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울진간 36번 국도. 사진=울진군 제공
[일요신문] 경북 울진읍과 봉화군 사이의 직선화도로 ‘국도 36호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새 도로가 생기면서 기존 국도를 그대로 활용할 것인지, 도로를 폐쇄하고 생태를 복원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3월 30일 도로개통을 앞둔 시점에서 주민과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10년 총 사업비 2974억 원을 투입해 총연장 19.3km, 폭 10.5m의 왕복 2차로의 ‘국도 36호선’을 조성했다. 당초 개통은 지난해 12월. 하지만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해당 구간 사면 9곳이 유실되면서 올해 3월로 개통이 연기됐다. 여기에 기존 국도 일부 구간을 농로 수준인 3.5m로 축소하고 비포장 도로로 복원한다는 것이 국토청의 계획이다. 이 일대의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 동물들이 오갈 수 있는 국가생태보전지구이자 산양보호지구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기존 도로를 그대로 활용하라는 입장이다. 이곳은 불영사와 불영계곡 등 명승지로 둘러싸여 있어 관광객과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다. 산송이를 채취하는 주민들의 재산권에도 영향이 큰 지역이기도 하다. 기존 도로 가운데 일부를 폐쇄하고 도로 폭마저 좁히는 것은 주민들의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기존 36번 국도 반대투쟁위’ 남광수 대외협력부장은 “(36호 국도는) 지난해 태풍 ‘미탁’으로 개통이 3월로 연기됐는데 기존 도로는 며칠이 지나서야 복구됐다. 이런 사소한 부분의 대처 능력도 이 정도인데 기존 도로를 차단하면 천재지변 발생 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개발과 환경이 역행한다는 것은 알지만 같이 협의할 부분이 있을 것인데 왜 협의체 구성에 주민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가. 군청관계자, 부산국토관리청, 환경청, 녹색연합환경단체 등으로 열 명으로 구성된 협의체 안에 주민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기존 36번 국도 반대 투쟁위원회’는 개통당일 물리적인 행사력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울진군은 기존 도로기능을 유지하되 산양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 교량과 터널을 설치하는 대안을 마련해 환경부와 국토부 등 관련부처에 제시한 상태다.
이갑수 울진군 안전재난건설과장은 “당초 2006년 12월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새로운 노선으로 인해 환경이 훼손되는 만큼 생태도 복원해야 된다는 취지로 기존 국도에 대해 일정구간(당시 13km 구간)을 복원하겠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그것에 대해 국도 36호선 신설도로가 개통되니까 복원사업에 대해 주민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 구간 왕복 2차로 폭 6m의 도로를 남겨두고, 7개 지점에 약 300억 원을 들여 동물이동통로 등을 만드는 것으로 환경청과 ‘복원에 따른 협의체’와 교섭 중이며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구지방환경청과 울진군과 수없이 협의를 했다. 환경센터전문가들로 구성해 회의도 10여 차례 진행한 상태”라며 “사람이 살고 있는데 완전 복원은 당연히 안된다. 부분 복원으로 기본 계획안을 만들어 대구환경청에 정식 요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태복원사업 주무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은 도로건설을 맡은 부산국토관리청과 울진군, 생태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가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진=박상욱 남경원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