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바텀알바 게시글들.
하루에도 100여 건씩 동성애자들의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다. ‘바텀’은 동성애에서 여성 역할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다. 10대 동성애 남학생들 사이에 ‘바텀알바’라고 하는 동성 성매매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바텀알바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을 직접 만나 10대 청소년들의 동성 성매매 실태를 들어봤다.
“학교 방과 후 수업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 늦었어요. 죄송해요.”
기자와 약속했던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최승우 군(가명·19)은 도착하자마자 숨을 헐떡이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바로 왔는지 교복도 그대로 입은 채였다. 기자는 며칠 전 인터넷에서 ‘손님’으로 가장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드디어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13일 밤 9시, 경기도 한 도시의 공원 공중화장실 앞에서 그렇게 최 군을 만났다. 뽀얀 피부에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했지만 그는 이미 ‘바텀알바’ 경험이 많은지 기자를 보자마자 화장실로 향하려 했다. 최 군은 이 공원 공중화장실에 사람이 많이 안 와서 몇 차례 ‘바텀알바’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돈을 내는 남성들이 모텔로 가자고 하면 모텔에서 만나는데, 보통은 돈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만난다”고 말했다.
기자는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최 군을 붙잡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어렵게 인터뷰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근처 공원 벤치에서 들었던 그의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최 군이 바텀알바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고 한다.
“내가 동성애자인지 처음 의구심이 들었던 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그때부터 동성애자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얼마 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20대 남성과 만났다. 그는 내게 ‘동성애자인지 확신이 없을 땐 한번 성관계를 가져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해 그와 성관계를 가졌다. 거부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동성애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성애자 인터넷 카페를 통해 바텀알바를 알게 됐고, 그냥 별 고민 없이 시작하게 됐다.”
최 군은 또한 “돈이 필요하거나 남자를 만나고 싶을 때 동성애자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바텀알바 한다’는 글을 올린다. 그럼 10~15명 정도 남성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연락이 오더라. 시간이 맞으면 연락 오는 남자들은 다 만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페이는 기본 3만 원이고 상대 남성의 요구 조건에 따라 돈이 조금씩 추가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잘생기거나 몸이 좋은 남성들의 경우 돈을 덜 받기도 한다”며 부끄럽게 웃었다.
‘바텀알바를 하는 10대 남학생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최 군은 “주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연락을 하기 때문에 회원들 사이라도 서로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나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꽤 많은 10대들이 동성애자 카페를 통해 바텀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화 <친구 사이?>의 한 장면.
그럼 바텀알바를 하는 이들은 모두 동성애자들일까. 최 군은 “몸매 좋고 키 큰 모델을 준비하는 이성애자 남학생들 중에 돈이 급한 애들이 수십만 원씩 받고 바텀알바를 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다”면서도 “설마 돈 때문에 이 같은 알바를 하겠나”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나 동성애자 인터넷 카페에서는 모델하는 남성이 바텀알바를 한다는 글이나 알바 후기 등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왜 바텀알바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군은 “친구들은 내가 동성애자인지 모른다. 학교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 뻔히 보이니 커밍아웃할 생각도 없다. 마찬가지로 나도 내 주변 친구들 중에 동성애자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바텀알바가 아니면 동성애자 남자들을 만날 방법이 없다. 미성년자인데 게이바 같은 곳에 출입할 수도 없다. 남들은 바텀알바가 미성년자 성매매라고 비난하는데, 나는 남자도 만나고 돈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바텀알바를 통해 만난 사람과 계속 연락하면서 가끔 다시 만나기도 한다. 성관계 후 돈을 받기도 하지만 마음이 잘 맞고 멋있는 남자들과는 그냥 관계를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군은 “아직 내가 완전히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성정체성에 대해 확신이 없다. 여자친구도 사귀어봤고 성관계도 가져봤다. 현재는 내가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남성과 여성 모두 만나보고 성관계를 가져볼 생각이다. 내 성정체성이 확실해진다면 내가 동성애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바텀알바는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틈틈이 휴대폰을 확인하며 메시지를 주고받던 최 군. 내일은 일산에 사는 20대 남성을 만나기로 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구보다도 거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최 군의 성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이들은 선생님도 친구들도 아닌 성매매 현장에서 만난 동성 파트너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단속 사각지대 “그게 뭐냐” 경찰 깜깜 기자에게 ‘바텀알바가 무엇이냐’고 되물은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아직 10대 남학생 동성 성매매에 대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에 나서 처리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러한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통계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행법상 동성 간의 성매매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인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만난 고등학생 최승우(가명) 군은 “바텀알바를 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돈도 벌고 남자도 만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성매매를 하다 폭행을 당하거나 돈을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겠지만 아닌 이상 우리가 왜 신고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의 한 관계자 역시 “동성 간 성매매나 성폭력에 대해 남학생들의 상담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다”면서도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동성애와 관련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동성애 성향을 가진 10대 청소년들이 점점 더 음성적이고 위험한 성문화에 노출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