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최근 출범한 롯데그룹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롯데의 새로운 시도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롯데온 홈페이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19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 3월 27일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4월 1일자로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에 오른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양국의 롯데 경영권을 장악하게 된 셈이다. 롯데는 지난해 금융계열사 매각 작업을 완료하고 숙원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합병하면 원롯데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최근 롯데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 불매운동 ‘NO재팬’ 여파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를 보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17조 6220억 원, 영업이익은 4279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매출 17조 8207억 원), 2017년(매출 17조 9260억 원)과 비교해봤을 때 매출의 하락폭은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을 비교해봤을 때는 2년 새 반 토막 난 수준이다. 2017년 영업이익은 8010억 원, 2018년 영업이익은 5970억 원이다.
상장을 준비해야 하는 호텔롯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호텔 부문과 면세사업 부문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호텔롯데 총매출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사업 부문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산업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4% 감소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빅3(롯데‧신라‧신세계)의 하루 매출도 1억 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은 지난 3월 기준 전년 대비 50%가량 줄어들었고, 공항 면세점의 경우 90%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4월은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매장 규모가 타 대기업보다 작은 만큼 하루 매출이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가 내세운 것이 롯데온이다. 지난 3월 27일 열린 롯데지주 주주총회에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미국에 아마존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롯데온이 있다”며 “혁신적으로 고객의 쇼핑 만족도를 높이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그간 옴니채널 구축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공략에 칼을 갈아왔다. 2018년 1월 신세계그룹이 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온라인 사업 확장을 발표할 당시 롯데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의 경계를 없애는 ‘옴니채널’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 취임하며 ‘원롯데’ 실현을 앞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온을 내세워 변신을 예고했다. 2017년 4월 롯데월드타워 오픈 당시 신동빈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롯데온을 중심으로 한 롯데의 변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15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게임체인저’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룹 양축인 유통 부문과 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에 대한 쓴소리를 한 것. 이후 지난 2월 중순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현재 운영 중인 700여 개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200여 곳을 연내 정리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롯데가 야심차게 내놓은 롯데온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이미 포화상태인 이커머스 시장에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이 후발주자로 등장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마인드로 이커머스를 운영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롯데의 경우처럼) 7개 계열사를 한 데 묶는다고 7개 계열사를 합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에 온라인으로 시작한 이커머스 기업들은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한 기업보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소비자 편의성 측면도 잘 파악하고 있다. 롯데의 적응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매년 1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주주로부터 보전 받는 기업과 경쟁할 생각은 없다”며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을 저격했다. 그러나 롯데온 서비스는 쿠팡은 물론, 기존 이커머스와도 별다른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롯데온이 강조하는 특장점인 바로배송‧새벽배송‧당일배송 등 배송서비스와 온라인으로 주문해 매장에서 제품을 받아가는 픽업서비스, 무료배송·할인쿠폰팩 등을 제공하는 롯데오너스 멤버십 서비스 등은 이미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이 운영 중인 서비스다.
가격 경쟁력 또한 오픈마켓 방식을 일부 차용하는 롯데온이 우위에 서기는 어렵다. 롯데온은 유통 계열사 온라인몰 상품을 한데 묶을 뿐만 아니라 롯데 플랫폼 이용을 원하는 개인·법인 판매자 상품도 일부 함께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다수 입점 사업자를 확보한 오픈마켓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쿠팡과는 다른 전략을 쓰겠다고 밝힌 것은 직접 매입한 제품을 판매하는 직매입 사업을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 롯데가 기존 업체와 어떻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롯데온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은 듯 보여 언급하기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유통 대기업 신세계와 비교해 봐도 늦은 감이 있다. 롯데는 올해 2월에서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슬림화를 강조했지만, 유통 라이벌 신세계는 지난해 12월부터 온라인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고강도 구조조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룹 차원의 통합 온라인몰 구축 또한 이미 신세계가 2년 앞서 나갔다. 신세계는 2018년 1월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며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을 내놨다.
SSG닷컴 등장에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은 긴장하는 분위기였지만, 롯데는 그룹 차원의 온라인 채널 일원화보다 ‘롯데식 채널 통합’을 강조했다. 계열사 온라인몰 통합보다는 각개전투 중인 5개 온라인 쇼핑몰(엘롯데‧롯데아이몰‧롯데닷컴‧롯데마트몰‧롯데슈퍼몰)의 모듈 통합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롯데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을 합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무리하게 합치는 것보다 모듈을 통합해 콘텐츠 프레임을 유사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롯데는 뒤늦게 ‘롯데온’을 내놓고 온라인 채널을 합치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더욱이 롯데는 해외 시장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철수한 상황이다. 올해 1월 베트남에서 ‘롯데닷브이엔’ 서비스를 종료하고 지난 3월 베트남 이커머스 법인을 청산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재계 2위 살림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인도 롯데 막무르’ 보유 지분을 살림그룹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베트남에서는 오프라인 점포 근거리 배송 서비스 내놓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마트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온라인몰에 사활을 거는 롯데가 해외에서는 온라인 사업을 접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정반대의 사업계획을 진행 중인 것.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는 합작법인에 지분을 처분한 것일 뿐이고, 베트남에서는 초창기 선보인 ‘롯데닷브이엔’을 종료했지만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동남아 시장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철수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동남아시장에서 온·오프라인 사업 모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