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터져나온 다소 어색한 문장이 한국을 강타했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갑자기 이런 댓글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 이 어색한 문장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서명해달라는 링크나 친 정부 성향 영상 링크라고 소개하는 댓글 하단에 적혀 있었다. 하지만 소개와 다르게 해당 링크는 동태망(둥타이왕)으로 접속하는 링크였다. 왜 이들은 ‘나는 개인이오’, ‘어디 변절을 합니까? 내 의지가 아니다’ 등의 부자연스러운 말을 하는 걸까.
낚시 링크를 클릭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부자연스러워 눈에 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글이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에 정통한 인사들은 ‘조선족이란 건 일종의 멸칭이라 스스로 조선족이라 말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 또한 중국인들은 대한민국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한국 혹은 남한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쓰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 글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일종의 ‘댓글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동태망은 한국인들에게 대단한 사이트는 아니다. 동태망은 2001년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기 위해 미국에서 설립된 사이트로 중국 비판 기사를 모아놓은 일종의 포털이다. 또한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을 피하기 위한 네트워크 방화벽을 우회하는 ‘프리게이트’ 서비스의 첫 페이지가 동태망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이 동태망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동태망 등 반중 사이트에 접속 시 중국인들은 공안의 추적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접속한 사람들이 추적이 두려운 데다 공산당을 반대하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단체를 만들면 더 큰 처벌이 있을 수 있어 ‘나는 개인이오’라고 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간베스트 글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이 고백을 믿는 사람들은 일종의 피싱 링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링크 하나만 클릭하면 순식간에 동태망뿐만 아니라 티벳이나 위구르 독립 지지 사이트, 홍콩 민주화 지지 사이트 등 반중 사이트 10여 개에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또는 각 커뮤니티에 ‘마스크 받을 수 있는 링크’라면서 동태망으로 접속하게 하는 등 일종의 지뢰를 깔기 시작했다.
이 링크를 만들거나 퍼나르는 네티즌들은 ‘한국인인 척하는 댓글부대가 동태망 사이트로 접속하면 공안에 끌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행동들의 결과 때문인지 SNS에서 유명한 친문 트위터, 커뮤니티 계정들이 갑자기 계정을 비공개하거나 아예 계정을 삭제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낚시 링크를 만들어 한 번에 10개 이상 반중 사이트에 접속시킨다는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 사진=디시인사이드 캡처
3월 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차이나 게이트’는 이 같은 전개의 결과로 포털사이트 실검 1위에 오르게 됐다.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앞서의 상황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의 댓글부대를 알리고 ‘중국의 여론 강점기’에서 벗어나자면서 실시간 검색어 탈환을 주장했다. 이들은 3월 1일을 택해 ‘차이나 게이트’, ‘나는 개인이오’ 등을 같이 검색하자고 독려했다.
물론 아직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IT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사안이지 기술적인 면으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IT 전문가는 “구체적인 로그나 아이피(IP) 기록도 없는 상황에서 가타부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차이나 게이트가 가짜뉴스라는 입장이다. 3월 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광온 의원은 “‘차이나 게이트’라는 허위 조작정보가 최근 인터넷 상에서 굉장히 많이 회자됐다. 반중국 프레임과 국민 이간 프레임이다. 정부를 지지하는 온라인 글 다수가 중국에서 조작된다는 터무니없는 거짓 선동인데, 이 부분은 사실 트래픽만 확인하면 간단히 설명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허위 조작정보를 올려서 반중국 프레임에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3월 2일 ‘미래를 여는 청년변호사모임(미래청변)’은 “여론을 왜곡하고 대한민국 주권을 능멸하며 대한민국 국민과 민주주의를 처참하게 유린·침탈한 중국 댓글부대 일당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형법 제314조 제2항)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미래청변은 이날 고발에 이어 국회에도 차이나 게이트 관련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의 IT 전문가는 “중국 댓글부대 의혹은 현재로서는 음모론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만 수사나 조사가 진행된다면 그때서야 무엇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