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꿈꾼 초대박 상장에 차질이 생겼다. 방시혁 대표가 지난해 2월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빅히트는 그간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웹툰, 게임, 다큐멘터리 같은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개발 등 신사업을 추진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써왔다. 최근 박지원 전 넥슨코리아 최고경영자(CEO)를 국내 조직을 책임지는 HQ CEO로 영입하고, 방시혁·윤석준 공동대표 체제에서 윤 대표를 글로벌 사업 총괄 CEO로 두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국내와 해외법인 빅히트아메리카 빅히트재팬을 나눠 맡으며 사업 규모를 글로벌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빅히트 글로벌 확장에 차질
이는 상장을 앞두고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빅히트는 지난 2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 미래에셋대우를 주간사단으로 선정, 기업공개(IPO·상장)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872억 원, 987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고 BTS가 발표한 음원들이 줄줄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면서 빅히트 몸값은 5조~6조 원대까지 언급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에 국내외 공연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기업가치가 가차 없이 깎이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에 대규모 인사를 채용하고 용산 신사옥을 임대로 확장 이전하면서 고정비용은 급증했지만 수익은 급감한 탓이다. 2018년 말 기준 3개였던 계열사가 2019년 10개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투자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BTS의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1992년생으로 팀의 맏형인 진은 올해 군 입대를 앞뒀고, 1993~1997년생 다른 멤버들도 그 뒤를 이어야 한다.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2019년 인수한 쏘스뮤직의 ‘여자친구’는 BTS의 공백기를 메우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가치 5조~6조 원을 바라본 빅히트의 기대치에 증권가가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맏형인 진은 올해 군 입대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장이야 되겠지만 빅히트가 원하는 5조~6조 원 상장은 불가능하다. BTS가 신곡을 내자마자 코로나19로 공연이 멈춰 실적이 엄청 깎이고 있다”며 “해외는 한국보다 정상화가 늦는 데다 콘서트장과 스타디움마다 밀린 행사가 쌓여있어 대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는 급증했는데 돈을 못 버는 만큼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의 절반도 안 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1조 원대 중반에서 2조 원대 초반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엔터업종은 스캔들 마약 군대 등에 따라 팬심이 변하고 운도 강하게 작용해 밸류에이션이 어려운데 특정 상품에 매출이 집중된 빅히트는 더 힘들다”며 “SM이나 YG엔터테인먼트처럼 여러 그룹이 있는 것도 아니고 BTS를 대체할 그룹이 나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간사를 선정할 때만 해도 5조~6조 원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전 세계 공연시장이 바로 좋아질 리 없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자금 사정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앞의 IB업계 관계자는 “상장해서 잘 풀릴 것을 기대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을 텐데 모든 스케줄이 틀어져 매몰비용이 클 것이다. 기업이 흔들리진 않아도 단기 유동성 문제는 생길 수 있다”며 “팬들의 소비 포인트와 맞지 않는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등 BTS 상품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광고를 받고, 새 CFO(최고재무책임자)도 갑자기 영입한 걸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고 봤다.
실적 고공행진에 기업가치 최대 6조 원까지 언급되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로나19 타격으로 가치가 1조 원대로 뚝 떨어졌다. BTS가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빅히트 제공
#주간사들 ‘입장 곤란’ 의견도
그럼에도 연내 상장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 상황을 보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미루고 싶겠지만, BTS 군 입대로 빅히트의 가치는 해마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눈높이를 낮출지 기대치대로 끌어올릴지가 관전 포인트란 얘기가 나온다. 공모가를 높이 잡으면 상장 후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유성만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 곧 입대하기에 빅히트 입장에선 올해 무조건 상장해야 한다”며 “내년엔 코로나19 이슈가 풀려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도 “선택지가 별로 없기에 연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품론을 안고 주가를 부풀려 기대치대로 밀고 갈 것인지 욕심을 낮춰 정상적인 상장 절차를 밟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간사들의 입장이 곤란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빅히트라는 대어를 낚으려 높은 가격을 불렀는데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발행사와 IPO 시장의 기대 가치는 높은데 투자자들이 호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히트야 욕심 부리면 되지만 상장 주간사들은 맞출 수 없는 니즈를 두고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무턱대고 높은 공모가를 산정하면 거품 논란이 일 수 있고 물량 미달 시 총액인수 계약에 따라 주간사단이 그만큼을 인수해야 하므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