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주로 본 ‘입상 가능마’

김시용 프리랜서 2014-07-23 조회수 3951
[일요신문] 7월 둘째주(7월 12일~13일) 경마는 무리하게 경주를 늘리면서 몇몇 경주는 부진마들로 편성돼 보는 재미가 반감했다. 그러면서도 인기 상위권의 말들이 순서만 바꿔가면서 입상해 전반적으로 환수하기 힘든 흐름이었다. 경마팬들로서는 ‘돈도 잃고 눈도 버리는’ 정말 재미없는 레이스였다. 마사회가 한동안은 순위확정과 다음 경주까지의 간격이 15분도 안되는 시간편성을 하더니 이젠 매출 보전에 눈이 멀어 만년 부진마에게도 우승기회를 주고 있다. 최근의 용산사태로 경마가 도박이 아니라고 왼종일 강조하는 마사회에게, 경마가 분석과 추리의 게임이라면 최소한의 데이터를 분석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최근의 작태는 ‘분석이고 뭐고 돈만 걸어라’라는 얘기와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그리고 경주수를 줄이더라도 부진마 편성은 최소한으로 해주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번 주엔 7월 둘째주에 뛴 마필들 가운데 다시 출전하면 입상 가능성이 높은 말들을 소개해본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미래번쩍=2전째인 이번 경주에서 1위로 도착, 5군으로 올라갔다. 직전 데뷔전에서 문세영 기수가 타고 후미에서 따라오다 걸음만 재본 말인데 이번에 서승운 기수가 타고 늘어난 거리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했다. 직전보다 중속도 훨씬 좋아졌고 끝걸음까지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5군에서도 바로 통할 수 있는 전력으로 분석된다. 조부마가 에이피인디(A.P. Indy)이고 모계는 니진스키 계열의 마필이다. 미래번쩍은 부모만 보면 거리적성이 짧아 보이지만 조부와 외조부가 장거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했던 명마들이라 거리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성비티=그동안 순발력에 비해 지구력이 모자라 늘 종반에 아쉬움을 남기곤 했는데 이번엔 월등한 뒷심으로 우승해 승군했다. 신인기수의 감량이점으로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빠른 흐름을 2선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고도 막판 200미터를 12.9초로 주파했다는 것은 그동안의 숙제였던 뒷심 보강이 이뤄졌음을 입증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혈통은 미스터프로스펙터 계열과 아이스커페이드(Icecapade) 계열의 결합인데 이 유형의 후손들은 국내에선 스피드에 비해 뚝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성비티가 이런 친척들의 약점을 극복하고 혈통적인 장점을 잘 살려 장거리까지 뻗어가길 기대해본다. 

#왕대=그동안 정평수 기수가 기승해 부진한 성적을 거둬온 말인데, 이번엔 특급신예 이찬호 기수가 타고 1위를 했다. 적임기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그동안 훈련 때나 실전경주 때나 레이스에 집중하지 못하고 고개를 쳐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엔 훈련 때부터 차분했고 경주에서도 이찬호 기수의 제어에 잘 따르면서 막판에 힘을 몰아서 써줬다. 이 정도의 호흡과 뒷심이라면 아직 3군이기 때문에 연투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부마인 블루그래스캣(Bluegrass Cat)은 스톰캣의 자마지만 외조부인 에이피인디의 피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2400미터 장거리까지도 좋은 활약을 해줬던 말이다.

 #검화=경주 당일 최고인기마였지만 빠른 말이 많아 불안한 구석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검화는 초반에 엄청난 순발력(SF:13.2초)으로 선두에 나섰고 이후에도 도주마 9번 캠프이천의 압박을 받아 무모하게 가속을 했지만 끝까지 선전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대단한 스피드와 근성이었다. 서울에선 국산마 경주를 통틀어도 이보다 빠른 편성은 거의 없고 아직 3군에 남아있기 때문에 다음 경주도 선전이 기대된다. 혈통적으로는 단거리 마필로 보인다. 부마인 버스터즈데이드림은 평균우승거리가 1050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단거리에만 출전했다. 조부인 하우스버스터(Housebuster)는 1600미터까지 우승하면서 평균우승거리가 1400미터이지만 스프린터 챔피언을 2회나 지냈을 정도로 빼어난 스피드로 명성을 날렸다.  

#슈퍼서프=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예다. 뛰어난 순발력과 지지 않으려는 근성이 돋보였다. 1200~1800미터 경주에서 꾸준히 활약했던 룩킨앳럭키(Lookin At Lucky)의 자마고, 조부마가 미국에서 씨수말 리딩사이어에 두 번이나 올랐던 스마트스트라이크(Smart strike)다. 체구가 작은 게(434kg) 최대약점인데, 2세마인 만큼 성장의 여지가 많아 크게 우려할 바는 못된다. 다만 다음 경주도 외곽보다는 안쪽을 배정받아야 능력을 발휘하기 쉽다. 왜소한 말이 외곽에서 몸싸움을 하면 능력마라도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타드윙=초반에 선행을 나설 수 있었지만 10번 마하나임이 무리하게 꺾어들어오면서 부딪쳐 제어했고 탄력 손실을 많이 본 상태로 결승선에 진입,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정상적인 경주였다면 최소한 2위는 가능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코스타드윙은 충실한 훈련을 통해 거의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컨디션도 상당히 호전된 모습이었다. 선두력과 근성이 살아났다는 측면에서 다음 출전 때 충실한 훈련과 함께 체중이 조금 더 빠지거나 현상 유지된 상태에서 출전한다면 노림수를 가져도 되겠다.  
 
영산Ⅱ.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영산Ⅱ=몇 차례 소개한 말이지만 대상경주를 되새김하는 차원에서 다시 한번 살펴본다. 문화일보배는 빠른 말이 워낙 많아 필자는 영산Ⅱ가 초반엔 선입으로 뛰다가 4코너쯤에서 앞선과 머리를 맞댄 뒤 결승선에서 역전할 것으로 추리를 했다. 하지만 영산Ⅱ는 필자의 추리를 비웃듯 초반부터 머리를 먼저 내밀더니 쭉 밀어붙여 여유있게 선행을 나섰고, 이후 2위마를 12마신이나 따돌리는 압승을 거뒀다. ‘초반에 무리를 하거나 중반에 심한 압박을 받으면 종반이 힘들어진다’는 일반논리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차원이 다른 경주마’였다. 부경의 대표마들과의 한판 승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영산Ⅱ는 국내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다.

#천년유산=지난 번 대상경주 때 강하게 추천했었지만 훈련을 너무 오래 한 탓인지 경주 당일 컨디션이 저조했다. 하지만 이번엔 회복한 컨디션으로 출전해 강자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군에서도 한두 번의 장거리 경험만 쌓으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에이피인디의 자마인 콘그래츠(Congrats)가 천년유산의 부마다. 부마, 조부마 모두 장거리에서 잘 뛰어줬고, 모계도 스피드와 지구력을 두루 갖춘 혈통이다. 

#우아등선=메니피의 자마로 암말이라 더 눈길이 간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메니피는 암말 우성유전을 갖고 있어 대형마들은 암말들 중에서 많이 나온다. 우아등선은 그동안 가능성만 보이다 직전경주 1200미터에서 걸음이 터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이번에 거리가 대폭 늘어난 1800미터에 출전했지만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실전에서도 우아등선은 결승선에 들어서자 한때 머리를 먼저 내민 포에버대물을 6마신 이상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거리경험을 한 상태라 다음 경주에선 더 뛰어줄 가능성이 높다. 아직 3군에 속해 있어 연투는 필연으로 본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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