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의 휴대전화를 놓고 나오는 얘기다.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휴대전화 해킹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을 압수수색했다. 정확히는 배우 하정우와 관련한 휴대전화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형식을 취한 것인데, 경찰에 제출된 하정우의 휴대전화 자료는 해킹 및 협박 사건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로서는 ‘죄’를 입증하기 위한 휴대전화 속 기록이 필요했고, 압수수색을 통한 자료 확보로 하정우는 ‘피고인’으로 처벌받는 경우의 수가 생겼다. 배우 하정우 측은 일요신문에 “불법적인 투약은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빈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우 하정우 측은 “불법적인 투약은 없었다”는 입장을 일요신문에 거듭 강조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빈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 ‘백두산’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하정우. 사진=박정훈 기자
#경찰 찾아 영장 제시한 검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호삼)는 3월 5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전달했다. 하정우의 휴대전화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압수한 자료에는 하정우의 프로포폴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속 자료였다. 검찰은 하정우가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여러 차례 불법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하정우가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한 건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월 배우 주진모 등 유명 연예인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됐고, 이 내용을 토대로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의 수사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주진모가 동료들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및 사진 자료 등이 그대로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정우도 해킹 범죄 세력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이때 하정우가 수십억 원을 주고 이들과 합의를 했다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협박 세력이 휴대전화에 담긴 마약 관련 내용을 토대로 하정우를 협박했고, 이에 하정우가 2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줬다는 내용이었는데, 이에 대한 하정우 측 입장은 “사실무근”이다. 하정우 측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금액은 물론, 모든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어디서 그런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다. 합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까지 염두에 둔 포석?
공식적으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전면 부인한 하정우. 소속사 ‘워크하우스’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하정우가 피부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수면 마취를 사용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소속사의 주장은 “하정우가 평소 얼굴 흉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으며,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A 원장을 소개받아 고강도 레이저 시술을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10차례 받으면서 수면 마취(프로포폴)를 한 게 전부”라는 것.
하지만 해당 병원은 하정우만 문제가 된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사기관은 하정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A 원장이 운영하던 병원은 대기업 3세가 불법 프로포폴 투약을 하다가 기소된 곳으로, 하정우뿐 아니라 10명 정도가 수사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하정우의 경우 친동생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고, 병원 관계자들이 “유명 배우는 내성이 생길 정도로 투약했다. 프로포폴을 맞은 사람 일부는 투약량과 시간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프로포폴이 주입되는 기계까지 사용했다”고 언론에 인터뷰하는 등 의혹이 적지 않았다.
하정우 측은 차명(동생 명의)으로 진료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A 원장이 첫 방문 때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오라’고 주문을 했다”며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달라고 요청해 별 다른 의심 없이 전달했다”고 해명했고, 그 증거로 검찰에 문자 내역도 제출한 바 있다. A 원장으로부터 동생 등의 개인정보를 달라는 부탁을 받는 내용이었다.
하정우가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한 건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연출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검찰은 이에 대한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은 향후 법정까지 갈 경우를 대비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조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억울하거나 설명이 충분히 가능하면 제출한 자료 그 자체만으로도 신뢰를 하지만,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했다는 점은 ‘포렌식’ 조치를 확실하게 해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킹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가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정우는 불법 투약 여부에 대해 휴대폰 안의 자료가 설명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이 사건 관련 법조인은 “하정우를 둘러싼 소문이 파다한데 결국 휴대전화 속 프로포폴 관련 증거들이 가장 객관적이지 않겠느냐”며 “포렌식 자료를 건네받아 확인만 하면 되기 때문에 조만간 하정우를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파기가 능사는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유리한 자료만 남기고 휴대전화를 없애는 게 대응 시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휴대전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얼마 전 맡았던 사건에서 의뢰인이 수사가 시작되자 겁이 나서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고 왔는데 수사를 받다보니 휴대전화 안의 유리한 자료가 너무 필요해서 이를 다시 찾기 위해 수백만 원을 들여 잠수부까지 동원한 바 있다”며 “버렸다는 곳 일대의 한강 바닥을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이처럼 휴대전화 안에는 불리한 자료뿐 아니라 유리한 자료도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파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휴대전화에는 단순 문자나 사진 외에도 적지 않은 기록들이 있다. 대략의 위치 정보와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도 포렌식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앞선 변호사는 “휴대전화 안에는 동선뿐 아니라, 전화 통화 기록 및 결제 문자 등 너무 많은 자료가 담겨 있다”며 “하정우가 검찰에 내놓은 설명이 휴대전화 속 자료와 일치하면 차명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은 경미하게 처벌받거나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