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합헌 판정에 반대하며 1인 시위 중인 김동근 남성연대 대표. 사진제공=남성연대
“경영, 재정, 인력 등 모든 부분이 발전했다고 보면 된다. 대표의 개인적인 인지도만 빼고.”
성재기 전 대표 이후 남성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동근 대표(25)는 그간의 정상화 과정에 대해 이같이 털어놨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성 전 대표 한강 투신 퍼포먼스 이후 단체를 해산하라는 압력까지 받았던 남성연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남성연대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성재기 전 대표가 한강 투신을 예고하면서부터였다. 성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25일 남성연대 홈페이지에 “남성연대의 급박한 부채를 갚기 위해 1억 원을 빌려 달라. 내일 26일 한강에서 뛰어 내리겠다”고 공지사항으로 예고한 뒤 다음 날(26일)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사흘 만인 29일 오후 4시께 성 전 대표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자신이 이끄는 남성연대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벌인 퍼포먼스가 비극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남성연대의 얼굴이었던 성 전 대표의 죽음 이후 단체의 정상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성 전 대표의 투신 퍼포먼스 이후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는 탓에 하루에도 수백 통의 전화가 남성연대 사무실로 걸려왔다. 성 전 대표의 1인 단체나 다름없었던 남성연대가 수백 통의 전화를 응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남성연대의 향후 활동에도 관심이 모아졌지만 담당인력이 부족했던 남성연대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임시 폐쇄했다. 부담을 견디지 못한 몇몇 봉사자들은 남성연대를 이탈하기도 했다.
김동근 대표는 “당시 쏟아졌던 남성연대에 대한 관심은 성 전 대표가 살아생전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능력과 의지가 있는 리더십이 부족했다”며 “홈페이지까지 폐쇄되자 성 전 대표가 불을 지핀 관심과 인지도를 이대로 날려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이 주축이 돼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문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재기 전 대표가 한강에 투신하는 모습.
김 대표는 “당시 남성연대의 채무는 성 전 대표 개인의 채무로 봐도 무방하다. 성 전 대표 사망 후 남성연대 사무실의 보증금도 유족 앞으로 돌아갔다. 현재 금전적으로는 성 전 대표의 유족에게서 독립했다고 보면 된다. 성 전 대표 가족과도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현재의 남성연대는 당시 후원금 계좌로 들어온 5000만 원을 가지고 시작했다. 사무실 이전 비용과 그동안 미뤄왔던 싱글대디, 김치사업 등을 하고 나니 운영비는 곧 바닥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성 전 대표 사망이후 남성연대 후원금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매달 500만~600만 원에 달하는 운영비는 여전히 사비(김동근 대표)로 충당되는 부분이 많지만 한 달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남성연대의 후원금은 20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현재 남성연대의 정식 회원은 50여 명, 준회원은 8000명 정도로 성 전 대표 사망 이후 1000여 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열악한 재정상황 탓에 봉사자로만 이루어져 있던 남성연대 직원도 현재는 정직원 3명과 인턴 2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모자란 운영비는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후원금이 차츰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4~5달 이후에는 흑자 전환도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는 ‘맨 오브 코리아’라는 웹진 발행과 팟캐스트 방송 등도 준비 중”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남성연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한강 투신 퍼포먼스까지 벌여야 했던 성재기 전 대표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김동근 남성연대 대표는 ▶1990년 경기도 의정부 출생 ▶2008년 경희대학교 음대 작곡과 입학(3학년 휴학) ▶2011년 11사단 육군병장 만기 전역 ▶2011년 ~ 2012년 남성연대 자원봉사자 ▶2013년 1월 ~ 2013년 5월 남성연대 홍보팀장 ▶2013년 8월 ~ 2013년 9월 남성연대 비상대책위원 ▶2013년 9월 16일 ~ 2013년 11월 12일 남성연대 대변인 ▶2013년 11월 12일 남성연대 공동대표에 선출 ▶2014년 3월 김인석 공동대표 사임 후 단독대표 활동 |
남성연대의 정체는 “여성혐오? 오해는 그만!” 남성연대는 가족해체를 막고 양성간 갈등을 줄이자며 지난 2008년 설립된 시민단체다. 남성연대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무고, 이혼 등에 대한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 및 미혼부를 대상으로 하는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남성연대는 ‘여성부 폐지’나 ‘군대는 왜 남자만 가나’, ‘여자의 맞벌이는 선택, 보조적이다’ 등의 발언으로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단체로 더욱 익숙하기도 하다. 남성연대는 ‘여성부 폐지’를 주장하며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제공=남성연대 김 대표는 “우리는 여성혐오자가 아니다. 여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남성을 억압하고 여성을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정치 세력화에만 열을 올리는 세력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남성연대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여성의 사회활동을 권장하고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1세대 페미니즘 운동)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남성연대가 주장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나 여성의 대체복무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미 남성우월주의는 보수를 넘어선 수구라고 볼 수 있다. 여권신장을 진보라고 볼 수 있는 시대도 지났다. 좌우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외면하는 양성갈등과 관련한 문제를 뾰족하게 모아주고 증폭시키는 것이 남성연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