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푸르덴셜생명 잡기 경쟁
미국계 생명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 중 반응이 가장 뜨겁다. 당초 KB금융과 MBK파트너스의 2파전으로 굳어지는 듯했지만, 최근 대만계 금융그룹 푸본그룹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우리금융그룹도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인수 후보로 선정된 업체들은 최근 예비입찰가로 2조 원대 가격을 써냈다. 금액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푸르덴셜생명 몸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이 ‘알짜’로 평가 받으면서 인수전 경쟁이 치열해졌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푸르덴셜생명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시장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비은행 부문, 특히 보험업에 갈증이 있다. KB금융은 최근 2년 연속 신한금융에 국내 금융그룹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두 금융그룹의 순이익 격차는 917억 원. 순위를 가른 건 주력이 아닌 보험이었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앞서 인수한 오렌지라이프가 지난해 순이익 4000억 원을 냈다. 그러나 KB금융 계열사인 KB생명보험과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은 2500억 원에 그쳤다. KB생명보험은 자산기준 생보업계 17위로 시장 영향력이 큰 편은 아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수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강화해야 할 부문으로 생보사를 꼽아 왔다. 앞서 KB금융은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한 경험이 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윤 회장이 재임 기간 중에 이룬 대표적인 성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은 JP모건, 딜로이트안진과 자문단을 구성했다. 두 곳은 앞서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팀도 꾸렸다. 이 팀은 인수 작업은 물론 인수 이후 KB생명과의 통합까지 담당한다. 사실상 그룹 자회사 편입까지 내다보며 인수전에 나선 셈이다.
KB생명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히는 MBK파트너스는 자금력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신한은행에 매각해 500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선 성공하기만 하면 향후 매각할 때 조 단위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이번 예비입찰에서도 MBK파트너스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푸본그룹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실사를 포기했지만 최근 글로벌투자은행 UBS, 회계법인 삼일 PwC 등과 자문단을 꾸리고 다시 실사에 착수하면서 복병으로 떠올랐다. IMM PE와 컨소시엄 구성을 고려 중인 우리금융그룹의 등판은 인수전 판도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 업계 해석이다.
푸르덴셜생명 매각 방식은 현금 매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이 매각 이후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라 주식교환방식 등은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은 최근 ‘실탄’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2월 18일 4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4000억 원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앞으로 최근과 비슷한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버페이 없다’는 KB금융, KDB생명으로?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의 성패는 ‘가격’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 업계는 최근 KB금융이 인수전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한다. KB금융은 과거 MBK파트너스에게 ING생명을 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발목을 잡은 것은 높은 가격이었다.
이번 푸르덴셜생명 매각 가격도 결코 낮지 않다. 최근 KB금융은 컨퍼런스콜에서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신중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푸르덴셜생명 매각 자문사인 골드만삭스가 투자안내서에서 매각가로 3조 2000억 원을 제시하자 윤종규 회장은 내부적으로 ‘오버페이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시장에선 사전 준비 여부와 관계없이 KB금융의 의지가 식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KDB생명이 KB금융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KDB생명은 일찌감치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지난해 11월 푸르덴셜생명 매각 시작 이후 시장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KDB생명의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등은 비슷한 시기에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중견 사모펀드(PEF) 두세 곳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래에셋대우와 대만 푸본그룹이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지만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이다. 10년 전 금호그룹으로부터 회사를 사들인 이후 횟수로 총 4차례 매각 시도를 하고 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KDB생명 매각이 더 늦어지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돼 과징금을 내야 할 상황에 처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PEF 등은 금융사를 최대 10년까지만 지배할 수 있다. 과징금을 피할 수 있는 시한은 오는 3월이다. 산은은 이와 관련 최근 법리 검토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2월 넘기면 안되는데…’ 산은-칸서스, KDB생명 매각 지연에 속 타는 까닭).
시장에선 산은과 KB금융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의 궁극적인 목표가 비은행 부문 강화인 만큼, 푸르덴셜생명에서 관심이 식었다면 대안으로 KDB생명을 선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산은도 가능하면 신속하게 KDB생명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KDB생명은 자산은 19조 4000억 원, 지급여력비율은 226%로 푸르덴셜생명 보다 낮다. 6000억~8000억 원으로 추산되던 매각가격을 산은이 최근 4000억 원대로 낮춰 잡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은 2000억 원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KDB생명을 푸르덴셜생명의 ‘차선책’으로 선택할 만한 매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은 시장 관심이 쏠린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을 지켜본 뒤 KDB생명 매각 작업을 다시 본격화할 방침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