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추모식이 열린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 입장하고 있는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왼쪽)과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임준선 기자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김홍업 이사장은 김홍걸 의원에 대해 지난 1월 서울 동교동 사저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대중기념사업회도 김 의원에 ‘인출해간 노벨평화상 상금을 재단으로 돌려달라’며 내용증명을 수차례 보냈다. 반면 김 의원 측은 법원이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인용하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김홍걸 의원은 김 전 대통령 부부가 생전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 소유권을 이희호 여사 별세 후 자신의 명의로 바꿔놓았다고 한다. 또한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하나은행에 예치해놓았던 노벨평화상 상금 8억 원도 인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분쟁의 발단은 이희호 여사가 2017년 2월 작성한 유언과, 이에 따라 재산을 처분하기로 한 3형제의 ‘확인서’ 때문이다. 이 유언장은 김성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 변호사 1명 그리고 3형제 입회하에 작성됐다고 한다.
유언장에는 △노벨평화상 상금 8억 원을 김대중기념사업회에 전부 기부해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동교동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기로 적혀 있다. 이어 동교동 사저를 지자체나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할 경우 보상금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3형제가 균등하게 상속한다는 조항도 있다.
3형제는 “이희호 여사 유언 취지를 받들어 성심성의를 다하여 유지하고 사용할 것임을 합의한다”는 합의서도 작성하고 날인했다. (김홍일 전 의원은 지병으로 아내 윤 아무개 씨가 참석) 하지만 김 의원이 생전 이 여사의 뜻과 형제의 약속을 어기고 유산을 가로챘다는 게 김 이사장 측 주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부부가 생전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김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유언장 효력이 발생하려면 일주일 이내 법원에 검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업회나 김홍업 이사장 측에서 그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그러다보니 민법에 따라 이 여사의 유일한 법적 상속인인 김홍걸 의원에 자연스럽게 상속된 것이다. 자신들이 사전에 법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왜 뒤늦게 문제제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민법상 부친이 사망할 경우 전처의 출생자와 계모 사이의 친족관계는 소멸한다는 규정에 따라 계모자 관계에서는 상속권이 발생할 수 없다. 3형제 중 첫째 김홍일 전 의원과 둘째 김홍업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과 첫째 부인 차용애 여사 사이의 자식이다. 김 전 대통령은 차 여사가 1960년 사망한 후 이희호 여사와 결혼해 3남 김홍걸 의원을 낳았다. 민법 규정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 사망 후 이 여사와 김홍일·홍업 형제 사이의 상속관계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김홍걸 의원에게 이 여사의 유산이 상속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은 이 여사 유언을 따르기 위해 법적절차를 밟고 있었다. 동교동 사저도 매각하기 위해 지자체나 후원인을 알아보고 있었다. 유산을 균등하게 상속하려 해도 사저를 매각해야 가능하다”며 “그런데 김홍업 이사장 측이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냈다. 매각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걸 의원은 4월 총선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공개한 공직자 재산목록에 동교동 사저(32억 5000만 원)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예금은 김 의원 포함 가족 명의로 4억 6600만 원을 신고했다. 인출한 노벨평화상 상금 8억 원은 별로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대중기념사업회 측은 김 의원에 보낸 통지서에 “최근 공직자재산보고서에 따르면 귀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상금 8억 원을 신고내역에서 누락시켰는데, 이는 위 상금을 귀하가 이미 소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본 재단은 위 상금을 즉시 원상회복시키고 동시에 본 재단에 귀속시키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벨평화상 상금에 대해서도 김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8억 원 역시 이희호 여사 개인 계좌에 있던 돈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돈도 민법에 따라 김 의원에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의원은 동교동 사저 등을 상속받으며 상속세만 15억 원을 넘게 내야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김 의원 측은 “가족 간의 일이 알려지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진실은 결국 밝혀져 잘 해결되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