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주로 본 잠재력 높은 경주마

김시용 프리랜서 2015-04-13 조회수 3443
[일요신문] 경마는 1~3분 안팎에서 벌어지는 짧은 경주지만 이 안에 수많은 사연과 드라마가 잉태된다. 물론 불굴의 투지로 우승하는 말들의 얘기가 가장 많은 관심을 끌지만 베터들은 경주결과에 영향을 미쳤던 사연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다음 출전 때 참고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4~5일 서울경마에서도 그런 말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의 사연속으로 들어가본다.
 
4월 5일 렛츠런파크서울 8경주에서 파워시티(점선 원)가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진로방해를 받아 3위에 머물렀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파워시티=혼합2등급 경주에 출전했다. 인기 1위마로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결과는 3위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박태종 기수의 말몰이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원인은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진로가 두 번이나 막힌 데 있었다. 4코너를 돌면서 앞서가던 베스트런이 갑자기 가운데로 치고나오자 박태종 기수는 파워시티의 고삐를 왼쪽으로 채면서 안쪽으로 진로를 급격히 바꿔 따라붙었다. 그런데 중간쯤 왔을 때 근소하게 앞서가던 베스트런이 이번엔 안쪽으로 기대면서 진로를 막아 또다시 바깥으로 틀어야 했다. 결승선 통과 직전 파워시티는 안간힘을 다했지만 두 번의 진로변경으로 입은 탄력 손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코차로 3위를 했다. 이 같은 방해가 없었다면 아마도 1위를 한 9번 천적과 접전을 벌였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이 상황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 경우도 도착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는지…. 아무튼 필자의 눈에는 파워시티가 최소 1마신 이상은 탄력손실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4월 5일 렛츠런파크서울 6경주에서 큐피드총알(점선 원)이 바깥으로 기대는 버릇 탓에 반 마신 차이로 4위를 했다. 이 말은 직선주로에서 치고 올라오는 힘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악벽만 고친다면 훨씬 더 나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큐피드총알=혼합4군 경주에 출전해 4위를 한 말. 1위와는 10.5마신, 2위와는 5.5마신, 3위와는 반마신을 졌다. 이렇게 큰 차이로 졌음에도 주목하는 것은 이 말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출발 후 4코너 지점까지 바깥으로 기댐.’ 심판위원들의 재결 리포트다. 1000미터 경주였는데 바깥으로 기대는 바람에 거리손실을 너무 입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바람에 이상혁 기수가 제대로 추진하지도 못했다. 직선주로에서 다시 치고 올라오는 힘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바깥으로 기대는 악벽만 고친다면 훨씬 더 뛰어줄 마필로 보였다. 무엇보다 다음 출전 때는 안쪽 게이트를 배정받는다면 외곽에서 다른 말이 뛰고 있기 때문에 바깥으로 기대는 부분은 저절로 커버가 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스마트에어=국5군 경주에 출전해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4위를 차지했다. 훈련 때 상태와 걸음이 몰라보게 좋아져 강하게 노렸던 말이라 반마신 차이의 입상실패는 필자로선 많이 아쉬웠다. 경주 초반엔 순발력을 발휘하면서 앞선에 붙는가 싶었더니 이내 뒤로 처졌고 결승선에서 다시 따라붙었지만 이미 늦었다. 필자는 권석원 기수가 이 마필로 예전처럼 자신감을 되찾길 바랐지만 그는 여전히 겁이 많았다. 아마도 다른 기수였다면 3위는 무조건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펄샤인=앞서의 큐피드총알과 같은 경주에서 뛰어 3위를 차지했다. 주행불량과 외곽기댐 등으로 출전정지 처분을 받고 오랜만에 복귀했지만 3위를 했다. 주행불량을 의식했음인지 초반엔 차분하게 이끈 뒤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최선을 다하는 추입작전으로 3위까지 올라왔다. 원래 기본능력이 뛰어난 말이기 때문에 주행습성 변경은 거리가 늘어나면 좀더 유리해질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고무적이다. 

#금빛소나타=일요경마 2경주(국6)에 출전해 4위를 했다. 2001년 일본 2세 챔피언을 지낸 어드마이어돈의 자마로 부계마는 미스터프로스펙터, 모계마는 인리얼리티다. 이종교배로 태어난 스피드혈통이라 앞으로 장기간 활약할 수 있는 말로 판단,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왔던 마필이다. 이번에 7전째이고 장기간 훈련을 통해 걸음도 늘렸고 상태도 최고조로 올라와 강하게 추천했지만 역시 권석원 기수의 자신없는 말몰이 탓에 간발의 차이로 입상을 놓쳤다. 결승선에서 진로방해만 없었어도 3위는 무난했다는 점에서 차기는 노림수를 가질 만하다. 특히 기수가 교체된다면 꼭 관심을 가져야 할 말이다. 참고로 금빛소나타는 거리적성이 긴 말이다. 부마인 어드마이어돈은 3000미터 경주까지 출전했을 만큼 장거리에 잘 적응했던 말이고, 외조부인 프라퍼리얼리티(Proper Reality)도 2000미터까지는 입상했던 말이다. 현재까지 뛰는 습성도 전형적인 장거리형에 가깝다. 순발력은 제법 좋지만 이후의 가속, 즉 폭발력은 뛰어나지 못하고 전 구간을 비슷한 속도로 뛰면서 끈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다. 장거리로 진출하면 훨씬 더 뛸 수 있는 말이라는 반증이다. 

#마왕=지난해 12월 14일 경주를 뛰고 난 후 장기휴양을 했는데 이번에 거의 4개월 만에 나와 2위를 했다. 김동수 기수의 차분한 말몰이가 빛을 발한 경주였지만 경주과정을 보면 좀더 뛰어줄 구석이 보인다. 직선주로 중반에 서도수 기수의 6번 운도희에 의해 약간의 방해를 받았고 안쪽으로 기대는 것 때문에 제대로 추진을 못했다. 향후 이 부분만 교정하고 나온다면 지금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경주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차기 경주에서 시원스럽게 우승하고 5군으로 승군하길 바란다. 

#브로드웨이쟈니=그동안 선행과 선입으로 모두 4차례 3위 이내 입상을 했던 말인데, 승군한 이후부터는 줄곧 바닥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경주는 윤태혁 기수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후미로 처져서 완전 ‘깡바닥 추입’으로 경주를 운영했는데 막판에 놀랄 만한 탄력으로 올라와 3위를 했다. 라스트펄롱타임이 12.5초. 이 정도 타임이라면 다음엔 좀더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했다는 판단이다. 부계와 모계 모두 혈통상으로는 거리적성이 길지 않아 장거리보다는 단거리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특히 이번처럼 선행마가 많은 편성을 만난다면 의도적으로 노림수를 던져볼 만한 마필로 보인다.  

#무상대복=‘도라지도 10년 묵으면 산삼 만한 효능을 갖는다’는 말이 있다. 무상대복이라는 말은 능력마는 아니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이 격언과 어느 정도 부합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무상대복은 24전을 뛰면서 1승, 3위 1회, 4위 2회, 5위 2회를 한 말이다. 그것도 6~5군에서 올린 성적이고 현재도 5군에 소속돼 있다. 그야말로 도라지 중의 도라지였다. 필자가 이 말을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서 순발력이 무척 좋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엔 비록 9위를 했지만 초중반에 보여준 스피드는 1군마와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스피드를 적절하게 조절하자 상대가 강했는데도 4위까지 성적이 올랐다. 게이트만 안쪽이었다면 인기마에 일격을 가할 수 있었을 만큼 경주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큰 능력마는 아니지만 아직 5군에 소속돼 있고 마령 4세를 맞아 힘이 차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 차기경주에서 인코스를 배정받는다면 액면보다 좀더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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