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빗이 익명의 글로벌재단과 함께 추진한 ‘판테온 프로젝트’가 논란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코인빗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사진=판테온 홈페이지 캡처
당초 코인빗은 판테온 코인 백서에서 “판테온은 판테온 프로젝트의 주축이 되는 토큰을 지칭하며, 판테온 프로젝트는 코인빗 거래소의 세계화 진출을 위한 ‘코인빗2.0’의 첫 대형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또 “판테온 프로젝트는 본 거래소(코인빗)의 자체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글로벌 재단과의 합작을 통해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대다수의 코인 프로젝트와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판테온 프로젝트 투자자들은 코인빗이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한 ‘글로벌재단’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코인빗이 판테온 코인 상장 이후 약속했던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아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피해 투자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추산한 피해액 규모는 30억 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코인빗이 익명의 ‘글로벌재단’과 판테온 코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했음에도 문제를 책임지지 않았고, 의문점들에 대해서도 정확히 해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이 글로벌재단의 실체에 의구심을 품게 된 것은 ‘판테온 프로젝트’ 사이트 운영이 중단되면서다. 판테온 투자자 A 씨에 따르면 코인빗 측은 투자자들의 사이트 운영 중단 문의에 대해 “재단의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씨가 도메인 회사에 직접 8만 8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도메인 연장을 신청하자 곧바로 사이트 운영이 재개됐다. 또 A 씨가 이를 코인빗에 알리고 도메인 비용을 요구하자 코인빗 측은 A 씨에게 ‘도메인 비용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돌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씨는 “도메인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홈페이지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벌재단이 실존하는 곳이라면 8만 8000원가량의 도메인 비용을 지불하지 못했을 리 없지 않느냐”며 “코인빗 측에 이를 알리고 글로벌재단이 외환계좌로 도메인 비용을 이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코인빗 측이 다른 코인으로 비용을 돌려준다고 해 글로벌재단의 실체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코인빗 측이 밝힌 판테온 코인의 글로벌재단 ‘아이맥스 코인’ 홈페이지에 등록된 운영진(왼쪽)은 ‘메트로로드 코인’ 운영진(오른쪽)과 동일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각 홈페이지 캡처
결정적으로 투자자들의 의구심에 기름을 부은 것은 코인빗 관계자가 밝힌 ‘글로벌재단’ 운영진들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코인빗은 그간 투자자들이 제기한 의혹이나 질의에 대해 “판테온 재단에 전달했다”고만 답변해왔으나 재단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자 결국 판테온 코인을 공동 발행한 글로벌재단이 ‘아이맥스 코인’이라고 밝혔다.
코인빗 관계자는 지난 1월 28일께 투자자 B 씨에게 아이맥스 코인 홈페이지 주소를 전달하며 “사이트 하단 문의메일 보내는 기능을 이용해 영어로 재단과 소통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확인한 아이맥스 코인 홈페이지에는 뜻밖의 인물들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소개돼 있었다. CEO와 COO로 소개된 2명의 외국인이 2020년 9월 회원 2만 명을 대상으로 에어드랍(암호화폐 시장에서 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신규 코인이나 코인을 무상 지급하는 것) 이벤트를 열며 코인빗에 신규 상장한 ‘메트로로드 코인’의 어드바이저 두 사람과 동일 인물이었던 것. 메트로로드 코인은 현재 코인빗에만 상장돼 있다.
아이맥스 코인과 메트로로드 코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운영진 두 사람의 페이스북 게시물 캡처. 두 사람은 페이스북에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투자자 B 씨는 “코인빗이 재단을 앞세워 판테온 프로젝트와 선을 긋고 있지만, 재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존하지 않는 곳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표와 어드바이저 등으로 소개된 인물들이 가상의 인물이거나 명의가 도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맑은 김혜리 변호사는 “현재 판테온 코인에 대해 1, 2차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며 “당초 코인빗은 글로벌 재단과 ‘공동발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대규모 투자 유치가 확정된 상태라 홍보했고, 해외 유명거래소 상장과 지속적 투자유치, 배당금 지급 등을 약속해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현재는 대형 글로벌 재단의 존재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이 없는 상태고, 홈페이지조차 연장하지 않아 폐쇄되는 등 투자자로서는 더욱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명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어 3차 고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판테온 코인 글로벌재단과 관련해 제기된 의문점들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코인빗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코인빗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