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7억 '씨통령' 폐사한 씨수말 메니피의 추억

이병주 경마전문가 2019-10-14 조회수 736
[일요신문] 대한민국 경마 혈통의 한 획을 그었던 씨수말 메니피가 지난 6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노인성 심장질환에 의한 급성 심정지. 한마디로 나이가 들어 노환으로 폐사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연속 리딩사이어에 오르며 대한민국 씨수말 세계를 평정했던 메니피의 화려했던 과거를 되돌아본다. 
 
대한민국 씨수말 세계를 평정했던 메니피가 6월 13일 노환으로 폐사했다. 사진=연합뉴스

2006년 한국마사회가 37억 2000만 원이라는 거액에 국내로 도입한 메니피는 현역시절에 탁월한 경주능력을 지닌 최고의 경주마였다. 두 살 때 데뷔해 약 2년간 경주마로 활약했는데, 총 전적은 11전 5승 2위 4회였고, 상금은 약 173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블랙타입 경주에서만 2승과 2위 4회의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미국 최고의 대상경주인 켄터기더비(2000m)에서 목차로 아쉽게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당대 최고로 평가된다. 평균 우승거리는 1500m였다. 

2년이라는 짧은 경주마 생활을 마감한 메니피는 네 살의 어린 나이에 씨수말로 데뷔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약 7년간 미국 켄터기 스톤팜에서 1만 5000달러의 교배료를 받으며 씨수말로 활동했다. 2003년 첫 시즌에 리딩사이어 2세마 부문에서 91위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40위까지 올랐다. 본격적으로 자마들이 데뷔한 2007년에는 전체 리딩사이어 70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위권 안에 진입했고, 2008년에는 4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006년 11월 28월 한국에 도입된 이후 2007년부터 본격적인 씨수말 생활을 시작했는데, 첫 자마들이 데뷔한 2010년에 리딩사이어 28위를 기록했다. 출전마 모두 2세마였고, 출전 두수도 매우 적었기 때문인데, 데뷔 시즌 치고는 아주 좋은 성적이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2위로 급상승했다. 당시 1위는 엑스플로잇이었는데, 내용면에서는 메니피가 압도적이었다. 출전 두수와 출전 횟수에서 밀려 총상금 600만 원 차이로 졌을 뿐, 우승횟수와 평균상금에서는 메니피가 크게 앞섰다. ‘리딩사이어’는 자마들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총상금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자마 수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던 엑스플로잇이 명목상 1위를 기록했을 뿐, 실질적인 챔피언은 이때부터 메니피였다. 

2012년부터는 메니피 세상이 시작되었다. 2017년까지 무려 6년 연속으로 리딩사이어를 기록했는데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또한 2018년 2위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올해 10월 6일 현재 1위에 복귀한 상태다. 

2007년 72두의 씨암말과 첫 교배를 시작한 메니피는 2018년까지 12년에 걸쳐 총 1075번의 교배를 했다. 첫해 수태율은 93.1%를 기록했는데, 갈수록 수태율이 떨어지다 마지막 해인 2018년에는 73.1%로 첫해보다 무려 20%나 감소했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1075번의 교배를 통해 생산된 자마 수는 모두 717두였다. 그중 이런저런 이유로 경주마 데뷔를 못한 마필을 제외하고, 정식 경주마로 등록된 마필은 모두 640두였다. 

2009년부터 경매에 참가한 메니피는 첫해 9두를 상장해 3두가 낙찰됐다. 이후 2019년까지 총 248두가 경매에 나서 117두가 낙찰되었는데, 최고가는 퀸즈블레이드(암말, 모마 하버링)로 2억 6000만 원을 기록했다. 퀸즈블레이드는 2014년 3세 때 코리안더비와 오크스를 연이어 제패하며 최고의 3세마에 올랐고, 총 전적 17전 8승 2위 5회에 11억 70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2011년 리딩사이어 2위에 오르자 평균경매가도 급상승했다. 2012년 평균경매가(1세마)는 전년도 7100만 원에서 두 배가 오른 1억 4200만 원이었다. 앞서 소개한 퀸즈블레이드는 그해 최고가(2억 6000만 원)를 기록했고,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13년 1억 2900만 원, 2014년 1억 2000만 원의 높은 평균 경매가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에도 2018년까지 최저 8300만 원부터 최고 1억 6000만 원까지 꾸준히 높은 가격을 보였다. 다른 씨수말들과 비교해볼 때 압도적 1위였다. 

메니피의 자마 수는 총 717두인데, 이 가운데 경매와 개별거래를 통해 경주마로 등록된 마필은 모두 640두였고, 이중 약 67%에 해당하는 428두가 데뷔전을 치렀다. 우승을 경험한 마필은 모두 335두로 데뷔한 마필 중 무려 78%의 마필들이 우승을 맛봤다. 참고로 메니피의 라이벌 엑톤파크가 68%였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록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총 출전횟수는 6969번이었고, 우승은 1015번, 2위는 807번(복승률 26%)을 기록했다. 역시 엑톤파크(승률 13%, 복승률 24%)와 비교해볼 때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마필은 모두 23두였고, 총 50번의 대상경주를 석권했다. 평균 우승거리는 1280m, 총 상금은 약 613억 원을 기록했다. 

연령별로 자마들의 성적을 살펴본 결과 조숙형에 가깝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2세 때는 382회 출전에 71회 우승을 거두며 19%의 높을 승률을 올렸다. 3세 때에도 1868회 출전에 336승으로 18%의 승률을 기록했는데, 4세 때는 8%로 급감했고, 5세 이상에서는 5%의 승률로 현격히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메니피의 대표적인 자마는 파워블레이드(모마 천마총)다. 수득상금이 무려 31억 원이나 된다. 3세 때 KRA컵 마일부터 코리안더비와 농림부장관배를 석권하며 3관마에 올랐고, 4세였던 2017년에는 그랑프리까지 우승한 명마 중에 명마였다. 

메니피와 가장 궁합이 잘 맞은 씨암말은 어떤 계열일까. 혈통 연구에서 몇 차례 언급했지만 Carson city계열의 씨암말과 교배했을 때 평균적인 성적이 가장 좋았다. 5두 이상을 배출한 것만 집계할 경우 Carson city계열은 승률 30%, 복승률 39%, 연승률 56%대를 기록했다. 이 교배로 태어난 자마는 장산파워, 시티스타, 찬마 등이 있다. 모두 1군까지 진출했고 1군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Lyphard, Blushing groom계열의 씨암말과 교배했을 때도 성적이 좋았다. 모두 승률이 20%대를 넘어섰다. 메니피-Lyphard계 조합의 대표마로는 미라클원더가 있고, 메니피-Blushing groom조합의 대표마는 우아등선, 그랜드특급, 테마등극 등이 있다.
 
승률 10% 미만 대의 씨암말은 Kris s.(9%), Danehill(6%), Stop the music(5%) 계열이었다. 이중에서 Kris s.만이 1군마 한 마리(대장정)을 배출했을 뿐 나머지는 자마 수가 적지 않았는데도 1군마는 한 마리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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