평 매장을 벌써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었다. 회장 딸이 운영하게끔 만들려고 나를 강제 폐점시킨 게 아니냐”고 했다. 보도 이후 B 씨는 “와전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쿠우쿠우 수유점과 직선거리로 150m 떨어진 쿠우쿠우 강북구청점이 문을 연 건 2018년 11월. 쿠우쿠우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쿠우쿠우는 강북구청점이 아닌 수유점과 직선거리로 5km 정도 떨어진 정릉에 가맹점을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B 씨가 수유점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폐점을 얘기해 이때부터 강북구청점을 만들 계획을 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상권 가운데 하나인 수유 상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B 씨는 “김영기 쿠우쿠우 회장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수유점과 5km 떨어진 정릉에 가맹점을 낼 거라고 선언했다. 무언의 압박으로 봤다. 정릉점이 생기면 손님이 줄고 ‘망한다’고 판단해 울며 겨자 먹기로 폐점했다”며 “폐점하고 나니 정릉점에 가맹점을 내지 않고 150m 떨어진 곳에 대표의 딸이 하는 강북구청점이 생겼다. 날 강제 폐점시켰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쿠우쿠우 수유점 대표 B 씨가 남긴 댓글이다. B 씨는 댓글에서 쿠우쿠우 본사가 인근에 대형 매장이 들어올 거라고 갑질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물망에 오른 지역은 실제론 직선 거리 4km 이상 차이나는 지점이었다.
B 씨는 쿠우쿠우에게 합의해지약정서를 쓰는 조건으로 1억 50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애초 쿠우쿠우는 5000만 원을 제안했다. B 씨는 이에 “시너를 뿌리고 자결하겠다”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쿠우쿠우는 보상금을 1억 5000만 원으로 올려줬다. 이에 대해 B 씨는 “3억 5000만 원을 주고 이전 점주에게 쿠우쿠우 수유점을 넘겨받은 걸 감안하면 나는 투자금 회수조차 되지 않은 채로 손해 봤다”고 주장했다.
수유역과 정릉역 사이 직선거리는 약 4.2km다. 차량 이동 거리는 5.2km 정도된다. 서울역과 홍대입구역 직선거리와 차량 이동 거리가 각각 약 4.2km, 5.3km다. 현재는 폐지된 상태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프랜차이즈 관련 신규점포 출점 거리 제한 제도 기준은 제과점은 500m, 치킨전문점은 800m, 피자전문점은 1.5km 내 같은 체인점 출점을 금지했다.
쿠우쿠우 회장 일가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매출 최대 20%를 운영지원비 명목으로 받았다는 보도도 말이 엇갈렸다. 쿠우쿠우의 한 납품업체 대표는 “매출의 2%를 운영지원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뒷돈이 아니라 세금계산서도 발행하고 계약서에도 명시돼 있는 금액이라 문제없다”고 밝혔다. 반면 SBS와 인터뷰했던 전 식자재 납품업체 대표는 “회장 일가가 하는 가맹점엔 식자재를 원가에 납품했고, 매출 최대 20%를 운영지원비로 내면서 남는 게 없어서 그만뒀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도 자료는 공개는 거부했다.
쿠우쿠우 전 임원이자 갑질 폭로 당사자인 A 씨 아들의 페이스북. A 씨 아들은 SBS의 쿠우쿠우 갑질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며 No Shame이라고 썼다. 사진=A 씨 아들 페이스북 캡처
이번 폭로전 중심에 있는 A 씨는 전직 임원이자 강명숙 쿠우쿠우 대표의 조카로 밝혀졌다. 강명숙 대표에 따르면 고모인 강 대표는 어릴 적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던 A 씨를 거둬들였다. 강 대표는 2014년 5월 A 씨를 쿠우쿠우로 합류시켜 과장 직급을 달아줬다. 입사 2년 만인 2016년 A 씨는 상무로 특급 승진했다.
쿠우쿠우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 10월경 협력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해고됐다. 그 뒤 복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쿠우쿠우에 50억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A 씨는 “(협력업체에게) 돈을 받은 사실도 없고 쿠우쿠우에 50억 원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입수한 협력업체와 A 씨의 거래에는 A 씨가 돈을 받은 흔적이 드러났다. 한 식자재 납품업체는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2500만여 원을 A 씨 아들 통장으로 송금했다. 한 인테리어 업체는 2017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총 2250만 원을 A 씨와 A 씨 아들 통장으로 입금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돈만 총 4750만여 원. 이에 대해 A 씨는 별다른 해명 없이 “검찰 조사에서 밝힐 것”이라고만 했다.
쿠우쿠우 협력업체 대표가 A 씨 아들 통장에 750만 원을 보낸 내역. 일요신문이 확보한 거래 내역 가운데 일부다(왼쪽). 협력업체 대표는 돈을 입금한 뒤 A 씨에게 처리했다는 확인 메세지를 보냈다.
A 씨가 ‘갑질’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쿠우쿠우 협력업체 대표는 “A 씨가 돈 달라고 해서 줬다. 6개월에 한 번 1500만 원씩 총 4500만 원을 줬다”며 “A 씨가 실무를 다 하니까 협력업체들 사이에선 대통령이었다. 안 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쿠우쿠우 폭로전에 동참한 수유점 대표 B 씨 역시 과거 A 씨가 절대적인 존재였다고 전했다. B 씨는 “쿠우쿠우가 품질 점검을 나와 자신들의 기준에 미달되면 언제든지 계약해지할 것 같은 압박을 줬다. 그때 내가 A 씨에게 ‘품질 관리 잘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며 “A 씨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너 죽고 나 죽자’인 건 알지만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선 힘을 합쳐야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자신이 폭로전을 시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SBS가 경찰에서 입수한 사실을 가지고 내게 먼저 취재 요청을 해 와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우리가 정보를 내보낸 게 아니다. SBS가 물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9년 9월 쿠우쿠우 갑질 의혹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초기 단계다. 윤곽은 내년으로 넘어가야 잡힐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