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름으로
세계 유도 역사상 최연소 그랜드슬래머가 된 한국 유도의 간판 김재범(29·한국마사회)은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정진희 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지난해 9월 딸 예담이를 얻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손가락 인대 부상과 등과 어깨에 담이 들고 부상까지 이어졌지만 주사도 맞지 못한 채 오로지 정신력으로 그 고통을 참아냈다. 이미 왼무릎, 팔꿈치 등 성한 곳이 없는 그는 죽을 각오를 하고 대회에 나가 81kg급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유도 2연패 김재범. 연합뉴스
평소 김재범은 ‘죽을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수사불패·雖死不敗)’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패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강한 의지를 표현해낸 사자성어이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올림픽에서의 금메달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바로 딸 예담이 때문이다. 예담이 생일이 9월 4일이고, 아시안게임 때문에 돌잔치를 뒤로 미뤄야 했던 김재범은 금메달을 돌잡이 선물로 내놓겠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김재범은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달성한 터라 국제대회의 메달에 악착같이 매달릴 필요는 없었지만, 그는 가족의 힘으로 다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김재범은 “부모의 입장이 되니까 아파도 유도를 해야 하고…. 어리광을 부리기에는 너무 철이 들어버렸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아내의 뱃속에는 둘째도 자라고 있어 가장 김재범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그런 그에게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 2개는 표현 못할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4월, 딸 하이를 출산한 지 2개월 만에 다시 피스트에 선 ‘엄마검객’ 남현희(32·성남시청).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바람에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2013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후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펜싱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 남현희. 연합뉴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남현희는 “(딸에게)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 그동안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말하고선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올해 만 32세인 남현희에게 이번 대회는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다. 그는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기도 했고 나에게는 마지막이라서 더욱 기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150㎝의 작은 키에 ‘땅콩 검객’이란 별명을 안고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만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현희. 생후 17개월 딸을 둔 엄마이지만, 그는 은퇴 전까지 후배들과의 경쟁을 즐기며 운동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부상과 암을 이긴 선수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정미라.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금까지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발목인대까지 좋지 않아 정미라는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엄청난 부담을 떠안았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격부 감독의 권유로 사격을 시작했다는 정미라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암을 극복한 금메달리스트로 각인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9월 24일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85㎏급 경기에서 사재혁이 인상 2차시기에서 171㎏(2위)를 들어 올린 뒤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용상 1·2·3차 시기에서 모두 실패하며 아쉽게 실격 처리됐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선 어깨 부상으로 5번째 수술을 하는 바람에 출전하지 못했고, 2012 런던올림픽에선 77㎏급 경기 중 팔꿈치가 탈구되며 내·외측 인대가 모두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6번째 수술대에 오르며 사재혁은 “이제 역도를 포기해야겠다”며 은퇴를 시사했지만, 그는 1년 이상 눈물겨운 재활훈련을 이겨낸 끝에 지난해부터 바벨을 다시 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7번째 수술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서 85kg으로 체급을 올려 3관왕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사재혁은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역도 85㎏ A그룹에 출전, 인상에서 171㎏(2위)을 들어 올렸으나 용상 1·2·3차 시기에서 모두 실패하며 실격 처리됐다. 경기 후 사재혁은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아직 끝이 아니다”라며 “올림픽 세 번은 나가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의지를 미리 밝힌 셈이다.
#자매가 함께 뛴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에는 ‘국대 쌍둥이’로 불리는 이재영(18·흥국생명)과 이다영(18·현대건설)이 뛰고 있다. 이 둘의 목표는 두 가지. 첫 번째는 20년 만에 여자 배구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매 금메달리스트다.
이재영·다영(위), 김온아·선화 자매.
여자 핸드볼에선 김온아(26), 김선화(23·이상 인천시체육회) 자매가 함께 뛰고 있다. 김온아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간판스타로 꼽힌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큰 부상을 입으며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피나는 재활 훈련 끝에 다시 일어나 올 시즌 소속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김온아, 김선화 자매는 중·고교를 함께 다녔고, 현재 소속 팀도 같다. 그러나 두 자매가 함께 뛰었던 국제대회는 없었다. 동생 김선화는 런던올림픽 최종 엔트리에서 아쉽게 탈락 후, 한동안 시련의 시간을 보냈고, 언니 김온아는 런던올림픽 본선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올림픽 경기에 더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같이 중요한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같이 출전하는 김온아, 김선화 자매. 여자 핸드볼이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던 악몽을 딛고 시상대 맨 위에 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김온아는 “동생과 함께 하는 아시안게임이기 때문에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승마 대표 김석 이색 이력 그때 그 ‘리틀 권상우’가…와우! 1997년 영화 <넘버3>로 데뷔 후 2004년 <아홉살인생>에서 동갑내기 이세영과 함께 주인공 백여민 역을 맡아 ‘리틀 권상우’로 호평을 받았던 김석. 이후 드라마 서동요-궁-주몽-선덕여왕 등에 출연하며 아역 배우의 입지를 탄탄히 굳힌 김석이 연기를 떠나 승마선수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아역배우 출신 김석은 승마를 접한 후 그 매력에 빠져 올인했다. 김석은 4년 전인 18세에 ‘최연소’란 타이틀을 달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며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도 장애물 비월 대표 선수로 참가했다.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을 끝으로 연기를 접고, 승마에만 올인하며 국내대회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한국 승마의 내로라하는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김석의 꿈은 올림픽 출전이다. 승마의 마장마술과 달리 장애물비월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올림픽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김석은 연기는 추억으로 남기고 승마선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연기와 승마를 병행했지만, 어느 순간에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때 주저 없이 승마를 선택했다. 난 말이 좋다. 나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이지만, 말과 함께 호흡하는 순간들이 행복하다.” 현재 김석의 애마는 ‘리도’이고, 독일에서 직접 사온 말이라고 한다. 말의 ‘몸값’을 물어봤더니 김석은 대답을 주저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대표팀 선수들이 갖고 있는 말들은 대부분 3억 원 이상이 넘는다. 중동 선수들 중에는 100억 원이 넘는 말을 소유한 사람도 있다. 승마에선 선수보다 말이 중요하다. 말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말 관리가 승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영] |
한국팀 위협하는 한국인 감독들 “조국을 이겨야 산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외국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인 감독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일본 배드민턴대표팀의 박주봉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5회 우승 등을 일군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지난해 재계약을 앞두고 박 감독을 둘러싸고 일본과 말레이시아가 경쟁을 벌였고, 당시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박 감독을 공항까지 쫓아가 재계약을 극적으로 성공시켰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런던올림픽에서 유도대표팀을 이끌었던 정훈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 남자유도대표팀 총감독이 돼 나타났다. 지난 4월 중국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정 감독은 선수, 코칭스태프 선발 등 중국유도협회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 받고, 중국 유도의 체질 개선에 앞장섰다. 그 결과 러시아 첼라빈스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66kg급과 단체전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유도의 산증인으로 한국대표팀을 이끌며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휩쓸었던 이력에 비해 지금의 중국대표팀은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정 감독은 달리기, 웨이트트레이닝, 도복훈련 강도를 3배로 늘렸고, 근력 운동도 한국 선수들의 200~300회가 아닌 1000회 시키며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정 감독은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