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마분석(9)-"프리스타"

김시용 프리랜서 2013-11-13 조회수 3912
[일요신문] 지난 2일 부경 경마장에선 반가운 신마가 한 마리 등장했다. 서울경마장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인기를 모았던 ‘갈샘’의 첫 자마인 ‘프리스타’(암)가 주행검사에 출전, 좋은 기록으로 합격했다. 이번 주엔 모마의 명성만큼 벌써부터 좋은 자질을 보여준 프리스타의 현재 능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현역 시절 꾸준한 성적을 거뒀던 갈샘의 자마 프리스타(작은 사진)가 주행검사에서 명마의 자질을 보였다. 임준선 기자

프리스타의 가능성을 진단하려면 우선 모마인 갈샘부터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팬들은 갈샘이 잘 뛰었던 말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갈샘이 본격적으로 활약했던 때는 2006~2008년 사이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가물가물할 것 같다. 선행마였나 추입마였나, 단거리 말이었나 장거리 말이었나 하는 등등.

갈샘은 현역시절 경주에 38번 출전해 17승 2위9회 3위4회의 성적을 올린 당대 최고의 암말이었다. 뛰어난 성적도 관심이 가지만 은퇴 직전 마지막 경주와 그랑프리를 포함, 단 세 경주에서만 5위 이내에 못들었을 뿐 38전 중 35회를 5위 이내(3위 이내는 30회)로 통과한 그 꾸준함은 다른 어떤 말도 따라오기 힘든 것이었다.

거리별로는 최단거리인 1000미터부터 장거리인 2000미터까지 모든 거리를 잘 뛰었던 전천후 스타일이었다. 1000미터는 한 번밖에 뛰지 않았지만 1:01.5(주로상태 양호)로 시원스레 우승했으며 2000미터에서도 17번을 출전해 6승 2위6회를 기록했다. 최장거리 경주인 2300미터에도 한 번 도전(2008년 그랑프리대회)해 7위를 한 바 있다.

우승 거리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갈샘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순발력과 지구력이다. 마체중 540~560kg의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주폭과 탄력도 일품이었다. 갈샘은 초반 200미터를 13.7초대로 주파했지만 꼭 선행을 나서야 할 경주에선 13.4초대까지 단축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갈샘은 뛰어난 순발력을 갖고 있었지만 선행 일변도로 뛰어온 말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행마가 많을 땐 곱게 따라가는 선입작전도 잘 소화해냈다.

체구가 좋고 건강한 말이라 부담중량을 견뎌내는 힘도 남달랐다. 장거리에서도 59kg을 달고 여러 차례 우승했다.

아쉬운 점은 경주마로 너무 오래 활약을 하는 바람에 씨암말 데뷔가 조금 늦어졌다는 점이다. 2002년생인 갈샘은 2008년말 그랑프리 대회가 끝난 뒤 휴양했다. 2010년 초에 다시 복귀해 두 차례 경주를 치렀지만 성적을 못내고 은퇴했다. 마령 8세 초반까지 경주마로 활약한 셈이다. 갈샘이 프리스타를 낳았을 때는 마령 9세다.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육종가가 -4.368에 해당할 만큼 유전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마필이라 후대생산을 할 기회를 좀더 일찍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 2008년 휴양에 들어갔을 때 바로 은퇴시키고 씨암말로 데뷔시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이런 갈샘의 혈통을 이어받았음인지 프리스타는 주행검사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출발 후 아주 잠깐 밀리는가 싶었더니 곧바로 쑥 나왔고 이후엔 앞서가는 ‘영브라보’(국5군) 뒤에서 시종 여유있게 따라갔다.

결승선에 접어들어서는 좀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여력이 있었지만 줄곧 영브라보 꽁무니를 따라갔다. 영브라보 외엔 아무도 뛰지 않는 넓은 주로를 놔두고 영브라보 발굽 뒤에서 따라갔다. 의도적으로 계속 모래를 맞히는 모습이었지만 프리스타는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잘 뛰어줬다. 골인지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는 신데렐라맨이 안쪽으로 바짝 따라붙어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순간 정동철 선수가 채찍을 대며 가볍게 독려하자 곧바로 반응하며 신데렐라맨과의 거리를 다시 벌리며, 영브라보에 이어 2위로 주행검사를 합격했다.

주행검사에서 보여준 프리스타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 주행검사의 주파기록을 단축할 수 있을 만큼 여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행검사 기록은 1:03.2로 나와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부경의 주행검사 기록은 워낙 오류가 많기 때문이다. 이날도 정밀하게 체크를 하면 0.5초 정도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행검사는 기록이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부경의 기록은 맹신하면 큰코 다친다는 것을 이 기회에 말해두고 싶다. 아무튼 프리스타는 상당한 여력이 있었다. 실전에서 좀더 강하게 몰아주면 최소 1초 이상은 더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모마의 순발력을 그대로 이어받아 초반 스피드도 뛰어나고 발놀림도 빠르다는 것이다. 셋째는 이미 모래에 적응했다는 점이다. 앞말이 튀기는 모래를 맞아도 주행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낮게 잘 유지되며 곱게 잘 따라갔다. 모래를 맞으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말은 고개를 들거나 발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드물게는 외곽으로 뛰쳐나가기도 한다.

이상에서 볼 때 프리스타는 데뷔전에서부터 활약을 해줄 즉시전력감으로 보이고, 힘이 찬 후에 장거리로 진출하면 모마인 갈샘에 버금갈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스타를 관리하고 있는 김영관 감독(19팀)도 자타가 공인하는 명감독이다. 마방의 상금벌이도 독보적이지만 명마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경주마의 떡잎을 알아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신마 데뷔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프리스타는 이래저래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

암말 프리스타 혈통 따져보니

‘암말’이 잘나가는 집안

프리스타의 부계혈통도 만만치 않다. 부마인 피스룰즈는 G1MW(G1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말) 클래스에 속하는 마필로 미국 리딩사이어 2세마 부문에서 35위를 했을 만큼 혈통적 기대치가 높은 말이었다. 2010년 1월 국내로 도입된 이후 27두의 자마가 경주로에 데뷔해 127회 출전해 1위 20회(승률 16%), 2위 8회(복승률 22%)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데뷔가 늦어 아직 대상경주 우승마를 배출하지만 못했지만 1000미터 최단거리부터 2000미터 장거리까지 잘 뛰어준 전천후 경주마라는 점에서 그 자식들도 꾸준한 활약이 기대된다.

그동안 피스룰즈와 댄지그 계열(갈샘의 부계) 암말 사이에서는 10여 번의 교배가 이뤄졌지만 현재까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성적이 좋지 않다. 이 배합으로 태어난 자마 중에서 현재 등록된 말은 10두다. 그 중에서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프리스타, 최정예, 크래프트, 봄봄 등을 제외한다면 모두 6두가 현역으로 뛰고 있는데, 피스로이가 유일하게 1승을 거뒀을 뿐 나머지 마필은 2위, 3위도 못하고 있다. 토털성적은 14전 1승.

성별로 보면 피스룰즈 자마들은 암말 강세 현상이 눈에 띈다. 다른 씨수말에 비해 성공한 자마들 중에서 암말들의 분포가 현저히 높은 것이다. 현재 2군 이상에 진출한 자마 5두 중에서 3두가 암말이다. 프리스타의 외조부인 어쥬디케이팅(Adjudicating)의 후예들도 암말 강세현상이 두드러졌었다. 갈샘의 부계마인 댄지그(갈샘의 조부마)의 자마들 중에도 G1대회에서 우승하는 암말들이 간혹 나왔었다. 피스룰즈와 갈샘의 사이에서 태어난 프리스타에게 좀더 점수를 줄 수 있는 유전적 특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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