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효 판소리 사설 청계본
[고창=일요신문] 현존하는 판소리 여섯바탕을 집대성한 고창출신 동리 신재효 선생(1812~1884)의 사설본 전체가 100여년 만에 세상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고창군에 따르면 신재효 선생의 판소리 필사본 청계본(淸溪本)을 소장한 박종욱씨가 이날 오전 군청 2층 상황실에서 기탁식을 갖고 고창팜소리박물관에 위탁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계본’은 시조(時調) 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가람일기’ 중 1932년 8월17일 기록을 통해 처음 실체가 확인된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집으로 그동안 판소리 학계에서는 망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이날 100년만에 완전체가 확인된 것이다.
가람은 일기에서 ‘고창군 고수면 평지리의 박헌옥(朴憲玉)씨의 집에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이 모두 있다’고 기록했다. 이후 가람의 제자 김삼불(金三不)이 박헌옥씨가 소장한 ‘옹고집전’을 1950년에 출판하기도 했으나 100여년 동안 청계본은 망실(亡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판소리 연구자 김종철 교수(서울대 국어교육과)가 고창군 향토사학자인 이병렬씨와 박헌옥씨의 손자 박종은 고창군 예총회장의 도움으로 박헌옥씨 장손(長孫) 박종욱씨 자택에서 온전하게 보관된 청계본 사설 완질을 확인하게 됐다던 것이다.
‘청계본’ 명칭은 고수면 평지리 청계동에서 따온 것으로 가람의 제자 김삼불이 붙였다. 박헌옥씨의 부친 박경림(朴坰林, 1864~1932, 字는 處五) 선생이 1906년 ‘심청가’를 시작으로 대부분 1910년을 전후로 필사한 것이다. 필사 시기는 신재효 사설의 읍내본(邑內本), 성두본(星斗本), 와촌본(瓦村本)등과 비슷하다.
‘청계본’은 신재효 사설본을 모두 갖춘 완질(完帙)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고창판소리박물관에 보관된 읍내본과 성두본은 일부 작품들이 누락됐고 고창문화원에 있는 와촌본은 2편뿐이기 깨문이다.
청계본은 ‘춘향가 동창’을 비롯 ‘춘향가 남창’, ‘심청가’, ‘적벽가’, ‘토별가’, ‘박타령’, ‘변강쇠가’ 등 신재효의 판소리 사설을 모두 수록하고 있으며 여기에 ‘오섬가’, ‘허두가’, ‘도리화가’ 등과 김삼불이 출판했던 ‘옹고집전’도 그대로 들어 있다.
일부 작품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상태가 양호하며 내용의 누락 없이 달필(達筆)의 필체로 필사된 선본(善本)들이라는 점도 청계본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청계본이 발견됨으로써 고창이 낳은 동양의 셰익스피어 신재효 선생의 판소리 연구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게 됐다”며 “소장자의 후의로 청계본을 위탁 관리하게 돼 고창판소리박물관도 전국 유일의 판소리박물관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ssy147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