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살인 사건을 보도한 MBN 뉴스 캡처(위)와 죽은 최 군의 지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올린 글.
지난 3월 22일 이틀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박 아무개 양(14)은 어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를 다그치는 과정에서 딸이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평소 알고 지내던 오빠 최 아무개 군(19)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박 양의 어머니는 24일 저녁, 식사 도중 남편 박 아무개 씨(47)에게 딸이 성폭행 당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곧장 박 씨는 딸의 휴대폰을 확인했고 딸이 최 군과 주고받은 SNS 대화에는 성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이 있었다. 분을 참지 못한 박 씨는 주방에 있는 식칼을 들고 아내와 아들(19)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최 군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미룡동의 한 치킨집 앞에 찾아갔다.
박 씨는 딸의 휴대폰 메신저로 최 군을 불러냈다. 박 씨의 아내는 가게를 나온 최 군을 보자마자 뺨을 때렸다. 최 군은 아내에게 욕설을 하며 덤볐다. 모든 일을 길 건너편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 씨는 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차에서 뛰쳐나온 박 씨는 집에서 가져온 흉기로 최 군의 등을 찔렀다. 당황한 최 군은 도망쳐 치킨집에서 250m가량 떨어진 원룸 건물 뒤편으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박 씨의 가족들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
사람들이 모여들자 차를 타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최 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치킨집 종업원들에 의해 30분 뒤 발견됐다. 최 군은 군산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과다출혈로 숨졌다. 최 군이 숨진 사실은 모른 채 박 씨는 한 시간쯤 뒤 경찰에 자수했다.
그런데 사건 직후만 해도 이 사건은 ‘딸 성폭행범을 살해한 아버지’로 세간에 알려졌다. 박 씨에 대한 옹호 여론도 인터넷을 달궜다. 하지만 같은 날 밤 9시 20분쯤 최 군의 지인이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자신을 최 군 누나의 친구라고 밝힌 글쓴이는 ‘제 친구 동생은 성폭행범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최 군과 박 양은 사귄지 2주 된 사이였다. 박 양이 먼저 성관계를 요청했고 합의하에 관계했다. 그 후 박 양은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한쪽의 주장일 뿐이다. 명확한 진실은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군산경찰서는 “26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박 양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박 양이 충격을 많이 받아 출석이 어렵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최 군의 유족들은 경찰 조사를 받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전해진다.
경찰 한 관계자는 “박 양이 열네 살밖에 되지 않은 미성년자다. 자세한 내용을 밝혀 뭘 하겠느냐”며 사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 언급을 피했다. 또한 “성폭행 사실 여부는 박 양이 경찰에 출석한 이후에나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윤심 인턴기자 heart50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