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 매디슨’은 가입 때 본인인증 절차가 없어 명의 도용 등의 위험성도 우려된다. 사진은 ‘애슐리 매디슨’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결혼 안한 애들은 들러붙어서요.”
기자가 취재를 위해 애슐리 매디슨 홈페이지에 가입한 지 5분도 안 돼 한 남성(38)이 말을 걸어왔다. 놀라운 반응속도였다. 이 사이트 내에서 기혼자를 뜻하는 ‘매여 있는 여자’인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나도 매여 있는 남자”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잠시 후 “서로 지켜야할 것들이 있으니 배려하는 사이가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인다. 컴퓨터 창에 메신저를 띄워놓고 몇 마디를 나누다가 대화는 끊겼다. 그 뒤 쪽지함을 확인해보니 대화를 나눈 남성이 전화번호를 보내왔다. 여기에 기자가 응했다면 ‘만남’은 이뤄졌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간편하게 ‘짝’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애슐리 매디슨이다.
애슐리 매디슨은 전 세계 36개국에 회원 2500만 명을 보유한, 연 매출이 1400억 원에 달하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다. 언뜻 인터넷 만남 사이트나 소개팅 어플리케이션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주 고객층을 ‘기혼자’로 설정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싱글도 가입 가능함). 이 사이트가 큰 파장을 몰고 온 것도 ‘불륜 조장’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애슐리 매디슨 또한 자사를 “외도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이름”으로 스스로 표현한다.
애슐리 매디슨 가입은 비교적 간단하다. 실명이나 본인인증도 필요 없다. ‘짧은 관계’부터 ‘날 흥분하게 하는 모든 것’까지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면 된다. 키와 몸무게, ‘글래머’ ‘마른 편’ 같은 자신의 스타일까지 입력하면 30초도 걸리지 않아 가입이 완료된다.
기자가 가입을 하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자 2시간 동안 14명의 남성이 말을 걸어왔고, 87명의 남성이 기자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말을 걸어온 남성 14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여 있는 남성’이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호기심에 해당사이트를 방문했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지자 자신을 기혼자라고 밝힌 한 남성(37)은 “애인 같은 사이는 싫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섹스파트너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말을 걸어온 남성 중에는 자신의 나체사진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만나자는 의사를 밝히는 기혼자도 있었다. 또 다른 기혼남성(38)은 “쪽지 많이 와서 답장이 힘들 테니 내가 정하겠다. 오는 수요일 3시 신촌역 A 모텔에서 만나자”는 대범한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 사이트의 ‘목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성으로 프로필을 적자마자 무수한 ‘러브콜’이 즉각 이어졌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어떨까. 기자가 남성으로 위장해 가입해본 결과 한 시간 남짓한 접속시간 동안 기자의 프로필을 확인한 여성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이 사이트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이 무료인 여성에 비해 남성은 7만 9000원 상당의 크레디트 패키지를 구매해야 이용이 가능했다. 한 달 월정액이 아니고 이용횟수와 시간에 따라 차감되기 때문에 사용빈도에 따라 상당한 금액이 들 수도 있다. 앞서 기자에게 말을 걸어왔던 한 남성(42)은 “이 사이트 실패할 것 같다”며 “외국인이 하는 거라 그런지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기자의 프로필을 확인한 80여 명의 남성들이 실제로 기혼자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해당 사이트는 불륜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불건전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배우자를 상담하다 보면 하룻밤이나 유사성매매를 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해당 사이트가 가정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현행법에는 기혼자의 외도를 처벌할 수 있는 간통죄가 있는 만큼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규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유해정보심의팀 송명훈 팀장은 “최근 해당 사이트 관련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존 만남사이트가 적나라하게 게시글을 올리는 형식이라면 애슐리 매디슨은 게시글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차이점이 있다(쪽지로 은밀하게 연락이 가능)”며 “해당 사이트는 본인 인증을 하지 않고 비밀번호만 있으면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의 이름을 빌려 악용할 수 있는 위험성도 우려된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원일 유정훈 변호사도 “카톡이나 SNS 등에서의 외도도 ‘정신적 외도’로 이혼사유가 되기도 한다. 형사법상 간통죄 문제를 떠나 윤리적으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