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도쿄마라톤 참가를 위해 전 세계의 3만 8000여 명의 일반인이 각각 1만 8200엔(약 20만 원)의 참가비를 냈다는 것이다. 모두 합하면 76억여 원이나 된다. 하지만 주최 측이 일반인의 참가비를 돌려주지 않기로 하면서 참가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미 받은 참가비가 기념품 제작과 광고 집행 등에 쓰여 모두 소진됐다는 게 주최 측의 입장이다.
2020도쿄마라톤이 주최 측에 의해 대폭 축소된 가운데 참가비 환불을 놓고 시비가 일고 있다. 사진=도쿄마라톤 공식 홈페이지 캡처
행사를 운영하는 도쿄마라톤재단은 홈페이지 등에 공식적으로 “지진·해일 등 천재지변에 의한 행사 취소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지만 바이러스 영향으로 인한 취소는 보험사의 보상범위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참가비 환불 불가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19가 천재지변으로 정의될 경우 재단이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아 이 돈을 참가자에게 환불해 주겠지만 결국 천재지변으로 구분되지 않아 고객 환불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또 재단은 이번 대회 취소에 따라 참가자들에게 2021년 대회 출전 자격은 부여할 수 있지만 참가비는 내년에 또 내야 한다고 공지했다.
이런 재단의 입장을 참가자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방적인 재단 측의 취소가 없었다면 개인의 선택에 따라 참가 여부를 결정했겠지만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해 선택조차 할 수 없게 한 만큼 참가비는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일본인 참가자는 현지 마라톤 관련 인터넷 카페에 “코로나19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대회 취소는 이해할 수 있지만 참가비를 돌려주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참가비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대체 그 돈은 어디에 쓰는 건지나 알려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열심히 훈련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더라도 참가비를 돌려주든 내년 참가비를 면제해 주든 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항공과 숙박료 등 여행경비까지 손해를 입게 된 대부분의 국제 참가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재단 측의 입장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
일방적으로 대회를 취소한 도쿄마라톤재단은 참가비 환불 대신 이미 제작된 2020년 마라톤 기념품을 참가자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도쿄마라톤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 국내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행사 진행사에 귀책이 있다는 증명이다. 천재재변이 아니라서 보험사가 보상을 못해 준다면 관계사도 원칙대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행여 진행하지 못할 다른 사유가 있다면 명백히 진행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 체육행사 관계자는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약관이나 법과 상관없이 참가비를 환불해 주는 게 관례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기상이변 등 체육 행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대해 행사 주최 측에서 판단하고 진행할 권한이 있는데 한 번 결정하면 그대로 밀고 간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는 3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은 신청자에 한 해 참가비를 전액 돌려주고 있다.
국내 참가자들을 이끌며 이번 행사를 준비해 온 국내 한 여행사는 “대회 취소 결정은 코로나19 전개 상황으로 일부분 이해할 수 있으나 참가비 환불 불가 및 2021년 대회 등록비 재지불은 상식에 벗어난 결정”이라며 “현재 발표된 도쿄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 취소 규정의 부당함을 세계스포츠마케팅협의체(T.O.U.R.S)와 협의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도쿄마라톤재단은 참가자들의 원성에도 아랑곳 없이 참가비 환불 대신 이미 제작된 2020년 마라톤 기념품을 참가자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2021년 마라톤 참가 관련 내용은 2020년 4월 1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