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본거지로 알려진 금수원 헬리캠 촬영 모습. 검찰은 ‘김엄마’를 유 전 회장 도피 핵심 인물로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최준필 기자
이 과정에서 구원파 내의 ‘엄마’들이 주목받고 있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와주는 핵심 컨트롤타워가 구원파 어머니회에 속한 리더급 인사들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이중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는 ‘김엄마’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그 배후에는 또 다른 인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는 ‘엄마’들의 정체를 집중 추적했다.
지난달 25일 새벽 1시 30분. 검찰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 있는 염소탕 음식점을 급습했다. 유병언 전 회장이 은신해 있다는 첩보를 받고나서다. 검찰이 들이닥치자 염소탕 음식점 주인인 변 아무개 씨 부부는 문을 걸어 잠그고 30분가량 맹렬히 저항했다. 결국 검찰은 변 씨 부부를 체포했지만, 진입한 염소탕 집 내부에 유 전 회장의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검찰은 음식점을 급습할 당시까지도 음식점에서 300m가량 떨어진 ‘비밀 별장’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별장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별장을 급습한 건 음식점을 압수수색한 지 ‘12시간’쯤 후인 25일 오후 10시다. 한참 늦은 뒷북추적에 유 전 회장은 이미 측근과 함께 별장을 떠나 자취를 감췄다. 별장에 남은 건 유 전 회장의 30대 여비서 신 아무개 씨와 유 전 회장이 미처 챙기지 못한 옷가지와 물품뿐이었다.
유 전 회장이 측근인 양회정 씨(55·지명수배)와 별장을 떠난 시각은 25일 새벽 2시에서 3시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이 음식점에서 변 씨 부부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무렵이다. 양 씨는 순천 구원파 총책인 추 아무개 씨가 구해준 EF소나타를 타고 새벽 5시쯤 전주에 도착했다. 양 씨가 데리고 간 유 전 회장은 전주에 도착하기 전 이미 다른 은신처로 도피시킨 후였다. 유 전 회장의 행방은 이때부터 완전히 오리무중에 빠졌다.
전주에 도착한 양 씨가 가장 먼저 한 조치는 금수원에 있는 일명 ‘김엄마’에게 공중전화로 연락을 취한 일이다. 김엄마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총괄한 핵심 컨트롤타워로 지목되고 있다. 양 씨는 이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염색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카드 대신 현금으로 계산한 뒤,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차를 버려두고 이동한다. 양 씨는 이동하면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유 전 회장과 비슷하게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과감한 연기도 감행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양 씨는 키가 150cm 정도이고 유 전 회장과 상당히 비슷한 키와 체형을 가졌다”고 전했다. 양 씨는 이후 인근에 준비해 둔 SM5 차량을 타고 구원파의 본산인 안성 금수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도피 총책’으로 지목되는 ‘김엄마’를 주목하고 있다. 순천 별장에서의 도피, 양 씨의 수사 혼선을 주는 연기까지 모두 ‘김엄마’가 결정하고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도피 총책으로 불리던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 이사장이 구속된 후 김엄마가 사실상 도주를 지휘하고 있다. 금수원 내 구원파 신도들의 구심점 같은 인물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엄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검찰에 따르면 ‘엄마’는 구원파 내 여신도 모임인 어머니회의 지도자급에게 붙이는 호칭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김엄마’는 김 씨 성을 가진 어머니회의 지도자라는 것이다. ‘김엄마’의 나이는 현재 58세로 금수원에 머물면서 유 전 회장의 도피에 필요한 물품과 은신처 지원, 경호 등 보좌인력, 검경 동향, 도피자금 지원 등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김엄마’를 도피 핵심인물로 자신만만하게 지목했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요신문>이 접촉한 다수의 구원파 관계자들은 “구원파 내부에 ‘김엄마’가 수도 없이 많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 구원파 관계자는 “주변에 물어봐도 검찰이 특정한 ‘김엄마’가 누구인지 되묻는 이들이 많다”며 “어머니회의 지도자급을 ‘엄마’라고 부른다는 것도 처음 듣는다. 어머니나 엄마라는 호칭은 구원파에 들어온 여신도들이면 누구나 다 붙이게 된다. 어머니회를 총괄하는 이는 그저 ‘회장’이라고 부를 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구원파 관계자는 “도피를 총괄했다면 어머니회보다는 성인회일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회는 유기농과 관련한 먹거리 부분을 담당하고, 교회 운영 관련 실무는 성인회(남성 신도 모임)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원파 내부에서 ‘김엄마’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숨겨주고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주의 한 장례식장 CCTV에 찍힌 유 전 회장 추정 인물(오른쪽). 연합뉴스
하지만 현재까지는 검찰은 금수원에 재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유 회장 부자를 검거하는 데 진력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진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구원파 신도들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높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검찰이 ‘김엄마’가 금수원에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에 검찰이 금수원에 진입했는데 김엄마가 없다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검찰에서는 이 부분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검찰이 김엄마라는 인물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띄운 것도 김엄마를 정말로 도피 핵심 인물로 확신해서가 아니라, 구원파 내에 가장 흔한 김엄마라는 하나의 명사를 통해 구원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진정한 도피 핵심 배후는 ‘김엄마’가 아니라 따로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김엄마’가 아니라 ‘신엄마’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신엄마’는 전직 대기업 간부 부인으로 강력한 재력을 바탕으로 구원파 열성 신도 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전 측근인사는 “김엄마는 깃털이고 신엄마가 몸통이다. 신엄마는 2000년대 말까지 여신도 중 핵심으로 있었고 현재는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베일에 가려 있다. 신엄마에 비하면 김엄마는 심부름꾼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측근인사에 따르면 ‘신엄마’는 금수원 근처 H 아파트 및 부동산 등을 운영하며 신도들로 하여금 땅을 매입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유 전 회장 일가의 방대한 부동산 매입을 신엄마가 일부 주도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한 상황이다.
구원파는 이러한 신엄마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소재에 관련해서는 쉬쉬하는 모습이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신엄마를 아무도 본 적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엄마’에 대해 출국금지와 동시에 체포영장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결국 이번에 검찰이 ‘김엄마’ ‘신엄마’ 등 도피 핵심 조력자마저 놓친다면 사실상 유 전 회장의 신병을 완전히 놓쳐버리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 목소리도 높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자신만만했던 검찰이 지금은 유 회장 때문에 밤잠도 못자고 온갖 창피를 다 당하는 모습이다. 도피 핵심 조력자까지 놓친다면 검찰의 체면은 더 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