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외부에서 흔들기가 지나치다”고 얘기하면서도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윤 총장의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둔 윤석열 총장이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공수처 신설을 앞두고 검찰 분위기가 심상찮다. 내외부에서 흔들리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도 여당을 중심으로 윤석열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한명숙 사건 감찰 주체 놓고 갈등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사건 수사 논란이 불거진 것은 핵심 증인인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비망록에서부터다. 한 전 대표는 비망록을 통해서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도록 검찰이 진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한 전 대표의 동료수감자 A 씨는 “한 전 총리 수사팀을 감찰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일절 문제가 없다고 대응하던 검찰. A 씨는 더 나아가 김준규·한상대 전 검찰총장,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비롯한 검사와 수사관 등 15명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어디서 수사를 해야 할지를 놓고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충돌한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 부조리가 있었다’며 제기된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했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진 수사였던 만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수사를 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내부에서 반발이 일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페이스북에 대검이 직접 감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조사 주체를 문제 삼았다. 여기에 A 씨까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조사를 거부했다. 추미애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한 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 경과를 보고받아 수사과정 위법 등 비위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총장의 지시를 뒤집고 수사 주체를 바꾸는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다. 2005년 천정배 장관 이후 15년 만에 발동된, 검찰청법 8조에 근거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이기도 했다.
때맞춰 여당도 윤석열 총장 비판에 나섰다. 6월 19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내가 윤석열이면 벌써 그만뒀다”며 “시간이 (남은 임기가)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결국 한발 물러선 윤석열 총장은 추미애 장관 지시가 나온 지 3일 뒤인 21일 “대검 인권부장으로 하여금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지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6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잇단 수사 결과 불신에 내부에서 나오는 아쉬움
검사들이 윤석열 총장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이유는 ‘내부 사건’들에 대한 처리 과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이 아무개 채널A 기자까지 수사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부 평가를 희망하고 나섰다. 검찰 내에서는 “이제 모든 수사 결과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피의자들이 들고 나설 것”이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윤 총장 결정에 대한 의문을 조금씩 제기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파악한 뒤, 기소 여부조차도 동의할 수 없다며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한 비법조인들의 평가를 받겠다고 나섰다. 여기서 검찰은 악수를 둔다.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곧바로 청구한 것이다. 결국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소집 결정이 나왔다.
결국 기소 여부에 대한 외부의 판단까지 받아야 될 처지까지 놓였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심의위 결정과 관계없이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비법조인들로 꾸려진 15명의 수사심의위가 다른 의견을 내릴 경우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채널A 기자와 윤석열 총장 측근 검사장 간 ‘검언 유착’ 수사와 관련해서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결정됐다. 사진=일요신문DB
#검언 유착 사건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곧바로 채널A 기자와 윤석열 총장 측근 검사장 간 ‘검언 유착’ 수사와 관련해서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결정됐다. 전문자문단은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제도다. 채널A 이 아무개 기자 측은 최근 수사 과정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고 대검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내부의 불만도 시작된다.
최근 드러난 핵심 증거는 바로 채널A 이 기자, 백 아무개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사석에서 나눴다는 대화 녹취파일이다. 이 파일에서 채널A 기자들은 “(유시민 관련 의혹) 수사가 필요하지 않냐”고 했고, 한 검사장은 “(유시민 의혹에)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로비 의혹 사건이 아니라)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유착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대검은 “이 정도 대화로 강요미수라 보기는 어렵다, 무죄 증거“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총장과 대검 참모진, 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에 상당한 견해차가 공식적으로 드러났고, 윤 총장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수사팀의 판단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의 평가를 받으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만큼 ‘총장이 최측근을 비호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사건 내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당초 판단을 확신하고 자문단의 평가로 무혐의 처분을 끌어내려는 것 같다”면서도 “실제 사건 내용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사팀의 판단을 무시하기에는 윤 총장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사건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아직 재임 1년도 안 됐는데 윤 총장 리더십이 약화된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재임 1년 사이, 많은 이슈가 있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때만 해도 하나의 이슈에 대한 검사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다면 지금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채널A와의 검언 유착 의혹에 대응하는 윤 총장 리더십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이제 기업이나 민감한 정치 관련 사건 수사는 모든 피의자들이 자문단이나 심의위 등 수사팀 외부의 판단을 받겠다고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누가 검찰 수사를 믿겠나, 검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