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최 씨는 김 씨와 이혼한 뒤 더 이상의 재판 및 처벌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최근 최 씨 확정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 씨는 징역 2년에 약 18억 원을 추징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를 포함해 회사 임직원 10명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도박공간개설죄가 적용됐다. 이 가운데 최 씨만 실형을, 나머지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재판에서 밝혀진 최 씨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처벌 내역을 공개한다.
2018년 11월 김나영 시의 전 남편이 구속되면서 세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나영 씨의 전 남편 최 씨가 운영했던 업체는 흔히 ‘대여계좌’라고 불리는 사설 선물거래를 제공하는 사이트였다. 투자자들이 제도권에서 파생상품 선물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이 증거금이 꽤 컸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제도권 증권사가 아닌 증거금이 필요 없는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최근까지도 빈번했다.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는 증권사 선물거래시장과 시세가 연동만 돼있을 뿐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회원들이 베팅을 한 뒤 거래가 이뤄졌다는 가정으로 수익이나 손해를 분배한다. 일반인들은 증거금이 필요 없어 좋았고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는 증권사 대신 수수료를 수익으로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나 거래소의 인가를 받은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불법이다. 여기에 예치해놓은 금액을 들고 사라지는 ‘먹튀’ 업체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위험성이 부각됐다. 그제야 불법이라는 인식이 커졌고 단속도 미미하게나마 시작됐다.
최 씨가 사설 선물거래 시장에 뛰어든 건 2016년 5월경이다. 최 씨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코스피 200지수와 연동된 거래를 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회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터넷 방송 BJ를 ‘리딩 전문가’로 영입해 회사를 홍보하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최 씨가 지정한 계좌로 현금을 입금하면 일대일 비율로 환산해 매매거래용 사이버 머니로 충전시켜줬다. 회원들은 이들이 제공한 선물거래 프로그램인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설치하고 충전한 사이버 머니를 바탕으로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최 씨 회사는 회원들이 선물 거래를 할 때마다 1계약당 내는 수수료가 수익의 핵심이었다.
이번에 처벌받은 피고인들은 회사 대표이자 전체 업무를 총괄한 최 씨 외에도 영업관리 이사, 프로그램 관리직, 예치금 관리 업무직, 고객상담직, 회원 유치 업무 담당, 선물거래 입출금에 사용할 대포통장 모집책, 리딩전문가 모집책, 영업팀원, 관리팀원 등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야간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또한 최 씨와 영업관리 이사만 처음부터 일했고 다른 사람은 순차적으로 합류했다.
재판부는 “최 씨 회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영위했다. 또한 거래소 허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상품을 개설했다. 회원들의 예상 적중 여부에 따라 수익과 손실을 회원들에게 분배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최 씨 등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도박공간 개설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근거로 이들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도박공간개설죄를 적용해 처벌했다.
이어 재판부는 “선물거래는 다른 금융투자 상품보다 지수변동 폭이 커 손실 위험이 크고, 따라서 관련 법령에서 증거금과 교육이수의무를 부가해 진입 장벽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무인가로 선물투자거래를 중개하고 사설 가상거래소를 직접 개설해 금융시장질서를 어지럽혔을 뿐만 아니라 사행심을 조장해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하시키는 등 이 사건 범행의 사회적 해악성이 가볍지 않다. 또한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가상거래 프로그램 명칭을 수시로 변경했으며 해외서버와 우회 프로그램을 통해 IP 추적을 어렵게 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했고 수시로 관련 자료를 폐기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범행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져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결했다.
최 씨 회사 임직원 중에서 최 씨만 실형을 받게 된 이유는 대표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 씨는 대표이사로서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등 범행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범행 기간이 짧지 않고 취득한 이익 규모도 작지 않다. 또한 동종 범죄로 벌금형 처벌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범행을 반복한 점을 참작했다”고 적었다. 또한 나머지 임직원은 급여 이외에 따로 챙긴 범죄수익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김나영 씨 전남편이 구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초기에는 최 씨가 2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재판 결과 최 씨에게 선고된 추징금은 18억 원뿐이었다. 이 추징금은 어떻게 결정된 걸까. 먼저 검찰은 최 씨 회사 관리팀원 중 한 명에게서 USB를 압수했고 그 안에서 수익현황표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재판에서 최 씨 회사가 얻은 부당수익금을 14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표에는 수수료가 중복 산정되는 등 오류가 있어 이를 근거로 수익금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 씨는 재판부에 가상거래 수수료 합계가 약 110억 원이라고 자백했고 재판부는 이 내용을 믿을 만하다고 봤다. 여기에 같은 기간 고객이 벌어간 돈이 약 23억 원, 증권전문가들에게 고객을 유치한 소개비로 지급한 돈이 약 67억 원, 사설 선물거래 프로그램 제공업자에게 지급한 돈이 약 1억 5000만 원이었다. 이렇게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제하고 남은 돈이 약 18억 원이 됐고 이렇게 추징금이 결정됐다.
이렇게 최 씨와 임직원에 대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즉, 이들은 항소를 하지 않았거나 항소를 했음에도 기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도박장 개설죄의 특성상 2심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강용 법무법인(유) 로고스 변호사는 “도박장 개설죄는 피해자가 없는 범죄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피해 변제나 피해자와 합의를 하여 양형에 유리한 사정을 추가적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기 사건과 다르게 항소를 해도 1심 선고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