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는 추석연휴가 사실상 시작된 9월 5일(금)과 6일(토) 양일에 걸쳐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민심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유선/무선전화 RDD ARS방식을 이용했으며, 응답률은 4.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올해 추석 민심이 가장 주목한 이슈는 역시 ‘세월호 특별법’과 ‘경기 침체’였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8%는 ‘세월호 특별법’을 가장 큰 이슈로 뽑았으며, 역시 38%의 응답자가 ‘경기 침체’를 가장 큰 이슈로 꼽아 동률을 이뤘다. 그 뒤를 ‘군대 사고(16.5%)’와 ‘남북관계(2.2%)’가 이었으며,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5.5%였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여야 간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국회 실종 현상 역시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후반기 국회는 이로 인해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추석 민심 역시 이러한 정국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야 지지 정당에 따라 입장이 다소 다르다는 것. 새누리당 지지층의 50.7%는 주요 이슈로 ‘경기 침체’를 첫 손에 꼽은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의 55.7%는 ‘세월호 특별법’을 우선시 했다. 민심 역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양분됨을 알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야권이 바라고 있는 ‘유가족 뜻에 따라 재협상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45%로 가장 많았다. 현재 새누리당의 입장대로 ‘여야 협상안대로 통과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42.9%로 그에 못지않았다.
이러한 여야 대치 국면에서 하나의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 역할’이 꼽히고 있다. 현재 유족과 야권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앞서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6.6%는 ‘대통령이 유가족의 뜻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해 ‘대통령이 유가족을 설득해야 한다(28.4%)’를 압도했다.
이는 야당 지지층뿐 아니라 여당 지지층 역시 비슷했다. 여당 지지자의 33.6%가 ‘대통령이 유가족의 뜻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유가족을 설득해야 한다’고 답한 여당 지지자는 27.8%였다. 여야 지지 성향을 떠나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데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추석 민심 이슈로 떠오른 ‘경기 침체’에 대한 세부 조사 결과는 먹구름이 잔뜩 낀 형국이었다. ‘2~3년 전보다 형편이 좋아졌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7%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좋아졌다’는 17.9%에 불과했으며,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25.5%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가계 경제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역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야권에 대한 흉흉한 민심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번에 실시한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47.2%의 응답자로부터 지지를 받은데 반해, 새정치연합은 19.9%로 10%대의 충격적인 지지율을 나타냈다. 여야 간 지지율 격차가 더블스코어를 넘어버렸다.
새정치연합의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4.9%는 ‘회생에 총력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해체하고 재정비하라’고 답한 이도 39.6%로 그에 못지않았다. 또 ‘새정치연합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에 대한 추가질문에 응답자의 32.7%가 ‘리더십을 가진 지도부 구성’을 꼽았다. ‘확고한 정강정책 확립’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0.6%로 그 뒤를 이었으며 ‘새로운 인물 영입’과 ‘이념정당 탈피와 유연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10.5%와 9.8%에 불과했다.
회생 조건으로 ‘리더십’을 첫 손에 꼽은 것은 역시 현재 여러모로 실책이 제기되고 있는 ‘박영선 비대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부침을 그대로 반증하는 셈이다. 특히 해당 질문에 야권 지지자 층의 46.3%가 ‘리더십’을 꼽았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박영선 지도부에 대해 지지자 층도 부정적 인식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새정치연합을 해체할 경우 재편 방식에 대해선 응답자의 42.1%가 ‘이념에 따라 나눠야 한다’고 답해 25.7%가 응답한 ‘합당으로 범야권 정당 탄생’을 압도했다. 이미 야권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은 계파 갈등이 더 이상 답이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결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국내 정치와 정당에 대한 기본적인 추석 민심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 중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고, 견해를 정치로 실현시켜주는 정당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62.4%가 ‘없다’고 답했다. ‘있다’고 답한 이는 37.6%에 불과했다. 이는 곧 기성 정당과 국내 정치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많은 실망을 했고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지지자들 중 72.3%는 ‘없다’고 답해 그 심각성을 더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