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주로 본 될성부른 떡잎들

김시용 프리랜서 2015-12-07 조회수 2059
[일요신문]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더니 급기야 영하로 떨어졌다. 경주로가 얼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경마 시행체도 비상이 걸렸다. 해마다 이 맘때면 늘 거론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결빙을 막기 위해 뿌리는 염화칼슘 등으로 주로가 무거워지곤 한다. 선행마들이 어이없이 몰살하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당장은 좀더 추이를 살펴야겠지만 겨울철은 변수가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평소보다 폭넓은 분석과 함께 베팅도 소액으로 분산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주는 지난 11월 20~22일 3일간의 경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될성부른 떡잎’들을 살펴본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백두(부2세·거·4전1/0/1·최상희·김영관:62)=3전 뛰면서 3위 1회를 한 말이었는데 4전째인 이번에 걸음이 터지면서 1200미터를 1:13.3초에 주파하면서 1위를 했다. 순발력이 좋아져 빠른 편성에서도 외곽에서 선입으로 따라붙었고, 막판에 한발을 더 쓰면서 앞서가던 연승질주를 코차로 이겼다. 순간스피드와 지구력이 월등하게 좋아졌다는 점에서 다음 경주 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이 말은 혈통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부마인 콜로넬존(Colonel John)이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잘 뛰었던 말로 [G1]경주에서 여러 번 우승했고, 모마인 밸리드워닝(Valid Warning)도 비록 단거리에서 활약했지만 장거리 유전자를 갖고 있는 말로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블랙타입 2승 기록이 있는 우수한 씨암말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단거리에 적응했지만 거리가 늘어나도 잘 적응할 것으로 분석된다. 

# 클린업비전(서3세·암·11전3/2/0·민형근·김효섭:58)=직전에 막히고도 선입으로 1위를 한 말인데 ‘일회성 선전’으로 판단한 것인지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번 경주는 빠른 말이 많아서 아예 추입작전을 폈다. 함완식 기수가 출발과 동시에 살짝 제어하면서 자연스레 후미로 처져 자리를 잘 잡고 따라왔다. 4코너를 안쪽으로 돌았는데, 미세하게 진로방해를 당하기도 했지만 종반에 좋은 탄력으로 앞선을 따라잡고 2위를 차지했다. 결승선에 다가올수록 걸음이 더 좋아지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다음 출전 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다. 

국내에선 최강 씨수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메니피의 자마다. 모마인 싱크오어스윔은 스피크존(Speak John) 계열의 씨암말로 아쉽게도 단거리 유형이다. 부계와 모계가 모두 거리적성이 짧아 장거리로 가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마필이지만 단거리에선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 베스트로드(서3세·거·5전2/0/0·김세민·박천서:44)=4전을 뛰는 동안 우승을 한 번 하기는 했지만 선행으로 버티기한 것 외엔 특출한 면이 없었던 말이고 스피드지수 또한 변화가 없어 인기마임에도 그리 강한 느낌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주에선 2선에서 선입으로 따라가 앞선의 강한 상대들을 5마신 이상 따돌리며 여유승을 거뒀다. 따라가는 데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이고 국5군에선 강한 말이 많지 않아 다음 출전 때도 노림수를 가져볼 만하다. 
혈통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두루 활약했던 씨수말 피스룰즈의 자마이고 모마는 국2군까지 진출했던 우리만세다. 올드 팬들 중에선 혹시 기억할 수도 있는 국1군의 미스트러플즈가 이 말의 외조모다. 

# 심바(서3세·수·5전1/2/1·정기환·심승태:40)=대상경주 2회 우승과 부경 연도대표마 등 경마팬들의 기억속에 선명하게 살아있는 명마 동서대로의 자마다. 부계는 노던댄서, 모계는 블러싱그룸 계열로 완벽한 이종교배로 태어난 말이다. 체구가 조금 작다는 게 아쉽지만 강단 있는 말이라 많은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 추입형으로 뛰고 있지만 종반에 탄력을 붙이는 순간스피드가 빼어나 훈련에 따라서는 순발력도 좋아질 구석이 있고 무엇보다 작전 전개가 용이하다는 게 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체구가 작아 부중이 늘어나면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 찬마(서2세·수·1전1/0/0·박남성·이관호:29)=메니피의 자마이고 모계 쪽도 조숙형이라 데뷔전부터 기대를 했었는데, 폭발적인 추입력을 보이며 막판에 아예 잡고 들어올 만큼 여유승을 거뒀다. 신마 경주에서 모처럼 대승을 거두게 해준 효자마다. 주행검사 때도 그랬지만 아직 출발이 매끄럽지 못하고 순발력도 부족한 데다 힘이 덜찬 모습이었지만 직선주로에서의 가속력은 일품이었다. 500kg대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말로 추입습성이라 힘만 좀더 찬다면 대상경주를 노려볼 만한 재목으로 보인다. 장거리 적응 가능성은 어떨까? 부계 형제마인 경부대로의 경우처럼 모계에서 장거리 유전자가 강하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다. 

# 에이스스피닝(서2세·암·3전2/1/0·우상우·허재영:42)=주행검사 때부터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였고 데뷔 이후 2연속 입상을 해 주목을 받았던 말이다. 그렇지만 강한 선행마가 많은 편성이라 알쏭달쏭한 경주였다. 실전에서도 단독선행을 나서지 못하고 인코스 말들과 경합하면서 안쪽에 두 마리나 달고 시종 외곽으로 질주했다. 치명적인 경주전개였는데도 결승선에서 상대마들을 압도, 막판까지 좋은 탄력으로 여유승을 거뒀다. 마체중도 지난번엔 조금 빠진 모습이었는데 이번엔 8kg 늘어나 좋은 조짐을 보였다. 

혈통적 기대치도 무척 높다. 부계와 모계가 완벽한 이종으로 모두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잘 뛰었던 전천후다. 벌써 4군에 진출했는데, 2세마라는 점을 감안해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거리를 늘리면서 완성도를 높여간다면 큰 경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재목으로 판단된다. 

# 유아스타(서2세·암·3전1/0/0·류중하·이희영:63)=천구라는 걸출한 자마를 배출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올드패션드(Old Fashioned)의 자마다. 주행검사 때부터 좋은 기량을 뽐내면서 데뷔전부터 계속 주목을 받았던 말인데, 강한 상대들을 만난 데다 기수의 어설픈 말몰이가 겹치면서 실망을 줬다. 이번 경주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기수 문세영으로 안장을 바꾸면서 확실한 초반 장악과 과감한 선행강탈, 그리고 막판 대시로 상대들을 압도했다. 유감없는 능력발휘였고, 앞으로의 잠재력도 보여준 경주였다.  

거리 적성도 긴 편이다. 부계와 모계가 모두 실전 거리적성은 단거리와 중거리형이긴 하지만 도시지 파일상으로 장거리인자를 모두 갖고 있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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