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각종 공소가 검찰의 ‘조작 기소’라는 취지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인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을 맡았던 서민석 변호사에게 쏠렸다. 국정조사 특위 소속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두 사람의 육성이 담긴 녹취 일부를 공개하면서다.
3월 29일 전용기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녹취 파일 두 건을 직접 공개했다. 이 중 한 녹취에 따르면 박 검사가 서 변호인에게 “이화영 씨가 법정까지 유지해 줄 진술이 필요하다”면서 “이재명 씨가 완전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전 부지사)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공익제보자니 이런 것들도 저희가 다 해볼 수 있고,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통화 당사자인 서민석 변호사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 사건은 처음부터 결론이 다 정해져 있었다”면서 “검찰은 그에 맞는 진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화영과 김성태에게 압박과 회유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진술 설계’”라면서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만 말씀드리면 이 부분은 이 전 부지사가 굉장이 억울한 부분은 맞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향후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재심 청구 가능성도 시사했다.

3월 31일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박 검사와 서 변호사의 육성이 담긴 추가 녹취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박 검사는 “(혐의) 부인할 경우 더 좋은 방안이 뭐가 있느냐”면서 “서 변호사가 이것을 무죄로 받아줄 수 있다고 하느냐”고 했다. 박 검사는 “오히려 (부인하면 형량이) 10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발언은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에게 했던 말을 서 변호사에게 전한 내용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녹취 공개’에 반발하고 있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 및 의원들은 4월 3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자백 회유 의혹’과 관련해 “조작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이 극심한 사회적 혼란과 국력 낭비를 겪고 있다”면서 “일부만 공개된 녹취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녹취록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향해 “보유 중인 관련 녹취록 원본과 법적 증거로 제출 가능한 수준 녹취록을 어떠한 편집이나 가공 없이 전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상용 검사도 4월 2일 SNS를 통해 “녹취 전체를 공개하라. 그러면 무슨 맥락인지 답을 주겠다. 그리고 공수처에 수사를 맡겨 달라. 그러면 조작수사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고 항변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지원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대통령 도지사 재임 시절 방북 비용으로 300만 달러, 총 8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대납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했다. 법원은 쌍방울이 북한에 건넨 돈 중 230만 달러를 이 대통령 방북비용으로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2024년 3월 5일 수원지법에서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피의자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이 묻기도 전에 방북비용 대납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했다”면서 “(발언은) 변호사 조력을 받아 진술한 것”이라고 했다.
조서 등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 9일 검찰 조사에서 “김성태(쌍방울 회장)가 이재명 지사 방북비용 100만~200만 달러를 보내고 계약서를 쓰는 등 일이 잘될 것 같다고 보고했고, 2020년 초 방북이 성사될 것 같다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2023년 6월 14일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통령에게) 현대아산과 같은 기업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방북비용에 대해 보고했는지 여부는 변호인이 참여할 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2023년 6월 18일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과 동석해 “쌍방울 김성태가 방북비용을 알아서 전부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 대표(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제가 (2019년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마치고 이 대표(이 대통령)에게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 현대아산의 예를 들며 ‘기업이 껴야 방북이 수월하다’고 말씀드렸고, 이 대표(이 대통령)도 ‘잘 진행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당시 법정서 “이런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방북비용 대납을 (쌍방울에) 부탁했고, 100만~200만 달러가 북한 측에 전달된 사실과 2020년 초순 방북 예정임을 이 대표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6월 7일 수원지법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징역 9년 6개월에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금 3억 2500만 원을 선고했다. 2024년 12월 19일 수원고법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했다. 2025년 6월 5일 열린 상고심 선고에서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7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관련해 증인 103명을 채택해둔 상태다. 그 가운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인물만 45명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진실이 뭔지는 아직 알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면서 “이번 의혹이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국가 기관 신뢰도와 직결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바라봤다. 신 교수는 “만약 회유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가 기관 신뢰가 상당히 떨어지고, 검찰이 사라질 만하다는 여론이 커질 것”이라면서 “박 검사 주장처럼 별개의 부분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중요한 근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