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풍쟁이 아담
더 어이없는 일은 그 다음에 터졌다. 아담은 이듬해 초 새 소속팀 피츠버그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생활은 전쟁의 위협 때문에 항상 불안했다. 늘 배를 타고 일본으로 탈출할 준비를 해뒀다. 전쟁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 불안감을 견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황당한 얘기를 했다. 또 “NC가 약속과 달리 허름한 숙소를 제공했다” “후배가 심부름을 하지 않으면 때릴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며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전쟁에 대한 발언은 물론, 나머지도 사실과 달랐다. 아담이 NC에 입단하던 당시, 그를 포함한 NC 용병들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구장 근처 아파트에 살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담은 갓 완공된 새 아파트에 입주해 방 3개와 욕실 2개가 딸린 숙소를 혼자 썼다. 아담이 나간 후 바로 그 집에 새 용병 테드 웨버가 입주했는데, 웨버는 “숙소가 넓고 깨끗하다. 아주 만족스럽다”고 찬사를 연발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에서 3년을 뛴 전 롯데 용병 라이언 사도스키는 아담의 발언을 접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난 (NC 연고지인) 창원과 마산에서도 항상 안전하다고 느꼈다. 한국 생활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비꼬았다.
# 두 얼굴의 클락
까칠한 클락 클락과 동고동락했던 통역 담당자들은 그의 이기적이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일요신문 DB
팬들에게는 여전히 ‘슈퍼맨’이라는 별명으로 남아 있는 덕 클락. 사실은 동료들에게 가장 평판이 안 좋았던 ‘두 얼굴의 사나이’다. 클락은 2008년 한화에서 1년을 뛴 뒤 2009시즌부터 2년간 넥센에 몸담았다. 당시 클락과 동고동락했던 통역 담당자들은 클락의 이기적이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혀를 내두르곤 했다는 후문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클락은 팬들과 취재진 앞에서는 한없이 신사적이고 예의 바른 선수로 유명했다. 그러나 라커룸에서는 걸핏하면 한국 야구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함께 뛰는 동료들을 모두 자신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니, 동료들 역시 속으로는 하나같이 클락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차갑고 지적인 외모와 달리, 사생활도 그리 모범적이지는 않았다. 이유 없이 치어리더실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이 발각돼 구단 관계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 악동 호세
롯데의 호세가 삼성의 배영수를 폭행하는 모습,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관중석에 방망이를 던지는 모습, SK 신승현의 공에 맞은 뒤 쫓아가는 모습(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악동 용병의 대명사인 펠릭스 호세는 1999년 롯데에 입단해 첫 해부터 타율 0.327, 36홈런, 12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그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사상 초유의 사고를 쳤다. 6회초 홈런을 날린 뒤 3루를 도는 시점에 관중석에서 맥주캔 등이 날아들자 흥분을 참지 못했다. 더그아웃 앞에서 방망이를 관중석에 세게 집어던졌다. 결국 최초로 팬들과 선수들이 관중석과 그라운드에서 살벌하게 대치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뿐만 아니다. 2001년에는 삼성 투수 배영수를 폭행했다. 그해 9월 18일 마산 삼성전이었다. 호세는 7회말 배영수가 자신의 등 뒤로 날아가는 공을 던지자 일단 흥분한 상태로 볼넷을 골라 1루에 나갔다. 이어 다음 타자 훌리안 얀이 배영수의 공에 옆구리를 맞자 총알같이 마운드로 달려갔다. 타자와 투수가 빈볼을 놓고 정면 출동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주자가 1루에서부터 달려가 등을 돌리고 있던 투수를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은 전무후무했다. 그러나 호세의 이른바 ‘똘기’는 5년 후에도 잦아들지 않았다. 2006년 8월 5일 문학 SK전에서 SK 신승현의 공에 맞은 뒤 도망가는 신승현을 잡기 위해 1루 더그아웃 쪽으로 돌진했다. 다행히 당시 SK에 있던 최태원 코치가 허리 감아 돌리기로 호세를 진압해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 ‘무대포’ 브리또·‘4차원’ 프랭클린
2002시즌 도중 현대 유니폼을 입은 마이크 프랭클린은 이해할 수 없는 반항기로 말썽을 빚곤 했다. 2003년 5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보여준 기행이 대표적. 심판의 삼진 판정에 불만을 품은 그는 일단 헬멧과 배트를 타석에 내려놓더니, 갑자기 1루∼2루∼3루를 차례로 달린 뒤 홈에서 슬라이딩하는 괴상한 시위를 했다. 프랭클린에게 벌금과 출장정지 징계가 떨어진 것은 물론, 현장에서 당황해 퇴장조치를 취하지 못한 심판들에게까지 벌금이 부과됐다. 프랭클린은 스윙판정에 항의하다 또 다시 벌금을 물자 최초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항의 팩스까지 보냈다. 결국 시즌 중 퇴출됐다.
# ‘양치기’ 갈베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