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냐 어부지리냐 지난주 ‘이변마’ 철저분석

김시용 프리랜서 2015-05-06 조회수 4409
[일요신문] 지난주엔 경마 전문가들 사이에선 멘붕이 올 정도로 경주의 흐름이 뒤죽박죽이었다. 특히 상상을 초월하는 비인기마 몇 두가 입상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공감할 수 없는 말들이 입상했다는 게 다수의 전문가들 의견인데, 과연 그런지 분석해본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놓친 부분들이 있는지, 아니면 어부지리나 승부회피로 빚어진 결과인지 진단하는 것은 다음 출전 때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겨루(부경 금요 2경주 2위)=당일 인기순위는 11두 중에서 8위였지만 2위를 했다. 7전 동안 단 한번도 입상한 적이 없고 내내 부진했다. 선두력이나 뒷심 혹은 근성 등 어느 것 하나 눈여겨볼 구석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경주에선 1번 대지의물결 외에는 믿을 말이 없었고 다른 마필들과 능력 차이가 크지 않았다. 5번 겨루의 입장에서 보면 앞선에 가세할 수 있는 편성을 만났다. 겨루는 자신의 능력만큼 뛰었고 운이 좋아 버티기에 성공했다. 주로 빠르기와 기록을 비교해봐도 능력상승으로 봐줄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편성운이 빚어낸 결과였다. 

#윈사인(부경 금요 6경주 1위)=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4전 1/2/1의 성적을 거뒀을 만큼 능력을 자랑했던 말이다. 그러나 직전경주에서 참패를 당하고 휴양, 거의 3개월 만에 나와 완전히 외면을 받았다. 단승식 인기 순위가 9위였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밀렸을 뿐 입상을 기대할 만한 근거는 충분했다. 우선 이 말은 그 전에 입상한 세 차례 경주가 모두 선행이었다. 직전에 부진했던 경주는 모래를 맞고 처음으로 따라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번에도 선행만 간다면 더 뛸 여지는 충분했다. 데이터상으론 인코스의 4번 메이킨헤이와 6번 에이스명운의 선두력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윈사인으로선 모험을 할 만했다. 실전에서도 무리하다 싶을 만큼 강하게 치고나가며 4번과 경합했고 모래를 안맞고 뛰자 우승했다. 
 
윈사인(점선 원)이 4월 24일 열린 렛츠런파크부산경남 6경주에서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오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그렇다면 휴양 부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최근엔 휴양마도 강하게 승부를 하는 게 대세다.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오는 것이다. 특히 윈사인은 최근 들어 3주 가까이 준비를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다음 경주도 선행찬스를 만나면 베팅할 만한 마필로 판단된다. 

#최강몬스터(부경 금요 6경주 3위)=인기 순위 7위였지만 3위를 했다. 혹자는 이 말을 두고 능력을 감춰뒀다가 쏘아먹었다고 비난도 했지만 이 말이야말로 열심히 분석하면 적중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원래 이 말은 초반이 느리고 뒷심이 좋은 말이긴 했지만 직전경주에서 보여준 폭발력은 가히 일품이었다. 3F타임이 36.1초였고 종반에 올수록 가속도가 더 붙는 상황이라 여력도 상당했다. 그리고 이번에 거리를 딱 200미터 늘려 출전했다. 혈통상으로도 중장거리까지 충분한 거리적성을 갖고 있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입상행진을 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라스트티켓(부경 금요 9경주 3위)=필자가 직전경주의 스피드지수와 현재의 스피드지수를 초정밀 분석해서 비교해보니 능력신장은 없었다. 혼전경주에서 상대적으로 덜 팔린 마필이 입상했을 뿐이라고 판단된다. 아마도 기수변경과 부중 증가가 후순위로 밀린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필자 또한 평소엔 ‘인삼마칠’이 아니고 ‘마칠인삼’이라고 열변을 토하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능력기수를 선택해버리곤 하는데 소액으로 즐기는 경마팬들은 정말 그럴 필요가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광속거탑(부경 일요 1경주 2위)=이런 말 때문에 경마가 무서워진다. 능력검사를 네 번 만에 통과한 말이다. 그것도 대차로 지면서 1:06.4초로 턱걸이 합격했다. 이후 두 번의 실전을 거쳤지만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이번에도 한 달 만에 나왔는데 강구보를 조금 줄이고 구보량을 대폭 늘렸다는 것 외엔 특이사항이 없었다. 물론 상태감은 다소 올라왔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설명하기엔 납득하기 힘들 만큼 뚜렷한 전력상승을 보였다. 건조주로에서 1200미터를 16.7초에 주파한 것. 

#블랙키(부경 금요 2경주 2위)=필자가 다른 말은 다 놓쳤지만 이 말은 낌새를 채고 노림수를 던졌고 적중했다. 282일 만에 나온 휴양마였지만 장기간 훈련을 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최근의 훈련 모습도 동영상을 통해 관찰했다. 결론은 ‘선행편성이면 되겠다’였는데 용케도 선행 가능한 편성을 만나 두둑한 배당으로 입상, 감동을 주었다. 입상은 성공했지만 데뷔초에 보여준 그 능력치엔 조금 모자랐다. 오랜 휴양 후의 복귀전이었음을 감안하면 다음엔 능력도 상승커브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킹(부경 일요 3경주 2위)=선행마의 선행본색을 발휘해 입상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요신문> 관계자는 2번의 선행을, 필자는 이 말 8번의 선행을 점쳤다. 2번 아리송이 작심하고 발버둥을 치면서 선행을 방해해 나란히 달릴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는 글로벌킹이 이겼다. 외곽에서 심한 견제를 받고 이겨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성장이었고 스피드지수 또한 확실한 상승(약 11점)을 보였다. 

#중앙최강(부경 일요 4경주 1위)=27전 동안 1/1/3의 전적을 기록했고 최근은 아예 저 바다에 누워있었다(장기 부진마를 뜻하는 경마 은어). 매를 많이 맞긴 했지만 확실한 전력호전을 보이며 우승, 다음 경주도 기대케 했다. 

#달려라번개(서울 토요 6경주 3위)=데뷔 초엔 기대를 모았지만 외측 기댐, 늦출발 등으로 실망을 줘왔던 말이다. 내용면에선 여전히 더 뛸 여지를 보여줬는데도 성질 급한 경마팬들이 완전히 외면하자 바로 입상해버렸다. 초반 200미터만 느렸을 뿐(늦출발) 나머지 구간의 대시와 끈기는 이미 외4군의 경계를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출중했다. 출발만 보강하고 나오면 다음에도 가능!

#굿치얼스(서울 일요 2경주 1위)=6군마치곤 제법 뛰어줬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앞선이 치열하게 싸우는 틈에 얻은 어부지리성이 강하고, 선두력이나 대시능력, 뒷심 등 어느 것 하나 특징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5군에선 전력보강이 필요해보임.

#사금파리(서울 일요 5경주 3위)=35전 동안 0/1/4의 전적을 보였던 부진마였지만 후미추입으로 3위를 차지했다. 연승식(3이내 입상) 배당이 무려 38.1배였다. 약간의 전력상승은 엿보이나 앞선의 경합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에 어부지리성 결과로 판단돼 한번의 걸음은 더 필요해보인다. 

#글로벌퓨전(서울 일요 10경주 3위)=거리적성이 짧은 메니피의 자마로 최근 1200미터 대상경주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지만 중장거리에선 한창 뜨거웠던 3세 시절을 제외하곤 맥을 못췄다. 그렇지만 이번엔 선입으로 보란듯이 3위를 일궈냈다. 부마인 메니피가 1800까지는 잘 뛰었던 전례가 있고, 지난주 경주로가 스피드형한테 유리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변이 연출됐던 것으로 보인다. 

#홀리데이드림(서울 일요 11경주 2위)=저 바다에 누워있다가 소리소문 없이 몸을 일으킨 경우다. 데뷔 초엔 강한 편성에서도 입상하면서 기대치가 높았던 말인데 지난해 말부터 순위가 많이 내려갔다. 도착 차이도 입상마들과는 제법 벌어졌고, 회복세도 없어 완전히 외면을 받았다. 그렇지만 완전히 부진한 것은 아니었고 어떤 말과 뛰어도 순위와는 상관없이 자기타임은 내주고 있었다. 속칭 맛이 간 말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과거 잘 뛸 때의 능력만 발휘해준다면 오히려 가장 믿을 만한 말이기도 했다. 이번 준우승이 상태호전 때문인지 승부의지 때문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능력만은 확실한 것 같다. 빠른 페이스를 따라가면서 역전승했고, 종반까지 끝걸음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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