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가수 정준영이 항소심에서 감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고법 형사12부는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준영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던 최종훈은 대폭 감형돼 징역 2년 6월이 선고됐다. 이와 더불어 이들에게 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이수와 5년·3년 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시설 등에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의 보호관찰 청구는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선남선녀가 만나 술을 마시다가 성적인 신체접촉을 할 시, 국가형벌권이 어떤 경우에 개입할 수 있고 그 한계는 어딘지 고민했다”며 “이 사건에서 일부 행위가 한계를 넘어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수 있다고 본 1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강원도 홍천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한계를 넘은 점이 뚜렷하다”고 판시했다. 대구 사건도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와 합의한 최종훈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돼 2년 6월이 선고됐다. 사진=고성준 기자
다만 대구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가 최종훈 등과 합의를 한 사실이 이번 항소심 재판에 반영됐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최종훈이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에서 말하는 ‘진지한 반성’의 요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준영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합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다만 피고인이 공소사실 자체는 부인하면서도 사실적인 측면에서의 본인 행위는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의 자료를 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준영 측은 집단 성폭행 모의 등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모든 증거의 증거 능력을 배제할 정도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불법촬영물을 주고 받았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실제 원본이 없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단톡방에서 공유된 불법촬영 영상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한편 정준영과 최종훈은 지난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과 3월 대구 등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정준영은 이에 더해 2015년 말 연예인 친구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며 몰해 촬영한 불법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