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빙자해 20명 이상의 남성을 홀리고, 이 중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기지마 가나에(39)가 또 다시 일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옥중 블로그’를 개설한 것이 이유다.
수십 명의 남성을 꾀어 10억 원 이상을 갈취하고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기지마 가나에. 작은 사진은 그녀가 복역 중에 개설한 블로그.
5년 전 기지마가 체포될 당시, 일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건 다름 아닌 그녀의 ‘못생긴 외모’였다. 100㎏에 육박하는 육중한 몸매에 수수한 얼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꽃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던 까닭에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남자를 유혹했을까’라며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최근 “사형 선고를 받아 복역 중인 그녀가 옥중 블로그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이 <주간문춘>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섰다. 희대의 ‘못난이 꽃뱀 사건’ 그 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2009년 11월, 수십 명의 남성과 사귀며 약 10억 원 이상을 갈취하고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지마 가나에(당시 34세)가 체포됐다. 희대의 꽃뱀 사건에 모두가 놀란 가운데, 그녀의 사진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꽃뱀치고는 외모가 너무….”
나이는 30대 중반. 체중은 100㎏에 가까우며, 얼굴 역시 결코 미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남자들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갔을까. 그런데 피해자 남성들의 말에 따르면 “오히려 그 외모가 무기가 됐다”고 한다. 만약 미인이었다면 ‘뭔가 있을지 모른다’고 경계했을 텐데, 뚱뚱하고 수수한 모습이 신뢰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평생 나만 바라보고 살아갈 여자로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가 남성들의 환심을 샀다. 사실 기지마의 외모는 수수한 편이지만, 지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에 가깝다. 이러한 자신감 덕분인지 그녀는 먼저 적극적으로 남성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육체관계를 맺은 것은 물론 수많은 남성들을 손바닥 위에 놓고 유유히 즐겼다.
하지만 수상한 점이 포착됐다. 기지마와 사귀다가 실종되거나 의문사한 남성들이 여럿 있었던 것. 결국 검찰은 혼인빙자사기 외에도 그녀가 3명의 남성을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자살한 것처럼 위장해 살해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2012년 4월 13일, 사이타마 지방법원은 기지마에게 “생명을 가볍게 보는 태도가 눈에 띄고,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일본 언론들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기지마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뽐내며, 마치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도도한 모습이었다”고 평했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기지마는 판결에 불복, 곧이어 항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줄곧 범행 사실을 부인해오고 있다. “나는 무죄다. 사망한 남성들은 헤어지자는 나의 말을 듣고 자살하였거나 혹은 뜻하지 않게 우연히 사망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로써 사건은 제2막으로 넘어가게 된다.
‘과연 기지마는 옥중에서 어떤 전략을 짜고 있을까.’ 다들 궁금해 하던 차에 그녀의 소식이 <주간문춘>을 통해 보도됐다. 2014년 1월부터 옥중 블로그를 개설했다는 것이다. 사형 판결을 받은 뒤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일본 인터넷은 또 다시 술렁거렸다.
블로그의 내용을 살펴보면 구치소 내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유머가 섞여 있어 도저히 사형을 선고 받은 인물의 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자신을 지지해주는 남성들의 이야기도 숨김없이 공개하고 있다. 2월 16일에 올라온 글에서는 신세를 진 9명의 남성 변호사를 언급하며 “내 인생은 계속 남자들이 지탱해주었다”고 적었다. 그녀의 블로그를 관리해주는 이도 ‘삼촌’이라고 부르는 남성이라고 한다.
또 특정 남성에 대해서는 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대는 바로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46). 그녀는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아오키 씨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좋다. 조금 희끗희끗하면서도 찰랑거리는 머리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외모라서 그가 취재를 올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고백했다.
비슷한 시기 제2의 ‘못난이 꽃뱀’으로 체포된 우에다 미유키(39)에 대해서는 질투심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저널리스트 아오키가 우에다 사건을 취재해 책으로 출판한 것에 대해 “그는 나보다 왜 우에다를 택했을까. 쇼크였다”고 언급하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작 그녀로부터 열렬한 고백을 받은 아오키 씨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는 “최종적으로 사형이 확정되면 외부에 발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좀 더 다른 내용의 글을, 예를 들어 사건에 대해 전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진지하게 호소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충고했다.
인터넷에서도 찬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블로그 댓글에는 “뻔뻔스러움의 극치다” “병적인 나르시즘의 소유자”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두드러졌다. 반면 일부는 “묘하게 끌리는 문체다. 에세이를 내면 잘 팔릴 것” “단숨에 전부 읽어버렸다. 왜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은 지 알 것 같다”는 의견도 보였다. 현재 기지마의 블로그는 일본 라이브도어 블로거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편 사형 선고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기지마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사형을 선고 받았다. 3월 12일 도쿄 고등법원은 항소심 판결에서 “1심 사형 판결을 지지하고, 변호 측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심을 두고 “배심원들의 감정에 치우친 판결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결정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항소심 판결에서 기지마가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으나 결국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기지마는 빨간 블라우스 차림으로 출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마 변호인 측은 피해자 사망과 관련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재차 무죄를 호소했으나 법원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