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현역인 이은권 의원을 2805표 차이(2.13%포인트)로 이겼다. 당선 소감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검경 수사권 분쟁, 검찰 기소권 독점 폐지 등 검찰 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나를 눈엣가시로 여긴 검찰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이나 본선거보다 검찰의 공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췄다. 사실 선거는 이기리라 예상했다. 오히려 표차이가 적게 나와서 당황했다. 그만큼 대전 중구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전 중구는 보수정당에 우세한 지역으로 꼽힌다.
“대전 중구는 진보진영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것이 부산보다 더 힘든 지역이다. 역대 모든 선거 결과가 증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의 승리요인은 코로나19 정국에서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마음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검찰의 지속적인 방해와 횡포로부터 황운하 후보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선거운동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내 선거를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응원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전까지 찾아와 그들이 부탁한 것은 한결같이 ‘검찰 개혁’이었다. 나이 드신 분들도 ‘검찰 개혁 제대로 해달라’ ‘검찰 때문에 나라가 이게 뭐냐’ 말하시더라. 검찰 개혁이 이제는 일부 전문가들의 관심영역을 넘어, 시대적 과제가 되고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가 됐다는 것을 현장에서 깨달았다.”
―상대 후보인 이은권 의원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이은권 후보는 서대전고등학교 4년 선배다. 또 2008년 대전지역 대표적인 윤락가인 유천동 환락가를 폐쇄시킬 때 중부경찰서장과 중구청장으로 협력했던 인연이 있다. 서로 잘 알고 가까운 사이였다. 총선 전에 따로 연락하진 않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선거 막바지에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이 후보 측에서 울산사건 등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했다. 그래서 우리도 공세를 같이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하지만 선거라 이해했고, 이 후보에게 ‘시간 되면 만나자’ 문자를 남겼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이 후보와 협력하지 못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본다.”
―경찰대학 1기다. 처음 왜 경찰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나.
“어릴 적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처음 경찰대학을 선택한 것은 학비가 없어서다. 1980년 설립된 경찰대학은 학비 전액 면제에, 졸업하면 별도시험 없이 곧바로 경위 계급장을 달고 경찰 간부가 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내 스스로 명분도 만들었다. 당시 시대적 과제는 ‘민주화’였다.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반독재 투쟁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경찰에 들어가 경찰조직의 민주화, 경찰조직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시대적 과제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경찰에 투신해 그 역할을 맡겠다고 결심했다.”
―재직 시절 여러 차례 경찰 내부를 비판했다.
“주변 동료나 가족들은 당연히 걱정하고 말렸다. 경찰이라는 경직된 조직에서 튀는 행보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상사들에 낙인이 찍혀 불필요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보직에서 좌천되고 승진에서 누락됐다. 하지만 경찰조직의 민주화, 정치적 중립성 확보, 수사권 독립 문제 등이 내가 경찰로 존재하는 이유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이나 강신명 경찰청장 사례 등 사안에서 내가 개인적 영달을 추구하기 위해 대충 타협하고 침묵해 비겁하게 지낸다면 경찰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경찰직 자체를 유지하고 싶어 경찰을 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했다.”
―21대 총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사실 정치에 뛰어들지 말지 고민 많이 했다. 공직사퇴 시한 임박해서까지 끝까지 고민했다. 내가 과연 정치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굳이 정치 안 해도 내 명예 지키면서 잘 살 수 있는데, 정치에 뛰어들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정치해서는 안 될 사람이 정치에 남아있게 된다. 이런 결과에 대해 나 몰라라 한다면 그것도 무책임하고 비겁한 것이라고 봤다.”
5월 8일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사진=임준선 기자
“21대 국회에서 해야 할 과제는 3가지다. 첫 번째가 정치 개혁이다. 쓸데없는 정쟁에 몰두하지 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검찰 개혁이다. 지난해 공수처 법안이나 수사권조정 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검찰의 권력남용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숙제 여전히 남았다. 세 번째는 지역 대표로서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현안은 균형발전이다. 이를 위한 국회에서의 입법과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최근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참사화재 사건만 보더라도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소방과 경찰 담당기관이 있음에도 검찰은 무려 검사 15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서 ‘수사 지휘’에 나섰다. 대형 참사를 계기로 해서 검찰의 영역을 확장하려하는 불순한 시도라 봐야 한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권한을 지키겠다는 것은 검찰 개혁에 역행하는 행동이다.”
―지난해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검찰의 권력 남용의 근본적 원인은 수사권에 있다. 검찰 수사권을 떼어내는 방향으로 입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나 일자리 등 국가적으로 시급한 현안들이 있다. 당 지도부와 협의해 시기나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21대 국회 임기 안에 반드시 해야 할 과제다.”
―검찰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텐데.
“검찰의 태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검찰이 어떻게 나오든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검찰 개혁에 들어가면 저항할 것이다. 그럼 검찰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밀리면 안 된다. 타협할 문제는 아니다.”
―원하거나 협의 중인 상임위원회는 있나.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검찰 개혁 하겠다고 유권자들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경찰공무원 겸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가.
“이례적인 일이라 대중 관심이 집중된 것뿐 겸직 문제는 해결되고 말고 할 사안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 합법적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선관위에서 당선증을 받았다. 물론 겸직 제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취지에 비춰보면 겸직이라 볼 수 없다. 이해충돌이나 영리행위 때문에 겸직을 금지하는데, 나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사표 수리가 안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겸직금지 조항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과 인사혁신처, 국회 사무처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기 개시 이전에 원만하게 해결되리라 본다.”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으로 기소된 상태다.
“검찰이 공적 1호로 생각하는 것 같다. 현재 논란되는 사건은 모두 검찰이 만들어 낸 것이다.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해 생긴 문제다. 선거과정에서도 검찰의 공격을 돌파하는 것이 가장 피곤한 일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는데 검찰은 여전히 집요하게 공격을 해오고 있다. 이는 3권분립 체제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발상이고,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다. 검찰이 여전히 검찰권 남용을 통해 자신들의 뜻대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내게 제기된 논란은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 국회의원 직무수행 장애는 다 해결될 것이다. 검찰의 불순한 의도를 가진 공격이 계속되겠지만 내가 흔들릴 일은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대전을 방문해 네거티브 공세를 했다. 김기현 전 시장도 울산 남구을에서 당선됐는데.
“김기현 전 시장과 만날 일이 없다. 나와 김기현 전 시장은 울산사건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설명했고, 둘 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따라서 더 이상 정치적 논란을 벌일 필요 없이, 의정활동에 매진하면 된다. 남은 문제는 사법부의 영역이다. 다만 김기현 전 시장과 그 측근들도 기소돼야 하는데,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 역시 기소해 재판 결과를 받아봐야 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